저작권 풀리는 미키마우스..살인마 된 '곰돌이 푸' 전철 밟나
지난해 미국 디즈니가 벌어들인 캐릭터 관련 수익은 52억 달러(약 6조8000억원). 이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올해 탄생 94년 된 디즈니 최초 캐릭터 ‘미키마우스’다. 2024년이 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미국 저작권법에 따라 창작한 해로부터 95년간 보장되는 디즈니의 미키마우스 저작권이 만료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즈니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호락호락 내줄 분위기가 아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키마우스 캐릭터의 저작권 만료를 앞두고 저작권 및 적용 범위 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널리 알려진대로 미키마우스는 저작권 보호와 활용 갈등의 역사 그 자체다. 미키마우스는 디즈니가 1928년 만든 첫 유성 애니메이션 단편 ‘증기선 윌리’로 세상에 탄생했다. 애초 미국 저작권법은 출판된 저작물의 저작권을 56년간 인정했지만 미키마우스의 만료 시한이 된 1976년 미 의회는 법을 개정해 이를 75년으로 연장했다. 이에 따라 미키마우스의 저작권은 2003년까지로 연장됐다. 만료 시한을 앞둔 1998년 또 한번의 개정이 있었다. 저작권 최대 보호 기간을 95년으로 늘린 이른바 ‘미키마우스법’이다(정식 명칭은 ‘소니 보노 저작권 기간 연장법’). 대표적으로 수혜를 입은 미키마우스는 이를 통해 2023년까지 저작권 기한이 연장됐다. “2번의 저작권법 개정은 디즈니의 막대한 로비를 통해 가능했다”(LA타임스)는 게 정설이다.
그렇다면 2024년부터 미키마우스 캐릭터는 공유재산(퍼블릭 도메인)으로 이용할 수 있는 걸까. 가디언에 따르면 답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이다. 이미 저작권이 만료된 디즈니의 또 다른 인기 캐릭터 ‘곰돌이 푸’를 보면 알 수 있다. 곰돌이 푸는 올해 1월 저작권이 만료됐고, 이를 바탕으로 기존 곰돌이 푸의 이미지를 뒤집는 창작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 중인 영화 ‘곰돌이 푸: 피와 꿀’ 이 대표적이다. 이 영화에선 꿀을 좋아하는 귀여운 곰 ‘푸’와 푸의 친구인 새끼돼지 피글렛이 인간 친구 크리스토퍼 로빈에게 버림받은 후 인간을 잡아먹는 사나운 곰과 돼지로 변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 CNN은 “어린 시절 곰돌이 푸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 이 영화에 대해 많은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 영화에서 곰돌이 푸는 특유의 빨간 상의를 입고 있지 않고, 피글렛도 분홍색 피부의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아니다. 영화가 활용한 저작권이 1926년 출간된 동화책 ‘곰돌이 푸’에 바탕하고 있어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캐릭터는 이 동화책 판권을 사들여 디즈니가 만든 애니메이션 캐릭터다. 1966년 단편 영화로 처음 선보였고 여전히 디즈니가 저작권을 갖고 있다.
가디언은 “미키마우스도 곰돌이 푸의 선례를 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4년에 만료되는 미키마우스의 저작권이 ‘증기선 윌리’라는 단편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캐릭터에 한정될 수 있단 얘기다. 이 흑백 이미지로 시작해 디즈니는 미키마우스 캐릭터를 계속 변화시켜 왔다. 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로스쿨 영화법률상담소 부소장인 다니엘 마예다 변호사는 “1928년 작품에 나오는 미키마우스의 모습은 저작권이 만료되지만 이후 디즈니가 변형·발전시킨 미키마우스 캐릭터에 대한 저작권은 여전히 디즈니의 소유”라고 말했다.
빅토리아 슈워츠 페퍼다인대 교수는 “디즈니는 수년 동안 (저작권 만료) 가능성에 대비해 왔다”며 “1928년 버전의 미키마우스까지도 현대적인 디즈니 로고나 상품들과 연계시킨 브랜드로 출시해 소유권을 주장하는 방식을 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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