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이주노동자 폭행·과잉진압' 논란, 인권위로 간다
[김동규 기자]
▲ 4일,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제공 |
지난 6월 29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광주 광산경찰서 형사들이 광산구 월곡동의 한 주택가에서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 A씨를 체포하는 일이 있었다. 당시 경찰은 진압봉을 활용해 A씨가 손에 쥐고 있던 부엌칼을 떨어트리게 한 뒤, 저항하지 않는 A씨에게 테이저건을 발포했다. 직후엔 A씨의 목 부위 등을 발로 밟은 상태에서 수갑을 채웠다.
진압 당시가 찍힌 CCTV영상이 kbc 광주방송 등을 통해 공개되자 지역사회 일각에서 '미국 미네소타주 경찰이 흑인 용의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목 부위를 강하게 압박해 사망에 이르게 한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 사건과 판박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용의자가 사실상 무(無)저항 상태에 있었음에도 폭행·과잉진압을 했다는 것. 사건 당시 조지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 없다(I can't breathe)'는 말을 남겼다.
이번 사건에 대해 광주 광산경찰서 측은 "외국인 남성이 칼을 들고 왔다갔다 한다는 인근 어린이집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며 "흉기 소지자에 대한 엄정 대응 기조에 따라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신속하게 대응했다"라고 해명했다.
네트워크 "예방적 경찰활동은 과연 적법한 공권력 행사였나"
▲ 지난 6월 29일, 광주경찰이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 A씨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A씨의 목 부위 등을 발로 밟고 있다. |
ⓒ KBC 광주방송 보도 갈무리 |
네트워크는 "사건 직후 A씨를 면담한 베트남어 통역을 통해 확인한 결과, A씨는 요리에 사용할 부엌칼이 들지 않아 인근에 살던 친구에게 칼을 빌려 귀가하던 중이었다"며 "그의 행동은 베트남과 한국의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됐다. 광산경찰서가 이 사건 신고를 받고 용의자 또는 피의자로 지목한 A씨의 죄는 대체 무엇이냐?"라고 되물었다.
사건 직후 A씨의 한국 체류 비자가 만료된 상태임을 확인한 광주 광산경찰서 측은 A씨를 경범죄처벌법 및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출입국사무소는 이번주 중으로 A씨를 강제 출국시킬 계획이다. 이로써 A씨는 지난 6월 29일 체포된 지 열흘도 지나기 전에 한국땅을 뜨게 됐다.
4일 기자회견에서 네트워크는 "광주 광산경찰서는 외국인 폭력 범죄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네트워크는 "지난 2016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한국 사회에 있어서의 외국인의 폭력성, 외국인 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두려움이 어떤 실제적 진실에 기반하고 있는지 연구한 '외국인 폭력 범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내·외국인 집단간 폭력 가해 정도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외국인 폭력 가해의 피해자는 주로 본국 출신의 지인이었다. 폭행 가해 시 무기 사용 역시 거의 없었고, 외국인 폭력 가해의 주요 원인은 차별과 무시였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광주 광산경찰서의 신고에 따른 예방적 경찰 활동은 과연 적법한 공권력 행사였느냐"라고 물은 뒤 "국제인권규약인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규약(B규약) 제9조 제1항은 모든 인간의 신체적 자유와 안전에 관한 권리를 규정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제1항 역시 적법 절차에 따를 때에만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피해의 발생 또는 피해 발생의 충분한 개연성이 없는 상황에서 광주 광산경찰서 측은 피해 당사자 A씨에게 테이저건을 사용하고 무자비하게 구타했다"며 "예방적 경찰 활동이 적법 절차에 반하는 물리력 행사여야 할 정도로 A씨가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폭력적으로 행동했는지 의문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관련 정황을 찾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광주 광산경찰서의 이번 대응은 경찰이 지난 2019년 11월 24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물리력 행사 규칙'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경찰은 대상자의 행위를 순응, 소극적 저항, 적극적 저항, 폭력적 공격, 치명적 공격 등 다섯 단계로 구별하고 단계별로 경찰관의 구체적인 대응 수준을 제시하고 있다. 경찰이 테이저건과 진압봉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경우는 '경찰관이나 다른 사람에게 신체적 위해를 초래하고 있거나 임박한 상황'인 폭력적 공격 이상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라고 덧붙였다.
▲ 4일, 기자회견을 마친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측이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
ⓒ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제공 |
네트워크는 "광주 광산경찰서는 언론이 형성한 외국인 우범자 프레임에 적극 동조했다"고 비판하면서 "이주민들의 범죄율은 내국인에 비해 낮음에도 불구하고, 이주민이 행한 강력사건은 보다 특수한 상황에 주목하는 인간과 뉴스의 속성에 의해 더 많이 보도되고 있다. 이 같은 국내 언론의 보도 탓에 이주외국인을 우범자로 여기는 그릇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미디어 현실이 조성한 주관적 현실, '우범자 프레임'에 따라 광주 광산경찰서 측은 요리를 위해 부엌칼을 빌려 귀가하던 A씨를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범죄를 감행하려는 범죄 혐의 피의자로 봤다"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며 네트워크는 ▲광주 광산경찰서는 자신의 공권력 행사가 어디에서 어떻게 잘못됐는지 밝힐 것 ▲광주광역시경찰청은 외국인 포용적 경찰 행정에 대한 정책을 마련할 것 ▲언론은 혐오와 차별을 낳는 외국인 우범자 프레임 일소에 나설 것 등을 요구했다.
기자회견 직후 네트워크는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에 '이주노동자 과잉진압 인권위 진정서'를 제출하며 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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