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선 늘었다는데..조종사·승무원 절반은 "여전히 휴직중"
“의무휴직으로 월급이 절반이 됐다. 주변에 손을 벌리지 않은 동료를 찾기 어렵다.”(저비용항공사 부기장 A씨) “홑벌이 하는 사람 중엔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도 있다.”(항공사 객실 승무원 B씨)
4일 중앙일보와 통화한 항공사 직원들의 목소리다. 코로나19 방역지침이 완화하고, 국제선 규제가 풀리면서 주요 항공사들이 경쟁하듯 해외 노선을 늘리고 있지만 전문인력의 현장 복귀가 지연되고 있다는 얘기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회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전체 임직원의 30~40%는 휴직 상태다. 지난달 말 일본을 시작으로 유럽·동남아 운항이 재개되고 있음에도 ‘휴직 해제’는 먼 나라인 셈이다. 업계에선 올해 말까지도 의무 휴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해외 노선 증가에도 휴직자가 좀처럼 줄지 못하는 건 착시 효과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규제가 풀리면서 국제선 노선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노선 회복률이 여전히 부족해서다. 대한항공의 경우 이달 공급량 기준 국제선 노선 운항률이 31% 수준이다. 지난달 20%였던 것과 비교하면 10%포인트 이상 늘었지만 코로나19 전에 비해선 공급량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이에 따라 객실 승무원 등의 현장 복귀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대한항공 전체 객실 승무원은 6000여 명인데 올해 1월 기준으로 1600여 명이 복귀했다. 지난달에야 2500여 명으로 늘었다. 대한항공 측은 “객실 승무원은 이달 중 3500명으로 늘릴 예정”이라며 “다만 9월쯤 돼야 노선 회복률이 코로나19 이전 대비 50% 이상으로 회복할 듯하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도 비슷한 처지다. 이 회사는 이달 들어 36개, 주 174회의 국제선을 운항하고 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여름 시즌과 비교해 27%에 그친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사업량 회복에 맞춰 무급 휴직 일수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저비용항공사(LCC)도 조종사와 객실 승무원의 휴직률이 30~40%에 이른다. 국제선 규제가 풀리자마자 할인 항공권 제공 등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코로나19 전과 비교해 운항률이 절반 이하인 상태다.
박상모 조종사노동조합 사무처장은 “국제선 규제가 풀리면서 항공 수요가 점차 회복되고 있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운항률을 회복하려면 한참 멀었다”며 “입국자에 대한 신속항원검사 의무화를 폐지하고 한·일 정부가 나서 양국 간 무비자 입국을 재개해야 LCC 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노선은 항공사 수익과 직결되는 알짜 노선으로 꼽힌다.
다만 항공 수요가 회복기에 접어든 만큼 상황이 점차 개선될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은 점차 늘어나는 중이다. 이달 첫째 주 인천공항의 하루 평균 여객 수는 5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코로나19로 여객 수요가 급감하기 시작한 2020년 4월 이후 처음이다.
김영호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항공 여객 회복세는 상대적으로 더디지만 5월 누적 여객 수가 270만 명을 기록하는 등 올해 들어 빠른 회복세를 보인다”며 “여객 매출 비중이 높은 LCC는 적자 폭을 줄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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