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말고, 9유로 티켓 같은 과감한 정책 필요"

조선혜 2022. 7. 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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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서민부담 해법 토론회.."물가안정 미미한데 세수감소 부작용"

[조선혜 기자]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고유가 시대, 서민 부담 낮추기 위한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 조선혜
 
"정부는 유류세 인하 효과에 대해 물가 안정을 얘기하지만, 물가 안정 효과는 미미하고, 세수 감소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부 실패'라고 할 수 있습니다."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고유가 시대, 서민 부담 낮추기 위한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나온 말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임상수 조선대 경제학 교수는 유류세 인하로 인한 혜택은 서민보다 고소득층에 집중될 것이며, 차후 정부 세입이 감소해 국가 부채가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 1일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30%에서 법정 최대한도인 37%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임 교수는 "정부는 서민의 부담을 덜기 위해 유류세를 인하했다고 하는데, 2012년 당시 제가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소득분위 1분위에 비해 5분위의 가격 탄력성이 작았다"며 "저소득층일수록 유가에 상당히 민감해 휘발유 소비량을 줄이는 반면, 소득이 높은 계층은 소비량을 유지하기 때문에 유류세 인하 혜택은 고소득층에 많이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의 고유가 상황은 원유가격 급등 등 외부 변수에 의한 것으로, 유류세 인하 정책으로는 정부가 목표로 하는 수준만큼 물가를 낮추기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임 교수는 "원유가격 급등은 정부가 컨트롤할 수 없는 변수다. 현재 글로벌 경기를 보면 원유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며 "계속해서 고유가가 유지되는 경우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하더라도 목표로 하는 물가 수준에 맞출 수 없는 상황이 된다"고 비판했다. 

유류세 낮춰도 고소득층 혜택 집중..."'9유로 티켓' 같은 정책 필요"

또 "유류세 인하로 인한 정부 세수 감소분이 상당히 클 것"이라며 "여기에 연결된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주행세도 다 줄어든다. 각각 목적을 가진 세금들인데, 관련 사업에 재원이 들 수밖에 없고, 결국 정부의 지출 부담 압력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이로 인해 국가 부채가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 임 교수의 주장이다. 더불어 지금과 같은 유가 급등기에 유류세 인하 정책을 펼치면 탄소중립 정책과 엇박자를 낼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임 교수는 "유류세 인하 정책의 목표가 서민 생활 안정이라면, 직접적으로 서민층을 타깃으로 하는 정책을 만들 필요성이 있다"며 "(차라리) 배기량 수준이 낮은 차량을 가진 국민에게 더 큰 혜택을 주는 것이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류세 인하 대신 독일의 '9유로 티켓'과 같은 과감한 대중교통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독일 정부는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9유로(1만2187원)만 내면 1달간 전국 근거리 대중교통(지하철, 트램, 버스, 기차 등)을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든 시민들을 위한 정책이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현재 우리 정부의 유류세 인하는 수송, 운송 등 교통에 밀접하게 연관돼있다. 이에 비춰보면 독일 9유로 티켓처럼 대중교통 정책을 더 과감하게 펼치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9유로 티켓에 투입되는 예산이 3조40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현재 우리 정부가 감면하는 유류세 규모가 3조원가량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연동된 유가보조금도 '뚝'..."1달 50만~60만원 남아, 운수업 불가 상황"

이어 "유류세를 더 인하하자, 100%까지 인하하자는 얘기도 나오는데, 이런 정책보다는 선별적 환급 정책이 필요하다"며 "누가 필수적으로 기름을 써야 하는지 (따져서,) 화물차·전기차 지원을 강화하고, 전기·가스에 대해서도 포괄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유가 폭탄'을 직격으로 맞고 있는 화물노동자를 위해서는 유류세 인하와 같은 단기 처방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연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정책실장은 "화물노동자는 매출 중 원가 지출 비중이 높다. 대형화물차의 경우 월 매출의 70~80%가 원가 비용으로 나간다"며 "과거 경유가 급등 시기인 2008년과 2012년에는 화물노동자  평균 수입이 각각 10%, 20% 감소했었는데, 현재에는 유가 인상 폭이 커 화물연대에서는 50%가량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 인상 비용이 전부 화물노동자의 수입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일부 노동자는 1달에 50만~60만원밖에 남지 않아 운수업을 유지하기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유가보조금 제도가 있지만 화물노동자에게는 실효성 없는 정책이다. 유류세가 인하된 만큼 그에 연동돼 보조금이 떨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고유가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추가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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