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우려에 개인·외국인 쌍끌이 '팔자'..코스피 2300 턱걸이
세계 경기 침체 우려가 다시 주식시장에 퍼졌다. 개인과 외국인이 ‘팔자’를 외치며 시장을 떠나자 코스피는 2300선에 겨우 턱걸이했고, 코스닥도 52주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렸다. 코스피가 2100 아래로 밀릴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22% 내린 2300.34에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널을 뛰었다. 장 시작하자마자 개인 순매수에 힘입어 2318.31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오후 들어 개인이 ‘팔자’로 돌아서자 내리막길을 걸었다. 장 중엔 2276.63까지 밀리며 52주 최저가를 경신하기도 했으나 마감 즈음 기관 매수세에 2300선을 간신히 지켰다.
개인과 외국인은 4일 각각 1840억원, 1405억원을 팔아 치우며 주가 하방 압력을 키웠다. 기관만 홀로 3118억원을 사들였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0.93% 내린 722.73에 마감했다. 코스닥 역시 장 중 712.53까지 내리며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이날 시장의 변동성은 다시 고개를 든 경기 침체 우려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3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조사국(CRS)은“미국 경제가 연착륙보다는 경착륙할 가능성이 크고, ‘더블 딥’이나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 경기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더블 딥은 불황에 빠졌던 경기가 짧은 기간 회복했다 다시 불황에 빠지는 W자형 불황을 뜻한다.
미국 빅테크 기업의 ‘해고’ 바람도 심상치 않다. 3일 미 투자 전문매체 배런스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임직원 대상 질의응답 세션에서 “회사가 전례 없는 최악의 침체에 직면할지 모른다”며 “지금 이 자리에 있어선 안 될 사람들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메타 외에 테슬라, 넷플릭스 등도 최근 대규모 해고를 단행했거나 인력 감축 계획을 밝혔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 연방준비제도가 경기 연착륙을 자신했던 가장 강한 근거는 ‘안정적 고용’이었는데 상황이 달라졌다”며 “최근 비용, 경영상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해고가 늘어나는 점이 경기 침체 우려를 자극했다”고 설명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부터 미국의 실업률이 올라갈 가능성이 큰데 실업률이 오르는 시점과 경기 침체 국면은 거의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코스피는 지난해 6월 고점(3316.08)에서 약 31% 급락했다. 지난 2018년 미·중 무역분쟁 당시 코스피 하락 폭(27%)보다도 크고, 지난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당시 하락 폭(36%)과 비슷하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바닥이 2100 아래에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지난달 21일 유진투자증권에서 코스피가 205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 데 이어 4일 대신증권도 같은 하한선을 제시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전 세계 경기 불안이 이어지며 기업 실적 불확실성도 커졌다”며 “기업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낮아지면 코스피 바닥 조정도 불가피한데, 락바텀(진짜 바닥)은 2050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이익이 10~20%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이 수준에서 주가수익비율(PER) 9배까지 코스피가 하락할 수 있다고 계산하면 저점은 2050~2300대가 나온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 침체 우려로 오전 한때 1300원 선이 다시 무너졌던 달러당 원화가치는 약보합으로 마감했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0.2원 내린 1297.1원에 장을 마쳤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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