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재계, 3년만에 만나.. "무비자 입국제도 부활, 인적교류 확대해야"
일본의 수출규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교류가 끊겼던 한·일 경제단체가 3년 만에 만났다. 한·일 재계는 양국 관계 개선과 무비자 입국제도 부활을 통한 인적 교류 확대 등을 촉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과 제29회 한일재계회의를 열었다. 전경련 측은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양국 관계 개선과 경제협력을 위한 대면회의 개최 필요성에 양측 회장이 공감해 성사됐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한·일 경제인들은 한·일 경제동향 및 전망, 지속가능사회 실현을 위한 한·일 협력, 새로운 세계질서와 국제관계 등에 대해 논의했다. 또 양국 관계를 이른바 김대중·오부치 선언으로 불리는 '한일 공동선언-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파트너십' 2.0 시대로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한·일 관계 개선은 일명 김대중·오부치 선언으로 알려진, 1998년 '한일 공동선언-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파트너십'에 답이 있다"며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고,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강조한 이 선언을 지금에 맞게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허 회장은 "선언의 취지에 따라 한·일 정상회담이 조속히 열려 상호 수출규제 폐지,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등 현안이 한꺼번에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도 "한·일 관계가 어려울수록 1998년 한일 파트너십 선언의 정신을 존중하고 한·일이 미래를 지향하면서 함께 전진하는 것이 소중하다"며 "일본 경제계에서도 한·일 정상과 각료 간의 대화가 조기에 재개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상호 수출규제 폐지, 인적교류 확대를 위한 상호 무비자 입국제도 부활, 한국의 CPTPP 가입 필요성,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발전을 위한 한·일 공동협력, 한·미·일 비즈니스 서밋 구성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단된 상호 무비자 입국제도를 부활해 인적 교류를 확대하자는 데 양측 모두 공감했다고 전경련은 밝혔다. 이날 회의에선 김대중·오부치 선언 정신 존중 및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 등을 담은 8개 항의 공동선언문이 채택됐다. 또한 내년 도쿄에서 제30회 한일재계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번 회의에 한국 측은 허 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 우오현 SM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또한 삼성·SK·현대차·LG 등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전경련에서 탈퇴한 4대 그룹 관계자들도 참석해 관심을 모았다.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은 “회원사 여부를 떠나 한·일 기업인이 모이는 자리여서 참석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일본 측은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 사토 야스히로 미즈호금융그룹 고문, 야스나가 타츠오 미쓰이물산 회장, 히가시하라 토시아키 히타치제작소 회장, 구보타 마사카즈 게이단렌 부회장 등 5명이 참석했다.
게이단렌 대표단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했다. 한국 측에선 허창수 회장과 권태신 상근부회장 등이 참석했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최상목 경제수석 등 대통령실 참모진이 배석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양국은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만들고자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하며, 특히 앞으로 있을 경제안보 시대에 협력 외연이 확대될 수 있도록 양국 기업인들이 계속 소통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 양국 관계의 현안 해결을 위해 한일 양국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 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계획을 소개하며 양국 교류 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일 경제계에서도 각별한 관심을 가져 달라고 했다.
천인성 기자,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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