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명의 부동산, 회생·파산 시 채무자 재산으로 볼 수 있나?
[김남주 기자]
통상 채무자가 개인회생⠂파산할 때 배우자 명의로 되어 있는 재산까지 채무 변제에 사용해야 한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채무 정리하기 전에 이혼하면서 재산분할로 채무자 명의 재산을 배우자의 것으로 합의하기도 한다. 이런 '상식' 이 맞는 것일까?
일단 부부 사이의 재산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일반 원칙을 먼저 살펴보자. 민법에 관련 규정이 있다. 민법(제830조 제1항)은 "부부의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 특유재산으로 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부부 중 한 명의 것으로 명의가 되어 있으면 그 재산은 명의자 것으로 한다는 원칙이다. 개인회생⠂파산 절차에서도 이 원칙은 지켜져야 하고, 파산관재인이 명의자가 아닌 사람의 재산이라는 사실 또는 파산관재인이 그 재산을 회복하게 할 권리(특히 부인권)가 있다는 사실을 주장하고 입증할 책임이 있다.
이제 배우자 재산 환가와 관련하여 파산관재인이 주장할 수 있는 법리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 논리가 타당한지 살펴보겠다. 이혼한 배우자의 재산분할청구권, 명의신탁 법리, 부인권 법리 등이 그것들이다.
부부 사이에는 재산분할청구권이 있지 않느냐는 분이 계실 것 같다. 맞다.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이 있고, 오래 살면 거의 50%까지 인정된다. 하지만, 개인회생⠂파산 절차에서 이혼하지 않은, 함께 살고 있는 채무자의 배우자에게 파산관재인이 재산분할청구권을 주장할 수 없다. 왜냐면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자의 권리이기 때문이다(민법 제839조의2, 제843조). 따라서 이혼하지 않아 부부관계가 유지되는 상태에서는 재산분할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물론 파산관재인이 채무자를 이혼시킬 권리도 없다. 이혼은 일신 전속적 권리이기 때문에 부부가 아닌 다른 사람이, 아무리 파산관재인이라고 하더라도 채무자를 대신해서 이혼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주의할 것은 개인회생⠂파산 신청 전에 이미 이혼한 채무자가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을 너무 많이 해 준 경우 파산관재인이 과다한 부분을 부인권 행사를 통해 취소하고 되돌려 놓게 할 수도 있다. 반대로 채무자 명의 재산이 있어서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을 하려는 목적이라면 이혼이 적절한 방법이 될 수 있겠으나 채무자가 파산절차에 들어갈 상황에서 재산분할 해 줄 멀쩡한 재산이 대부분 없다. 이렇게 보면, 개인회생⠂파산 신청 전에 미리 이혼을 해두면 좋다는 항간의 조언은 따를 바 못 된다.
배우자 명의 재산이 명의신탁인가
다른 논리로 부부 재산은 명의신탁된 것이 아니냐 하는 주장도 있다. 이것도 원칙적으로 맞지 않는 주장이다. 명의신탁이라는 사실을 파산관재인이 주장하고 입증해야 한다. 대법원도 부동산에 관하여 그 소유자로 등기되어 있는 자는 적법한 절차와 원인에 의하여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그 등기가 명의신탁에 기한 것이라는 사실은 이를 주장하는 자에게 입증책임이 있다(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7다90883 판결 등 참조)고 판시했다.
이러한 명의신탁 법리는 부부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로 유지된다. 그렇다면, 파산관재인은 명의신탁을 인정받기 위하여 무엇을 증명해야 하나? 결론적으로 부부 사이에 명의신탁 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꼭 명의신탁계약서라는 문서를 찾아 내야하는 것은 아니고, 묵시적으로라도 명의신탁 약정을 했다고 인정할 만한 여러 사정을 증명하면 된다. 그럼 명의신탁이 의심되는 부동산을 취득하는데 소요된 자금을 채무자가 부담했다는 것만 입증하면 되나? 그것도 아니다. 그것 만으로 무조건 명의신탁 약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실질적으로 채무자가 이 부동산을 소유하기 위하여 대가를 부담하였는지를 관련 증거를 통해 드러난 모든 사정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하고, 다른 증거에 의해 명의신탁 약정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명의신탁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3. 10. 31. 선고 2013다49572 판결,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두8068 판결,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46329 판결 등 참조).
명의신탁 약정이 있는지 판별하는 기준
그럼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가 되어야 명의신탁 약정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인가?
사례를 살펴보자. 대법원은 아래 사안에서 명의신탁 약정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배우자 명의로 부동산 등기가 되어 있는데, 채무자는 회계사로서 결혼 후 경제활동을 계속했으나 배우자는 경제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결혼 후 11년이 지난 시점에서 배우자 명의로 문제의 부동산을 취득했다. 매매 대금 중 일부는 은행 대출금으로 충당했는데, 그 이자 대부분을 채무자가 배우자 명의의 계좌로 입금한 돈에서 지급되었다. 매매대금 중 상당한 부분이 채무자의 자금으로 지급되었다. 채무자는 배우자에게 부동산 매매 시점 전후 3년 간 3.2억 원을 송금했지만, 배우자는 거의 그렇지 않다. 원심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들어 이 부동산의 1/2이 실질적으로 채무자의 것으로서 그 부분만큼 명의신탁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앞서 설명한 매수자금의 출처가 채무자라는 사정만으로 무조건 특유재산 추정을 번복하고 명의신탁이 있다고 보지 말라는 법리를 설시했다. 그리고 원심이 인정한 사정만으로 명의신탁 약정이 있다고 볼 객관적 자료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부동산 매매 계약서에 매수인 명의가 배우자인 점, 매매대금을 배우자 명의로 송금하고 영수증에도 배우자가 기재되어 있는 점, 부동산 자금 중 일부를 조달한 대출의 명의자가 배우자인 점, 채무자가 배우자 명의의 통장에 2억 원 넘는 돈을 입금했는데, 이 중 대출금 이자로 지출된 돈 외에 상당한 액수가 생활비로 지출된 점, 이 계좌에 배우자의 언니도 2억 원 이상을 입금한 점, 채무자가 입금한 돈으로 형성된 예금으로 매매대금의 일부를 지급했는데, 그 예금 명의자가 배우자인 점 등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채무자가 매매대금을 부담했어도 채무자가 배우자에게 그 돈을 증여의 의사로 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사정도 있지 않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점을 종합해 명의신탁을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 다음에야 집 한 채 있는 가정에서 배우자 명의로 부동산을 매수하는 사례는 위 대법원 판례의 사안과 매우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배우자가 전업주부가 아니라면, 친정에서 매수자금의 일부를 도움 받았다면, 부동산을 다수 사고 팔면서 시세차익을 얻었고 그 돈으로 현재 부동산 취득 자금의 일부를 조달한 것이라면, 명의신탁으로 볼 여지는 더 줄어들 것이다. 배우자 명의의 부동산이 있다고 하더라도 채무자가 명의신탁한 것이라고 단정할 것이 아니고 오히려 취득자금을 증여의 의사로 볼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채무자의 배우자 명의 부동산 또는 재산을 이유로 부인청구 또는 부인의 소가 제기되거나, 채권자취소소송이 제기되는 경우가 있다. 또는 파산관재인 또는 회생위원이 환가 대상 재산이라고 하면서 면책이 불허가 될 수 있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채무자 입장에서는 가슴이 덜컹 내려 앉게 된다. 가정에도 불화가 생길 수 있다. 이럴 때 항간에 떠도는 "~카더라"를 믿지 말고 정확한 법리적 검토를 해보길 권한다.
면책 불허 또는 회생계획인가 이전이라면 파산관재인 또는 재판부에 환가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서를 제출해 보는 방법이 있다. 면책 불허가 또는 회생계획인가가 난 상태라면 즉시항고를 하는 방법이 있다. 만약 제때 대응을 못해 즉시항고 기간을 놓쳤다면, 다시 면책신청을 해볼 수도 있다. 파산관재인이 부인의 소를 제기했다면 어쩔 수 없이 소송절차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그 소송에서 적극적으로 파산관재인에게 주장-입증을 요구하고, 그에 대해 반박할 필요가 있다. 채권자가 제기한 사해행위소송에서도 부인의 소와 마찬가지로 대응하면 된다.
그래도 검토해 볼 한가지 문제는 남는다. 채무자가 배우자에게 생활비를 줬거나 부동산 취득 자금을 준 경우, 증여로 볼 수 있는지, 그렇다면, 그 돈 중 일부라도 환가 처리를 할 수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이 부분은 다음 글에서 설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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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남주 변호사는 법무법인 도담의 대표변호사입니다. 추후 도담 회생희망센터 네이버 블로그에 위 칼럼 내용을 재구성해 발행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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