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 입김 줄이고,여론조사 키우는 野..짙어지는 '어대명'
더불어민주당이 8ㆍ28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당 지도부의 지도체제를 현행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유지키로 4일 결정했다. 본경선에서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확대하는 방안도 확정했다. 당 대표의 힘을 빼 최고위원 권한을 늘리는 방안은 큰 틀에서 적용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결과적으로 친명(친이재명)계의 주장이 대다수 반영된 셈이다. 친문(친문재인)에 이은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의 견제 속에서도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는 가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도체제 유지, 대의원 영향력 약화…친명 주장 줄줄이 반영
전당대회준비위원회(위원장 안규백 의원)는 이날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확정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안 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선출하는 현행 단일성 지도체제 유지 ▲본 투표 선거인단 비율에서 현행 ‘대의원 45%ㆍ국민 여론조사 10%’를 ‘대의원 30%ㆍ국민 여론조사 25%’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의결 사안을 발표했다.
그간 지도체제는 친명계와 비명계의 첨예한 쟁점 사안이었다. 친명계는 당 대표에 권한이 집중된 현행 지도체제 유지를 주장했으나, 비명계는 전당대회 후보 중 1등이 대표직을 맡고 득표순으로 최고위원을 결정해 권한이 분산되는 ‘순수 집단지도체제’로 변경할 것을 주장해왔다. 전준위는 “변경할 이유가 특별히 발견되지 않았다”(조승래 의원)며 친명계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투표 비율은 지도체제와 반대로 친명계가 변경을 주장하고 비명계는 현행 유지를 주장했다. 기존 본 투표 비율은 ‘대의원 45%ㆍ권리당원 40%ㆍ국민 여론조사 10%ㆍ일반당원 5%’였는데, 친명계는 “80만명에 육박하는 권리당원의 의사가 1만 6000명의 대의원의 의사보다 적게 반영되는 건 문제”(김남국 의원)라며 대의원 투표 비율 축소를 요구했다. 대의원을 다수 장악한 비명계는 “당면해서 규칙을 바꿔선 안 된다”(전해철 의원)고 저항했으나 무위에 그쳤다.
컷오프(경선 배제) 기준은 ‘당 대표 후보 4인 이상일 때 3명, 최고위원 후보 9명 이상일 때 8명’이라는 현 기준을 유지했다. ‘당 대표 1인 1표ㆍ최고위원 1인 2표 투표’도 현행 그대로다. 다만 기존에 공개했던 후보 득표율과 순위는 비공개하기로 했다.
다만 전준위의 의결 사안 중 이날 오후 비공개 비대위 회의에서 일부 조정된 부분도 있다. 전준위가 예비 경선 선거인단을 ‘중앙위원 70%+국민 여론조사 30%’로 조정ㆍ의결한 사안은 비대위에서 현행인 ‘중앙위원 100%’로 다시 바뀌었다. 또 ‘최고위원 1인 2표 투표’는 “권역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조오섭 대변인) 일부 조정됐다.
조 대변인은 “최고위원 2표 행사할 때 1표는 자유롭게 선택하되, 나머지 한 표는 해당 권역 내 출마한 후보 중에 한 표 행사하는 것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권역은 수도권ㆍ영남권ㆍ충청+강원권ㆍ호남+제주권 등 4개로 구분했다. 이날 전준위와 비대위에서 의결된 사안은 오는 6일 당무위에서 최종 확정된다.
비명계 주장한 ‘최고위원 권한 강화’도 무산될 듯
비명계가 당 대표 힘 빼기 목적으로 주장해 온 최고위원 권한 강화 논의는 이날 결론이 나지 않았다. 비명계는 공천권과 당직 임명권에서 당 대표에 집중된 권한을 최고위 의결 또는 합의로 개정할 것을 요구했는데, 안 위원장은 “오늘 그 부분은 결정하지 않았고, 모레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당헌ㆍ당규상 일부 단어를 미세 조정하는 식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전준위 핵심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단일성 지도체제 유지를 결정했는데, 최고위원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우상호 비대위원장도 “당 대표 권한을 약화시킨다 우려하는 분들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후보들 희비…친명 “당연”, 군소 후보 “부당”
이런 결정이 알려지자 전당대회 후보들도 희비가 교차했다. 전준위에선 지난 주말 후보군에 개정 사안을 미리 알려줬는데, “이해관계가 얽혀 동의하지 못한 후보들도 당연히 있었다”(전준위 관계자)고 말했다. 이 의원 측에선 “최고위원 권한 논의가 어떻게 결정될지 예의주시해야 한다”(수도권 초선)는 신중론도 있으나, 대체로 “당연한 결과”(수도권 재선)라고 반겼다.
인지도가 낮은 후보군은 국민 여론조사 반영 비율 상향에 우려했다. 당 대표에 도전하는 한 의원은 “당의 핵심 자원인 대의원 투표 비율을 낮추고 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높이는 건 결국 인기투표를 하자는 것”이라며 “신선한 인물로의 세대교체에 장벽을 세우는 꼴”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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