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원장 지명 송옥렬, 성희롱 논란에 "과오 인정"

정진호 2022. 7. 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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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4일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이번 정부 첫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지명했다. 송 후보자는 사법연수원 23기로 윤 대통령과 연수원 동기다. 회사법·상법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그러나 송 후보자의 서울대 로스쿨 교수 시절 제자들에 대한 성희롱 발언이 드러나면서 도덕성과 대통령실의 검증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고시 3관왕…“시장 수호에 적합”


이날 대통령실은 “자유시장경제를 최대한 보장하고 정부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는 데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며 송 후보자를 지명했다. 송 후보자는 1988년 서울대 법대를 수석 입학한 이후 윤 대통령과 함께 사법연수원을 다니면서 행정고시와 외무고시에 합격했다. 이른바 ‘고시 3관왕’이다. 이후 하버드 로스쿨에서 석·박사를 마친 뒤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거쳐 2003년부터 서울대 법대(현 로스쿨) 교수로 재임했다. 주로 상법과 회사법을 맡아 강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연합뉴스

송 후보자는 기업 규제보단 규제 완화, 제재보단 자율을 강조해왔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서 공정위가 대기업 제재에 초점을 맞췄다면, 송 후보자는 기업 자율을 높이는 방식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는 ‘기업집단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 규제 근거의 검토’, ‘기업집단에서 회사기회유용의 판단 기준’ 등 회사법과 관련 있는 공정거래법 관련 논문을 다수 작성했다.

공정위 내부에선 송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후보자의 연구 분야와 철학이 이번 정부가 강조하는 규제개혁과 시장경제와 일치하는 만큼 공정위 정책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회사법 등을 전공하다 보니 공정거래법에 대한 이해도 뛰어날 것”이라며 “정권의 코드와 조직 수장의 코드가 맞으면서 공정위도 힘을 받을 것이라 본다”고 했다.


文공정위와는 다른 철학


2014년 작성한 논문에서 그는 “내부거래 또는 일감 몰아주기 문제는 기업집단 이해관계자의 문제에 불과하다”며 “전통적으로 이해관계자의 문제는 회사법에서 다루어 왔다. 공정거래법상 규제의 근거는 설득력이 낮다”고 밝혔다. 기업집단의 부당지원에 대한 공정위 제재 자체에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이 때문에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공정위 정체성과 맞지 않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야당은 “대기업 위주의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밝혔다. 또 송 후보자가 윤 대통령의 연수원 동기인 점을 놓고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지인으로 국가를 운영하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외모평가·성희롱 논란


송 후보자가 과거 제자를 놓고 성희롱 발언을 한 것도 논란을 부른다. 복수의 서울대 로스쿨 졸업생에 따르면 2014년 송 후보자는 1학년 학생 100여명이 모인 술자리에서 상·중·하 등으로 외모를 평가했다. 한 여학생에게는 외모에 관해 얘기하며 술을 권하는 등 술자리에서 성희롱적 언행을 했다고 한다. 다음날 송 후보자가 학생들에게 직접 사과하면서 사건이 일단락되긴 했다. 한 서울대 로스쿨 졸업생은 “당시 사람이 워낙 많았다 보니 모를 수가 없을 만큼 유명한 이야기”라며 “공식적으로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갔지만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날 송 후보자는 공정위를 통해 입장을 내고 “2014년 회식 자리에서 부적절한 발언으로 참석자들에게 불편을 드린 사실에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당시 발언은 외모를 칭찬하는 대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학생들에게 공식으로 사과했고 학생들로부터 추가적인 조치가 요구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에서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했으나 별다른 처분을 내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이 송 후보자 지명 직후 성희롱 관련 질의가 나오자 “확인이 된 건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좀 더 알아보겠다”고 답한 것도 부실 검증을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이 논란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만큼 검증이 부실하게 이뤄진 게 아니냐는 것이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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