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지원 절실 "몰도바가 버텨야 우크라가 버틴다"

고두환 2022. 7. 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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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도바 현지에서 ③] 50만 난민 수용하면서 몰도바 정부 한계 봉착

[고두환 기자]

 일주일 치 물자를 배급받은 우크라이나 난민 아이.
ⓒ 고두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되면서 유럽 몰도바 내 사회복지시설들은 최소한의 식사를 제외한 모든 지원이 끊기고 있다. 돈의 가치는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50만 명의 난민을 수용하면서부터 몰도바 정부의 재정 운용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NGO LCFM(Love & Care of Families Ministries)은 몰도바 취락지역 보육원 3개 시설, 82명 아동청소년, 14곳의 입양가족을 돌보고 있다. 운영 총괄을 맡고 있는 블라드미르 목사는 "보육원의 경우, 화장실 수리 비용을 지급받지 못해 수십 명의 아이들이 화장실 하나로 생활하는 상황들이 다반사"라며 "'이'가 생겨서 이를 퇴치할 의약품과 옷, 매트리스 등을 보급해야 하는데, 이런 비용 지원은 끊겼다. 민간에서 지원하려해도 모든 시설이 비슷한 상황이라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다행스럽게도 몰도바에 머무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유엔난민기구(UNHCR)로부 매달 100유로(약 14만 원)의 정착지원금을 받고 있다. 유럽의 최빈국이라 불리는 몰도바의 취약계층은 개전 이후, 생계 역시 처참해지고 있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키시나우시와 (재)피스윈즈코리아가 운영하는 '우크라이나 난민 피난소'에서 자원봉사 중인 블라드미르씨는 "몰도바 촌부들의 수입보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의 지원금이 크다는 볼멘소리가 있다"며 "몰도바 국민들 대다수 집에는 에어컨이 없지만, 통풍이 안 되는 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사는 피난소는 여건상 에어컨을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이러니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은 심해지는 중이다"라고 우려했다.
 
 키시나우시-(재)피스윈즈코리아 우크라이나 난민 피난소.
ⓒ 고두환
 
 이정훈 전 빗썸코리아 의장의 기금으로 몰도바 취약계층과 우크라이나 난민을 고용해 피난소를 운영하는 협약을 맺고 있는 키사나우시-(재)피스윈즈코리아.
ⓒ 고두환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실험적인 국제사회의 지원 역시 시작됐다.

유엔세계식량계획(UNWFP)은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하느라 생계가 어려워진 호스트패밀리에게 최초 1회 3500레이(약 24만 원)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결정에 힘입어, 몰도바 전역은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숙박·식사 시설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정훈 전 빗썸코리아 의장은 몰도바 국민들과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실질적으로 돕기 위해 5억 원을 (재)피스윈즈코리아에 기부했다. 이 기금으로 키시나우시와 (재)피스윈즈코리아는 몰도바 취약계층과 우크라이나 난민을 고용해 피난소를 운영하고 있다. 두 계층을 동시에 직접 고용해 운영하는 모델을 정착 중에 있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우크라이나 문화상, 난민들의 반려동물 지원은 중요한 사업이지만 모금이 쉽지 않아 모두 포기했던 사업이다. 피스윈즈 본부를 총괄하는 오니시 겐스케씨는 "반려동물의 안전과 생활이 보장받지 못하면,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전쟁터에서 피난 길에 오르지 않는다"며 "이정훈 전 빗썸코리아 의장의 기부로 반려동물의 안전한 피난, 반려동물들을 위한 피난소 운영 등이 우크라이나 내외부에서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두 케이스 모두,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 현장에서 진귀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상상하기 싫은 미콜라이우 함락... 국제사회 지원 여전히 절실해
 
 피난 중 가족들과 헤어져야 하는 상황에 놓인 우크라이나 난민 아이.
ⓒ 고두환
 
보리스 길카 키시나우시 보건사회국장은 "만약 미콜라이우가 함락된다면 몰도바로부터 루마니아로의 대규모 피난행렬이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지형 상, 철옹성이라 불리는 미콜라이우지만 2개월 전과는 다르게, 지금은 모두 미콜라이우 함락과 몰도바 침공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돈다.

몰도바-우크라이나 국경 출입도 어려워졌다. 우크라이나 국내 피난민이 국외 피난민보다 많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내부도 수많은 피난소와 물자배급이 중요하다. (재)피스윈즈코리아는 초국적 협력 사무소를 우크라이나 내부에 구축했고, 물자보급차량을 운용 중이다. 주로 오데사와 키예프 외곽 지역에 보육원, 요양원, 정신병원 등의 물자보급을 하고 있으며, 전쟁 중 돌봄 기능이 상실된 취약계층을 우선적으로 긴급구호하고 있다.

우리가 만난 대부분의 피난민은 미콜라이우 함락을 상상조차 하기 싫어했다. 몰도바 국민이든 우크라이나 난민이든 실제 미콜라이우가 함락되면 몰도바에서의 평정심은 순식 간에 사라질 것이라고 단언한다. 

국제사회 지원은 여전히 절실하다. (재)피스윈즈코리아의 긴급 구호 활동 시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이리나씨는 "한국은 K-POP과 K-DRAMA 등으로 트랜디한 나라인줄만 알았는데,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는 선진국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전히 한국은 경제 규모가 비슷한 타 선진국에 비해 독립국가연합(CIS) 내 활동과 기반이 취약하다. 모두가 우크라이나를 돕고 조력하는 형국이지만, 우크라이나가 버티기 위해선 이들과 언어와 문화가 유사해 난민들을 수용하고, 우크라이나로 물자보급을 단행하는 몰도바를 조력하는 것이 무척 중요한 일이다.
 
 몰도바에서 물자를 조달하는 (재)피스윈즈코리아 물자보급차량.
ⓒ 고두환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 현장에서 만난 이반 체반 키사나우시 시장은 "우리가 버텨야 우크라이나도, 우크라이나 난민도 버틸 수 있다"며 "한국의 도움은 단순한 이타심을 넘어, 몰도바를 비롯한 주변 국가에 훌륭한 귀감이 되고 새로운 파트너쉽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을 몰도바에서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독립국가연합 내 새로운 파트너십 구축과 국제사회에서 트랜디함을 넘어 책임을 다하는 선진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의 면모를 다지는 중요한 일이다. 한국의 정부와 민간에서 다양한 형태의 공적개발원조(ODA)와 긴급구호를 단행하는 것은 우리를 위해서도 필요한 셈이다.

피스윈즈몰도바는 전쟁이 적어도 수개월은 이어진다고 판단하고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몰도바가 버텨야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살 수 있다'.

[관련 기사] 
② 우크라 피난민의 걱정 "서유럽행 고민, 못 가는 이유는..." http://omn.kr/1znih
① "함께 싸운다" 우크라 난민 40만명 받은 유럽 최빈국 http://omn.kr/1y8l8
 
 (재)피스윈즈코리아에서 물자를 보급받은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지역 보육원.
ⓒ 고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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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는 재단법인 피스윈즈코리아 상임이사입니다. 긴급 구호 관련 활동은 홈페이지(https://peacewindskorea.org/)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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