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친 곡물 팔려다 걸렸나.."튀르키예, 러시아 흑해 화물선 억류"
튀르키예(터키) 당국이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수송 중이던 러시아 국적 화물선 ‘지벡 졸리’를 억류했다고 3일(현지시간) 주튀르키예 우크라이나 대사가 밝혔다. 앞서 우크라이나 측이 불법 수출에 연루됐다며 억류를 요청한 선박이다.
이날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바실 보드나르 주튀르키예 대사는 자국 방송에 출연해 “지벡 졸리호는 현재 튀르키예 세관에 의해 억류돼 카라수항 입구에 서 있는 상황”이라며 “우크라이나와 튀르키예 양측은 이 일과 관련해 완전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벡 졸리호는 지난달 22일 러시아의 흑해 항구 노보로시스크를 출발해 지난 1일 튀르키예 해역 카라수항에 입항했다가 억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우크라이나 정부 측은 지벡 졸리호가 러시아 출발 후 아조우해에 면한 자국 항구 도시 베르단스크에 들러 우크라이나산 곡물 4500t을 불법 선적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 검찰은 흑해 밖으로 향하는 지벡 졸리호를 억류해달라고 튀르키예 측에 요청했다. 지벡 졸리는 러시아가 베르단스크를 점령한 이후 출항한 첫 화물선이며, 많은 분석가들도 이 선박에 실린 곡물이 우크라이나 상점 등에서 도난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이날 외신은 전했다.
보드나르 대사는 “이 선박과 관련한 결정은 4일 조사단 회의를 거쳐 내려질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곡물이 압류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 타스 통신은 4일 주튀르키예 주재 러시아 대사관을 인용해 “아직 화물선 억류와 관련한 튀르키예 측 공식 통지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통신은 다만 “항만 관계자들에 따르면 해당 선박은 지난 1일부터 하역 허가를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국이지만, 러시아와 긴장을 피하기 위해 줄타기를 하던 튀르키예의 대처가 주목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튀르키예 정부는 우크라이나 측이 탈취 곡물을 옮기고 있다고 주장하는 선박들에 대해 대처하기를 주저해왔다”며 “이들은 러시아 측이 위조된 서류를 사용해 단속이 어렵다고 주장한다”고 보도했다. 앞서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튀르키예 외무장관도 지난달 “우크라이나산 곡물이 튀르키예로 운송되고 있다는 주장을 조사했지만, 어떤 증거도 찾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또 러시아 측이 곡물 탈취 비난을 피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농민들로부터 시세보다 싼 가격에 곡물을 팔도록 하고 매매 서류를 만들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한 논평 요청에 항만 당국과 튀르키예 외무부 모두 응답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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