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없는 박순애 임명 강행에..與서도 "국민 납득하겠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두 달 가까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자 여권에서 우려가 분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교육·연금개혁 및 각종 복지 정책을 추진할 동력이 두 부처 장관 후보자들의 잇따른 논란 속에 퇴색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는 모양새다.
4일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의 뜻을 밝히고 윤 대통령이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을 재가했지만, 당내 우려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후보자 임명을 강행해도, 물러나도 문제인 진퇴양난의 상황에 부닥친 이유를 정부·여당 모두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김 후보자가 사퇴하기 직전 여당 원내 지도부는 ‘김승희 사퇴, 박순애 임명’에 힘을 실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오전 최고위 회의 뒤 취재진과 만나 “김 후보자에 대한 선관위 수사 의뢰 내용이나 언론 의혹 등을 종합 검토할 때 본인 거취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지만, 박 장관에 대해선 “음주운전이 잘못된 것이지만 20년 전 일이고, 여러 차례 사과했기에 장관직 수행에 지장이 없다고 본다”고 방어했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서는 “하루가 아쉬운 정권 초기에 인사 문제를 시정할 골든 타임을 수 차례 놓쳤고, 인사 검증 시스템의 취약점도 노출했다”(여당 전직 중진의원)는 지적이 흘러나온다. 국민의힘 3선 의원은 통화에서 “특정 부처 장관 후보자의 연속 낙마에 대한 부담이 컸더라도, 박 장관의 음주운전 등 논란은 충분히 사전 검증 가능한 사안이었다”며 “(음주운전 등이) 오래 전 일이라도, 사전에 충분한 설명이나 이해를 구하지 않고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국민이 납득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불거진 각종 인사 문제를 ‘참사’에 비유하며 공세를 펼친 윤 대통령 측과 국민의힘 측이 다소 머쓱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여당이 인사 문제에 있어서만은 대선 때부터 자신감을 표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며 “정권교체로 한껏 높아진 국민 눈높이를 충족하는 인사 검증이 부재했다는 것은 뼈아픈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박 장관과 김 후보자 관련 논란은 사전에 충분히 스크린할 수 있었던 사안”이라며 “인사가 철저한 검증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윤 대통령의 호불호에 따라 좌우된다는 인상을 줄까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특히 연금 개혁 및 각종 복지 정책 정비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장관, 교육 개혁의 키를 쥔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잇따라 논란에 휩싸인 것을 두고 “국민이 기대했던 ‘윤석열표 공정’이 타격을 입는 모양새라 걱정”(국민의힘 초선의원)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부·여당이 내세운 약자와의 동행은 복지와 관련 있는 ‘민생 공정’이고, 입시 등 교육 개혁은 조국 사태 등 공정 논란 속에 급부상한 윤 대통령이 청년층으로부터 기대를 모았던 사안”이라며 “공정을 상징하는 각종 개혁을 추진하기도 전에 오해에 휩싸인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1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사활을 건 개혁과 관련 있는 주무부처 장관 논란”이라며 “부정적 반응이 심각하다면 직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두 부처 장관 후보자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김 후보자, 박 후보자 논란 이전에도 김인철 전 교육부장관 후보자와 정호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논란 끝에 자진사퇴했다. 이들 후보자 논란이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을 갉아먹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실제 정호영 전 후보자 자녀의 의대 학사편입 의혹이 한창이던 4월 19~21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당시 당선인)에 대한 긍정평가는 42%로 전주보다 9%포인트 하락했고, 부정평가는 45%로 3%포인트 상승했다. 당시 부정평가 원인 1위가 ‘인사 논란’이었다.
최근에도 고물가 경제위기, 여당 내부 갈등 등이 윤 대통령 지지율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인사 논란 역시 부정적 인식을 키우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한국갤럽의 6월 28~30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긍정평가는 43%, 부정평가는 42%였고, 부정 평가 이유는 인사 논란(18%), 경제·민생(10%) 등 순이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후보자가 사퇴했으니 윤 대통령이 앞선 논란 등을 고려해 조속히 보건복지부 장관 적임자를 물색하지 않겠나”라며 “교육부의 경우 우여곡절 끝에 박 후보자가 임명된 만큼, 빈틈없이 교육 정책 드라이브를 걸면 그간의 논란을 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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