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태권도 정신으로 무장 '김'주지사..우크라 항전의 상징"

배재성 2022. 7. 4.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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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리 김 주지사가 지난 19일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에서 활짝 웃고 있다. 미콜라이우주 당국 제공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하고, 처한 상황과 화해하고, 모든 상황에서, 작은 승리에서, 결과에서 좋은 것을 찾으십시오”

우크라이나 남부 격전지 미콜라이우 주(州)에서 러시아군과 맞서고 있는 비탈리 김(41) 주지사가 전쟁에서 이기려면 전쟁을 사랑해야 한다며 한 말이다.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고려인 4세인 김 주지사를 집중 조명하며 태권도 정신으로 무장한 그가 우크라이나 항전의 상징으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언론은 그를 ‘제2의 젤렌스키’라고 부르고, 더타임스 등은 우크라이나의 차세대 지도자로 지목했다. 김 주지사는 1930년대 증조부가 구소련의 강제 이주정책에 따라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간 고려인 후손이다.

NYT는 “그의 자연스러운 미소는 ‘러시아 미사일이 우리를 해칠 수는 있겠지만, 우크라이나의 정신을 꺾을 수는 없다’는 조용한 자신감을 풍긴다”고 평가했다.

옛 소련 조선 산업의 중심지였던 미콜라이우는 전쟁이 넉 달을 넘긴 상황에서도 러시아군의 공세를 막아내고 있다.

미콜라이우는 헤르손과 오데사 사이에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허브인 오데사로 진출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땅이다.

헤르손을 점령한 러시아군은 오데사까지 함락시키기 위해 미콜라이우로 진군했지만 예상을 넘어서는 저항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김 주지사는 미콜라이우가 러시아의 손에 넘어가는 듯 보였던 전쟁 초기부터 SNS를 적극 활용했다.

그는 SNS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왔습니다”라는 인사말로 시작하는 영상 메시지로 전황을 전달하며 주민들의 단결을 호소했다.

볼로디미르젤렌스키 대통령처럼 그도 군복이나 국방색 스웨터 차림으로 영상에 나왔다.

그는 불안에 떠는 미콜라이우 주민들을 다독인 것은 물론, 조국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주민들은 그를 통해서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

김 주지사는 “적이 그렇게 무섭지 않다는 걸 전하고, 우리가 여기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는 효과가 있었다. 김 주지사는 순식간에 거의 50만명에 달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모았다.

그는 “전쟁 초기에는 모두가 공황 상태에 빠졌다”며 “하지만 침착함을 유지하면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NYT는 고려인 후손으로 태권도 정신으로 무장한 김 주지사가 미콜라이우를 재집결시켰다고 평가했다.

고려인 4세인 김 주지사는 전황이 극도로 불리했던 상황에서조차 유지할 수 있었던 침착함의 원천으로 아버지를 꼽았다.

그의 아버지는 옛 소련 청소년 올림픽 농구 선수 출신으로, 태권도 사범 자격증을 소지한 태권도 고수였다고 한다.

김 주지사는 아버지에 대해 “민주적으로 엄격했다”며 태권도 수련으로 강인한 정신을 기르도록 가르쳤다고 소개했다.

김 주지사는 러시아군을 조롱하는 촌철살인의 유머로 특히 잘 알려져 있다.

러시아군이 바보스럽다는 그는 “국장(나라를 상징하는 공식 표장)에 닭이 있는 국가가 삼지창이 있는 국가를 이길 수 없다”고 언급한 것은 유명하다.

러시아의 국장에 쌍두독수리가, 우크라이나 국장에 방패와 삼지창이 있다는 걸 활용한 표현이다.

이에 대해 김 주지사는 “재미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군대가 강하게 느끼도록 의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NYT는 “김 주지사의 결정과 그가 전달한 자신감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몰아내며 흑해 연안 전체를 점령하려는 러시아의 열망을 좌절시키는 데 일조했다”며 “미콜라이우는 하르키우처럼 우크라이나 항전의 상징이 됐다”고 전했다.

김 주지사는 “폭격이 계속되고 있지만, 러시아가 이 도시를 점령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김 주지사는 “우리가 승리할 때까지 전쟁은 계속될 것이며, 우리가 승리한다면 푸틴 체제는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승리의 정의가 무엇인지 묻는 말에는 “러시아를 2월 23일의 국경으로 되돌려놓고 우리의 모든 영토와 국민을 되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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