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병준 "알박기 인사, 엉뚱한 정책조언만 내놓을 뿐"
'소득주도성장' 주도한 분이 윤석열 정부 자문 어떻게 하겠나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김병준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은 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이 현 정부에서 여전히 활동하는 상황에 대해 "누굴 위해 일해야 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권익위·방송통신위를 비롯해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지난 정부에서 법률에 근거해 만들어진 각종 기관장들이 꿈쩍도 않자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캠프 시절 책사였던 김 전 위원장까지 비판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이른바 '알박기'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결국 현 정부와 맞지 않는 정책조언이 나올텐데, 나중에 이에 따른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위기와 함께 어려워진 현 정부 상황을 우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압박이 커지지만 '버티자'는 분위기가 강한 것 같다.
▲버텨봐서 뭐할 건지 묻고 싶다. 결국 누굴 위해서 일해야 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권익위도 민원인을 위해서 봉사해야 하는 자리인데 야당(더불어민주당) 출신의 위원장이 앉아서 다른 정부기관이나 다른 협조를 구해야 할 기관들 협조 쉽게 얻을 수 있겠나. 거기서 피해 입는 사람은 결국 그 권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그 민원인들이다. 윤석열 정부가 너무 엉망이라 내가 지켜주기 위해 버틴다고 할 수도 있으나 아직 그럴 때 아니지 않나. 그렇게 싸우는 건 독립적인 역할을 하는 법원이 하는 거지 권익위가 하는 게 아니다.
-한덕수 총리는 KDI 원장을 비판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보고서도 신뢰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국책연구기관은 정부 운영의 자문적 성격을 갖고 있다. 윤석열 정부 기조와 완전히 다른,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주도했던 분이 그걸 할 수 없지 않나. 나도 학자인데 학자적 입장에서 자존심 상해서라도 못 있을 거 같다. 내 철학 꺾어야 할 때도 있고 내 신념과 위배될 때도 있을 것 아닌가. 결론이나 정책 조언이 다를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나중에 가서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어야 될 텐데 엉뚱한 방향의 보고서가 계속 나오면 책임을 누구한테 물어야 하나. KDI 원장이 책임지나. 정치적 책임을 안 지는 자리에 있는 분이 정치적 책임을 지는 자리에 있는 분에 대해 보좌 역할을 하고, 제언도 하고 해야 된다. 정치적 책임을 지는 분의 입장을 생각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한 지 두 달 정도 됐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 강조했는데, 그 방향으로 갈 수 있나.
▲아니다. 그래서 문제가 생기는 거다. 대통령은 자유를 몹시 강조했는데, 부총리가 나와서 하는 말이 '대기업 임금 인상 자제' 등 규제발언이었다. 국민들이 듣기에는 자유주의 시장경제 한다고 했다가 왜 저런 얘기하는지 오해 살 수 있는 행동들이다. 더 다져야 한다.
-금융권에 예대마진 차이 줄이고, 정유사에 고통 분담하라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인가.
▲당장 급하니까 그런 얘기가 나온 거다. 다이어트 하는 방향으로 가겠지만, 지금 배고파서 먹는 걸로 받아주면 좋겠는데 국민들에게는 헷갈린다. 그런 부분 있다는 거 부정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 지지율 어떻게 보고 있나.
▲솔직히 초기 다른 정부하고 비교하면 높다고 말할 수 없다. 더 빠질 가능성도 있다. 경제가 어려워져서다. '세계경제 어렵다' 이런 거 안 통한다. 세계경제 위기 안에서도 극복하고 더 강해지는 국가 있을 수 있어서다. 벌써 주가도 고점 대비 많이 빠졌고, 가상화폐도 많이 내려서 사람들이 손실을 많이 봤다. 이런 것이 정부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리 없다.
-그렇게 되면 국정동력이 약해지는 것 아닌가.
▲윤 대통령에게 묘한 대중적 매력이 있다. 그런 걸 통해서 잘 극복해나가야 한다. 국민과의 대화 이런 걸 강화해야지 달리 방안이 없다. 우리가 처한 상황을 정확히 국민에게 이해시키고 이걸 넘으면 어떤 세상이 온다는 것을 명확히 얘기할 경우 다수 국민이 거기에 찬성하고 힘을 보태줄 수 있다. 노동개혁도 그렇다. 이 개혁 과제를 넘으면 어떤 세상이 온다고 하는 거다. 우리가 힘들게 갈 때도 지도자의 역량이 그런 것 아니겠나.
-문재인 전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도 얘기가 많다.
▲법률에 의해 설치된 위원회니까 법이 바뀌지 않으면 손을 댈 수 없게 되어 있다. 강제 해촉도 안 된다. 균형발전 이슈, 지방분권 그런 이슈들 상당히 동력 얻어서 출범해야 하는데 못하고 있는 거다. 정권이 교체됐고, 균형발전 관련 많은 게 달라졌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통령이 회의에도 거의 참석 안 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균형발전을 인수 과정부터 가장 중요한 과제로 봤고, 새 정부의 중심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 대통령이 바뀌었으면 물러나는 게 맞다.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과제 중 지방대 활성화가 있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는데 효과를 발휘할지 의문이다.
▲지금 어느 시기라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인력 양성 체계가 전반적으로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대 육성은 중요하다. 대학이 제대로 된 인력을 못 길러내면 사람 구하지 못해서 기업이 내려갈 수 없는 거다. 그 지역에서 지적 자원이 축적되지 않으면 지역사회가 발전할 수 없다.
-정부가 지방대 키운다고 했을 때, 그걸 믿고 지방으로 갈 인재가 얼마나 되겠나.
▲그래서 이제 그렇게 가도록 하는 일종의 메커니즘을 만들어보자는 거다. 대표적인 학교 중 하나가 한동대다. 주변에 있는 전자회사와 전자공학과가 연계해서 커리큘럼 만들 때부터 전자회사가 함께 한다. 이렇게 서로 협력하는 경우 그 대학이 살아날 수 있다. 그리고 중앙보다 지방 주도가 돼야 한다. 중앙 주도로 가면 지역의 인력 수요를 잘 모른다. 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은 어떤 걸 유치해야겠다고 쫓아다니면서 일한다. 지역주도 디자인이 성립하게 된다.
-지방에서 반도체 인력 육성한다고 했는데, 현 상황을 보면 공장이 청주 밑으로는 없다. 지방대에서 인재를 키워내도 다 서울로 오지 않겠나.
▲기업이 서울에 있으면 서울로 가고, 그 기업이 지역으로 가면 지역에 갈 것이다. 지금은 두 개가 맞물려서 악순환인 거다. 기업은 왜 비싼 땅값 주고 서울 남는 건지 물어보면 '사람이 없어서'라고 말한다. 지역에 왜 사람 없냐고 하면 '기업 없어서 그렇다'고 답한다. 그것을 시장·도지사 등 그 지역이 디자인 해내야 한다. 그리고 지방대와 기업의 사내대학 이런 것도 활성화해서 기업이 스스로 인재를 길러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일반교양 이런 건 대학에 위탁해서 협업하고, 실무는 공장에서 학점 따는 식으로 디자인 하는 것도 가능하다.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지만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대담= 최일권 정치부장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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