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총장직대가 '수처작주'와 'NNOB' 강조한 이유
[김종훈 기자]
▲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하반기 차장·부장검사 인사이동에 따른 전입행사가 열렸다. |
ⓒ 대검찰청 제공 |
"공직자인 검사에게는 정해진 자기 자리가 없습니다. 보임된 자리에서 임기 동안 잠시 머무르는 것입니다. 그 기간에 그 자리의 참된 주인(수처작주, 隨處作主)이 되어 각자에게 주어진 책무를 다해야 할 소명만이 있을 뿐입니다."
검찰총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하반기 차장·부장검사 인사이동에 따른 전입행사 자리에서 한 말이다.
이 차장검사는 "직만 바라보고 일을 하게 되면 자신과 검찰 그리고 국가에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면서 "업을 추구해 자연스레 직이 따라오도록 해야 한다. 공직자인 검사는 직업인으로서 곧바로 공익과 일치하는 영예로운 자리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차장검사는 미국 최고 명문 구단(뉴욕양키즈)이 스타플레이어로 구성돼 있음에도 유니폼에 선수 이름을 새기지 않는 'NNOB(No Name On Back)' 정책을 채택하고 있는 점을 인용하며 "팀이 우선이라는 팀퍼스트(Team-First) 정신을 불러일으키기 위함이다. 검찰 내부 구성원 간의 소통 그리고 외부기관, 국민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차장검사는 춘추전국 시대 인물인 진나라의 조양자 이야기를 꺼내 들며 "국민의 생명·안전·재산 등 기본권을 보호하는 책무가 검찰의 존재 이유라는 점을 가슴에 새기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 우리 공동체를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겸손한 자세로 검찰의 소명을 다해달라"라고 당부했다.
▲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하반기 차장·부장검사 인사이동에 따른 전입행사가 열렸다. |
ⓒ 대검찰청 제공 |
아래는 이날 이 차장검사가 발언한 내용 전문이다.
"공직자인 검사에게는 정해진 자기 자리가 없습니다. 보임된 자리에서 임기 동안 잠시 머무르는 것입니다. 그 기간에 그 자리의 참된 주인(수처작주, 隨處作主)이 되어 각자에게 주어진 책무를 다해야 할 소명만이 있을 뿐입니다.
'직업(職業)'에서 '직(職)'은 '자리'를 말하고, '업(業)'은 '일'을 말합니다. '직'만 바라보고 '일'을 하게 되면 자신과 검찰, 그리고 국가에 부정적인 결과를 낳습니다. '업'을 추구하여 자연스레 '직'이 따라오도록 해야 합니다.
공직자인 검사는 직업인으로서의 '일'이 곧바로 공익과 일치하는 영예로운 '자리'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기본과 초심으로 돌아가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자세로 모든 노력을 다해주기 바랍니다.
검찰이 나에게 무엇을 해주었고 무엇을 해줄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하기에 앞서, 내가 국민과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해왔고 또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저와 함께 대검에서 근무하게 된 검사들은 대검이 상급기관이라는 생각을 깨끗이 지우고, 일선 청의 검찰 구성원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 주십시오.
미국 프로야구 최고 명문 구단은 스타플레이어로 구성되어 있지만, 유니폼에 선수의 이름을 새기지 않는 'NNOB(No Name On Back)' 정책을 고수합니다. 선수 개개인이 아니라 팀이 우선이라는 팀퍼스트(Team-First) 정신을 불러일으키기 위함입니다.
무엇보다도 검찰 내부 구성원 간의 소통(疏通), 그리고 외부기관, 국민과의 소통이 중요합니다. 소통은 본시 잘 안 되는 것이고,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더욱더 소통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소통,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은 라틴어 'communis(공동의, 공통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먼저 일선 청에 손을 건네 맞잡고, 현장을 찾아가 의견을 구하며, 여러 경로를 통해 국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일선 청과 국민의 의견을 토대로 사법현실에 맞는 제도와 정책을 마련하고 이를 다시 일선과 공유하여 현장에서 집행되도록 하고 그 피드백까지 받아 개선하는 방식으로 일해주기 바랍니다.
춘추전국 시대 진(晉)나라 조양자(趙襄子)는 지백(智伯)의 수공을 받아 진양성(晉陽城)에 고립되었는데, 성 안 아궁이가 모두 물에 잠겨 개구리가 알을 낳아 백성들은 불을 때지 못하고 밥을 짓지 못하는 '침조산와(沈竈産蛙)'의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럼에도 진양성 백성들은 평소 '보장책(保障策)'으로 민생을 따뜻하게 보살펴준 조양자를 도우며 어려운 시간을 함께 견뎌냈고, 결국 평화로운 시대를 맞게 됩니다.
▲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하반기 차장·부장검사 인사이동에 따른 전입행사가 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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