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법 위반 논란 김승희 후보자, 결국 자진사퇴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정치자금법 위반 논란에 휘말려 4일 결국 자진 사퇴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김 후보자를 검찰에 수사의뢰하면서 여론이 급격히 나빠진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윤 대통령은 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직후 음주운전 전력으로 논란을 빚은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임명을 강행했다.
김 후보자는 날리고, 박 후보자는 살리는 방식으로 인사 논란을 수습하겠다는 전략이다.
김 후보자가 낙마함에 따라 김인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정호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윤석열정부 세 번째 낙마자가 됐다.
김 후보자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직을 사퇴한다”며 “저의 사퇴가 국민을 위한 국회의 정치가 복원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다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여 각종 의혹이 사실이 아님을 반복적으로 설명드렸다”며 일축했다. 김 후보자는 특히 “정치자금에 대해서는 고의적으로 사적인 용도로 유용한 바가 전혀 없으며, 회계 처리 과정에서 실무적인 착오로 인한 문제”라고 해명했다.
김 후보자는 이어 “(실무적인 착오로 생긴 문제라는) 사실과 별개로, 최종적으로 관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지적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지난 5월 ‘아빠찬스’ 논란으로 낙마한 정호영 전 후보자에 대한 후속 인선 과정에서 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당시 남성 편중 내각이라는 지적에 따라 윤 대통령은 여성인 김 후보자를 “보건·의료계의 권위자”라며 발탁했다.
다만 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시작되면서 20대 미래통합당 의원이던 2020년 3월 보좌진에게 격려금을 지급하고 같은 당 동료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내는 데 정치자금 5100여만원을 지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국회의원 시절 사용하던 렌터카를 개인용으로 매입하면서 정치자금 1800여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에 대해 김 후보자가 정치자금을 사적 경비나 부정한 용도로 지출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 정치자금법 2조와 47조를 위반했다며 지난달 28일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수사 의뢰 이후 김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나빠졌다. 당내에서 김 후보자 임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해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권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선관위의 수사 의뢰 내용이나 각종 언론을 통해 나타난 의혹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때 (김 후보자가) 스스로 거취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한 김 후보자는 스스로 거취를 결정할 때가 됐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도 이날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신속하게 장관 후보자들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부간에 신속하게 결론을 내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임명직 공무원에게 가장 요구되는 요건은 자기가 맡은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며 “우리 정부에서 그런 점에서는 빈틈없이 사람을 발탁했다고 저는 자부하고 전 정부에 비교할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도덕성 면에서도 전 정부에서 밀어붙인 인사들을 보면 (새 정부 인사들과) 비교가 될 수 없다고 본다”면서도 “우리 정부는 (전 정부와) 다르기 때문에 참모와 동료들과 논의를 해 신속하게 (임명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전문성과 역량에 기반해 장관 후보자들을 발탁했으며 해당 후보자들이 도덕성 측면에서도 문재인정부 인사들에 비해 우위에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우리 정부는 전 정부와 다르다. 논의를 해 신속하게 결론을 내릴 생각”이라는 발언은 문재인정부와는 달리 여론에 반해 장관 임명을 무작정 밀어붙이지는 않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김 후보자에 대해서는 낙마시키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겠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출근길 발언 3시간 여 뒤인 이날 오후 12시 박순애 후보자와 김승겸 합참의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했다. 김 후보자가 자진 사퇴 입장문을 낸 직후였다.
동시에 윤 대통령은 사법연수원 동기(23기)인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또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를 국회에 요청했다. 송부 기한은 오는 8일까지로 잡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권 원내대표 등 당에서도 김 후보자에 대해서는 자진 사퇴를 얘기했다”며 “임명을 밀어붙이기는 어려웠던 상황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문동성 박세환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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