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70에, 태어나서 처음 와 보는 곳
[문운주 기자]
청송·안동을 거쳐 1박 2일 경북 여행 마지막 목적지는 대구다. 인구가 250만여명으로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이자 바다를 끼지 않은 내륙 도시다. 갓바위, 하늘열차, 서문시장... 대구 여정에 대한 셀렘 때문일까. 밤새 잠을 설쳤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짙게 깔렸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다. 전날 먹은 막창구이가 눈에 아른거린다. 안지랑 막창은 대구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다. 쫄깃쫄깃하고 식감이 최고다. 대구 음식 하면 막창구이다. 안지랑이라는 지명의 유래 또한 이제는 전설이다.
해외여행은 생활 풍속이 우리와 다르거나, 과거 우리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면 좋다. 국내 여행 또한 마찬가지다. 말투나 생활 풍속이 다른 모습이면 더 좋다. 대구는 어쩌면 그런 곳일지 모르겠다. 태어나서 처음 와 보는 곳이다.
▲ 갓바위(석조여래좌상) 통일신라 9세기 전반 경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 해발 850m 갓바위(관봉, 석조여래좌상)는'정성껏 빌면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들어준다고 한다. 관봉, 갓바위, 석조여래좌상 등으로 불리운다. |
ⓒ 문운주 |
팔공산은 대구, 영천, 경산, 군위, 칠곡 등 경북 5개 시군을 아우르는 해발 1193m의 우람한 산이다. 특히 통일신라 9세기 전반경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 해발 850m 갓바위(관봉, 석조여래좌상)는 '정성껏 빌면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들어준다'라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갓바위(관봉)까지는 "30여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죽기 전에는 처음이고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가이드의 협박(?)이 나를 더 이상 망설이지 않게 했다. 어깨 수술과 장염 때문에 도저히 오를 수 없는 형편이었지만...
6월 6일 아침 9시, 다행히 비가 그치고 무덥지 않은 날씨다. 주차장에서 절 입구까지 15분 거리, 10시부터 시내(경내) 버스를 운행한다고 한다. 걸어가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갑자기 버스 한 대가 우리들 앞에 멈춘다. 마음씨 좋은 기사님이 선심을 쓰기로 한 모양이다. 기분 좋은 아침이다.
오른쪽 계곡에는 몇백 년 자란 듯한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길도 아스팔트 포장이 아닌 흙길이다. 흙길은 흙과 시멘트, 경화제를 일정 비율로 섞어 건조하는 공법이다고 한다. 송광사 무소유 길에선가. 한 스님이 선풍기를 돌려 흙을 말리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이런 흙길도 많은 사람의 노력과 정성이 들어있다.
▲ 갓바위 계단길 대구의 명소 갓바위에 오르는 길이다. 양족으로는 길게 석탑 등이 서 있다. 조금 경사가 있어 숨이 차다. 수행의 길이 아닐까도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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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가 있는 계단길이 이어진다. 수행의 길 같기도 하다. 관암사를 통한 계단에는 1년 365일 찾는다고 해서 계단이 1365개라고 한다. 경산 쪽에서 오르는 계단은 몇 개나 될까. 한 남자분이 927(?)개라고 자신있게 설명한다. 어떻든 900여개는 넘을 듯하다.
▲ 갓바위 갓바위 계단 길을 오르던 한 스님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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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백여개의 계단을 한 계단 한 계단 디디고 석등과 주위 숲을 보면서 목적지인 갓바위에 겨우 올랐다. 보슬비가 내린다. 갓바위 앞에는 기도를 하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쉽게 얻으면 쉽게 잃는다고 했던가. 땀을 흘린 만큼 기분이 상쾌하다.
갓을 쓴 바위, 석조여래좌상 앞에 기도하는 사람들의 가지가지 사연은 힘든 삶 만큼 이나 다양할 것 같다. 아들·딸이 시험을 잘 보거나 취업, 결혼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소원, 사업이 번창토록 해 달라는 소원...
내려다 보는 확 트인 풍광이 시원하다. 기도하는 사람, 기와 시주하는 사람들로 붐빈 갓바위에서 희망이라는 끈을 놓지 않고 열심히 사는 우리 모습을 보았다. 산행도 하고 소원도 빌고 상쾌한 마음으로 등을 돌렸다. 다음 행선지는 서문시장이다.
▲ 하늘열차 지상 10 m의 하늘 열차다. 대구 도심을 달리며 회색 숲을 보는 스릴을 맛본다. 대구의 명소와 먹거리를 만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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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시장에 하늘열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두 가지를 함께 체험하는 셈이니 일거양득이다. 황금역에서 서문시장까지다. 할머니 한 분에게 서문시장에서 특색 있는 음식은 무엇이냐고 여쭤봤다. "뭐, 먹을 것이 없어요, 소문만 났지. 우리는 칼제비를 먹어요." 친절하게 가르쳐 주신다. 칼제비는 수제비와 칼국수를 합한 메뉴다.
▲ 서문시장 대구의 최대 재래시장인 서문시장에는 특산품, 먹거러, 의류 등 없는 것이 없다. 대형 마트도 입점을 포기할 정도로 모든 생활 용품,먹거리 등을 이곳에서 산다고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어 서민시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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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시장은 풍성하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시장에서 파는 거리 음식이 후각을 자극한다. 오후 7시부터 열리는 야시장은 엄청난 규모일 것 같다. 개장 첫날 10만 명이나 몰렸다고 하니 그 크기를 짐작할 만하다.
서문시장의 규모에 놀라고, 사람들에 놀라다 보니 시간이 오후 3시다. 아직 몇 군데는 더 들러야 한다. 다음 행선지인 송해공원을 향해 발길을 재촉했다.
▲ 송해공원 큰 바위의 표지석에 송해공원이라 표기되어 있다. 뒤에는 소나무 한 그루가 보이고 넓은 호수에는 평화로움이 흐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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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해 공원 누구나 힘들면 쉬었다 가는 공원 송해공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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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호수, 누구나 힘들면 쉬어 갈 수 있는 옥연지 송해 공원이다. 호수처럼 가슴이 큰 송해, 송해는 국민 MC다. 상대의 끼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같이 장단을 맞춰 준다. 국민 모두가 좋아하는 사회자였기에 우리는 국민 MC라 부른다.
송해 공원 표지석 뒤에는 소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송해를 상징하는 나무 같다. 바람개비 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호수를 가로질러 놓인 데크를 따라 걸었다. 수중 백 년 다리다. 가운데에는 정자 백세정이 보인다. 송해 선생에게 백세 이상 살라는 의미인가 보다.
백세정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수중 다리를 천천히 걸었다. 내리던 비가 그쳤다. 경북여행 1박 2일이 한 달이나 된 듯 길게 느껴진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전통과 문화, 과거가 공존하는 대구·경상북도 여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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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송해 선생님은 6월 8일 영면하셨고 우리는 6월 6일 송해 공원에서 송해를 보았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국민 MC 송해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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