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70에, 태어나서 처음 와 보는 곳

문운주 2022. 7. 4. 11: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박2일 경북 여행④] 대구 갓바위, 서문시장, 송해공원

[문운주 기자]

청송·안동을 거쳐 1박 2일 경북 여행 마지막 목적지는 대구다. 인구가 250만여명으로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이자 바다를 끼지 않은 내륙 도시다. 갓바위, 하늘열차, 서문시장... 대구 여정에 대한 셀렘 때문일까. 밤새 잠을 설쳤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짙게 깔렸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다. 전날 먹은 막창구이가 눈에 아른거린다. 안지랑 막창은 대구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다. 쫄깃쫄깃하고 식감이 최고다. 대구 음식 하면 막창구이다. 안지랑이라는 지명의 유래 또한 이제는 전설이다. 

해외여행은 생활 풍속이 우리와 다르거나, 과거 우리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면 좋다. 국내 여행 또한 마찬가지다. 말투나 생활 풍속이 다른 모습이면 더 좋다. 대구는 어쩌면 그런 곳일지 모르겠다. 태어나서 처음 와 보는 곳이다.

정성껏 빌면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들어준다는 갓바위
 
▲ 갓바위(석조여래좌상) 통일신라 9세기 전반 경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 해발 850m 갓바위(관봉, 석조여래좌상)는'정성껏 빌면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들어준다고 한다. 관봉, 갓바위, 석조여래좌상 등으로 불리운다.
ⓒ 문운주
 
팔공산은 대구, 영천, 경산, 군위, 칠곡 등 경북 5개 시군을 아우르는 해발 1193m의 우람한 산이다. 특히 통일신라 9세기 전반경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 해발 850m 갓바위(관봉, 석조여래좌상)는 '정성껏 빌면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들어준다'라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갓바위(관봉)까지는 "30여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죽기 전에는 처음이고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가이드의 협박(?)이 나를 더 이상 망설이지 않게 했다. 어깨 수술과 장염 때문에 도저히 오를 수 없는 형편이었지만...

6월 6일 아침 9시, 다행히 비가 그치고 무덥지 않은 날씨다. 주차장에서 절 입구까지 15분 거리, 10시부터 시내(경내) 버스를 운행한다고 한다. 걸어가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갑자기 버스 한 대가 우리들 앞에 멈춘다. 마음씨 좋은 기사님이 선심을 쓰기로 한 모양이다. 기분 좋은 아침이다. 

오른쪽 계곡에는 몇백 년 자란 듯한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길도 아스팔트 포장이 아닌 흙길이다. 흙길은 흙과 시멘트, 경화제를 일정 비율로 섞어 건조하는  공법이다고 한다. 송광사 무소유 길에선가. 한 스님이 선풍기를 돌려 흙을 말리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이런 흙길도 많은 사람의 노력과 정성이 들어있다. 

길 양편으로는 데크가 아닌 석등이 늘어서 있다. 특이하다. 모양은 석등인데 안에는 전등이다. 석등과 돌계단, 숲이 어우러진 야경이 이채롭다. 상상만 해도 아름다운 풍광이다.  
 
▲ 갓바위 계단길 대구의 명소 갓바위에 오르는 길이다. 양족으로는 길게 석탑 등이 서 있다. 조금 경사가 있어 숨이 차다. 수행의 길이 아닐까도 생각이 든다.
ⓒ 문운주
 
경사가 있는 계단길이 이어진다. 수행의 길 같기도 하다. 관암사를 통한 계단에는 1년 365일 찾는다고 해서 계단이 1365개라고 한다. 경산 쪽에서 오르는 계단은 몇 개나 될까. 한 남자분이 927(?)개라고 자신있게 설명한다. 어떻든 900여개는 넘을 듯하다.
 
▲ 갓바위  갓바위 계단 길을 오르던 한 스님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 문운주
숨이 가쁘다. 몇 걸음 못 가서 쉬기를 반복한다. 스님 한 분도 더우신 듯 땀을 닦는다. 가이드가 완주하기를 강조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작년과 다르다는 일행의 말이 귓전을 스친다. 있는 힘을 다해 계단을 오른다. 마음 속으로 하나, 둘 숫자를 세면서...

구백여개의 계단을 한 계단 한 계단 디디고 석등과 주위 숲을 보면서 목적지인 갓바위에 겨우 올랐다. 보슬비가 내린다. 갓바위 앞에는 기도를 하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쉽게 얻으면 쉽게 잃는다고 했던가. 땀을 흘린 만큼 기분이 상쾌하다. 

갓을 쓴 바위, 석조여래좌상 앞에 기도하는 사람들의 가지가지 사연은 힘든 삶 만큼 이나 다양할 것 같다. 아들·딸이 시험을 잘 보거나 취업, 결혼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소원, 사업이 번창토록 해 달라는 소원...

내려다 보는 확 트인 풍광이 시원하다. 기도하는 사람, 기와 시주하는 사람들로 붐빈 갓바위에서 희망이라는 끈을 놓지 않고 열심히 사는 우리 모습을 보았다. 산행도 하고 소원도 빌고 상쾌한 마음으로 등을 돌렸다. 다음 행선지는 서문시장이다. 

대구 최대의 재래시장인 서문시장
 
▲ 하늘열차 지상 10 m의 하늘 열차다. 대구 도심을 달리며 회색 숲을 보는 스릴을 맛본다. 대구의 명소와 먹거리를 만난다
ⓒ 문운주
늘 접하는 교통시설이나 재래시장 등이 외지인이 볼 때는 특이하게 느낄 때가 있다. 하늘열차라 부르는 지상철이 그렇다. 도시가 내려다 보이고 회색 빌딩 숲을 이리저리 통과하는 스릴도 느낄 수 있다.

서문시장에 하늘열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두 가지를 함께 체험하는 셈이니 일거양득이다. 황금역에서 서문시장까지다. 할머니 한 분에게 서문시장에서 특색 있는 음식은 무엇이냐고 여쭤봤다. "뭐, 먹을 것이 없어요, 소문만 났지. 우리는 칼제비를 먹어요." 친절하게 가르쳐 주신다. 칼제비는 수제비와 칼국수를 합한 메뉴다. 

대구 최대의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이다. 없는 것이 없다. 특산품, 농산물, 먹거리 등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대규모 재래시장이라고 부를 만하다. 특이하게 시장 길 가운데에는 먹거리를 팔고 양쪽으로 사람들이 통행하도록 하는 구조다. 
 
▲ 서문시장 대구의 최대 재래시장인 서문시장에는 특산품, 먹거러, 의류 등 없는 것이 없다. 대형 마트도 입점을 포기할 정도로 모든 생활 용품,먹거리 등을 이곳에서 산다고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어 서민시장이다.
ⓒ 문운주
 
서문 시장은 풍성하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시장에서 파는 거리 음식이 후각을 자극한다. 오후 7시부터 열리는 야시장은 엄청난 규모일 것 같다. 개장 첫날 10만 명이나 몰렸다고 하니 그 크기를 짐작할 만하다.  

서문시장의 규모에 놀라고, 사람들에 놀라다 보니 시간이 오후 3시다. 아직 몇 군데는 더 들러야 한다. 다음 행선지인 송해공원을 향해 발길을 재촉했다.

포근하게 감싸주는 듯한 송해 공원
 
▲ 송해공원 큰 바위의 표지석에 송해공원이라 표기되어 있다. 뒤에는 소나무 한 그루가 보이고 넓은 호수에는 평화로움이 흐른다
ⓒ 문운주
   
▲ 송해 공원 누구나 힘들면 쉬었다 가는 공원 송해공원이다.
ⓒ 문운주
 
넓은 호수, 누구나 힘들면 쉬어 갈 수 있는 옥연지 송해 공원이다. 호수처럼 가슴이 큰 송해, 송해는 국민 MC다. 상대의 끼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같이 장단을 맞춰 준다. 국민 모두가 좋아하는 사회자였기에 우리는 국민 MC라 부른다.

송해 공원 표지석 뒤에는 소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송해를 상징하는 나무 같다. 바람개비 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호수를 가로질러 놓인 데크를 따라 걸었다. 수중 백 년 다리다. 가운데에는 정자 백세정이 보인다. 송해 선생에게 백세 이상 살라는 의미인가 보다. 

백세정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수중 다리를 천천히 걸었다. 내리던 비가 그쳤다. 경북여행 1박 2일이 한 달이나 된 듯 길게 느껴진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전통과 문화, 과거가 공존하는 대구·경상북도 여행을 마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송해 선생님은 6월 8일 영면하셨고 우리는 6월 6일 송해 공원에서 송해를 보았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국민 MC 송해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