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

2022. 7. 4.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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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수교 이후 지난 30년간 북한 및 북핵 문제에서의 '중국 역할'에 대한 논란은 지속돼 왔다.

북한 및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정책 기조와 변화 요인을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파악하고 한국이 설득하고 견인할 수 있는 중국 역할의 최대치를 냉정하고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미·중 전략경쟁이 고조되고 북한 핵실험이 임박한 상황에서 최소한 북한발 한반도 위기를 관리하는 데 있어 중국의 역할을 견인하는 것은 여전히 매우 중요하고 현실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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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률 (동덕여대 교수·중국학과)


한·중 수교 이후 지난 30년간 북한 및 북핵 문제에서의 ‘중국 역할’에 대한 논란은 지속돼 왔다. 북한이 도발하면 중국 역할론이 등장하고, 기대했던 역할이 견인되지 않으면 중국 책임론으로 옮겨갔다. 그리고 한·미동맹 또는 한·미·일 안보협력을 동원해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압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다시 ‘중국 뒷문’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비핵 협상 과정에서도 3자 또는 4자 회담이 제기되면서 중국 역할과 중국 소외 사이에서 논란은 지속됐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제재를 둘러싸고 다시 중국 뒷문과 중국 역할에 대한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정부는 정권의 성격에 따라 북한(핵) 문제에서 중국 역할을 자의적으로, 때로는 과대평가하고 때로는 과소평가했다. 한국이 희망하는 중국 역할을 견인하려 하기에 앞서 중국이 과거 어떤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해 왔는지 냉정하게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30년간 중국은 나름의 일정한 패턴하에 역할을 도모해 왔다.

우선 2003년 2차 북핵 위기 이후 중국은 북·미·중 3자 회담을 중재하고 6자 회담의 주최자로서 역할을 한 바 있다. 그리고 2017년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중국은 미국과 협의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유엔의 고강도 대북 제재에 참여했다. 북핵 위기 국면에서 중국이 대화 중재와 제재 강화라는 다른 방식으로 역할을 했지만 공통점이 있다.

2003년, 2017년 모두 미국의 군사옵션 사용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북한 체제와 한반도 정세의 위기가 고조됐다. 중국은 북핵 해결은 북·미 간의 문제이고 중국 역할도 제한적이므로 섣불리 나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북한 체제의 위기가 우려될 경우 북한을 대화로 견인하거나 견제하면서 위기를 관리하는 역할을 해 왔다. 중국은 북·미 간 대화와 협상이 진전되는 상황에서도 역할을 모색했다. 예컨대 1994년 10월 리펑 총리의 방한에 이어 1995년 4월 챠오스 전인대 상무위원장, 그리고 11월 장쩌민 주석까지 방한하면서 1년 남짓 중국 권력서열 상위 3명 모두가 한국을 방문하는 이례적인 일이 있었다. 당시 미국의 중국 압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1994년 10월 중국을 배제하고 북·미 제네바 합의가 이뤄졌다.

2018년에도 북·미 정상회담이 전격적으로 진행되자 중국은 유사한 대응을 했다. 2011년 이후 7년간 중단됐던 북·중 정상회담이 급작스럽게 재개됐을 뿐만 아니라 2018년 3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총 5회의 북·중 정상회담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다시 한반도에서의 중국 역할에 대한 논의가 재개됐고,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중국 배후설’까지 제기하면서 북·미 협상에 중국의 개입을 경계했다.

요컨대 중국은 미국과의 대립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전략적 완충지역으로서 북한의 가치가 부각됐고, 그에 따라 북한 체제 유지와 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중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못지않게 북한 체제의 위기 역시 중요한 안보 도전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즉 중국이 역할을 모색하는 데 있어 미국과 북한이 중요한 변수였다. 북한 및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정책 기조와 변화 요인을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파악하고 한국이 설득하고 견인할 수 있는 중국 역할의 최대치를 냉정하고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미·중 전략경쟁이 고조되고 북한 핵실험이 임박한 상황에서 최소한 북한발 한반도 위기를 관리하는 데 있어 중국의 역할을 견인하는 것은 여전히 매우 중요하고 현실성이 있다. 위기관리를 위한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이 지속돼야 하는 까닭이다.

이동률 (동덕여대 교수·중국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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