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종삼 (6) 모든 게 봄 같았던 '1985년'.. 결혼과 득남, 목사 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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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로회신학대를 부르는 또 다른 명칭은 '광나루 신학교'다.
광나루 언덕 위에 자리 잡은 학교는 언제나 조용히 세상을 바라보는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 거제 출신이라는 게 마음에 들었다.
목사다운 목사로, 겸손히 주의 일을 하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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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출신 성도와 결혼하고 아들 출산
연산교회 전임전도사 부임 후 목사안수
장로회신학대를 부르는 또 다른 명칭은 ‘광나루 신학교’다. 광나루 언덕 위에 자리 잡은 학교는 언제나 조용히 세상을 바라보는 것만 같았다. 광나루에서 신학 공부를 시작한 건 1982년이었다.
당시는 신군부 세력이 득세하던 엄혹한 때였다. 나 또한 격랑에 빠진 일이 있었다. 여름방학을 맞아 고향에 내려갔었는데 마침 한 살 많은 사촌 형을 만났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던 중 광주 사태에 관해 이야기 했었다.
“광주 사태는 신군부가 정권을 빼앗기 위해 벌인 일이래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이다. 군인이 자국민을 죽인 끔찍한 비극인 기라.”
문제는 형님이 장승포의 다방에서 친구들을 만나 내 말을 전했고 이걸 경찰이 들은 것이었다. 그 자리에서 경찰에 붙잡힌 형님은 수사를 받던 중 내게 들은 이야기라고 말했다고 한다.
어느 날 기숙사에 들어가는데 경찰들이 나를 붙잡았다. “자네가 이종삼인가.” 그렇다고 하자 곧바로 경찰서로 잠깐 가자는 말이 이어졌다. 그 길로 경찰서로 연행됐다. 추석을 목전에 앞둔 때였다. 고향에 가려고 기차표까지 사 놨지만 나는 열흘 동안 서울 성동경찰서에서 구류를 살았다. 나채운 교수님과 친구들이 면회를 오기도 했었다. 그 일로 ‘출옥 성도’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때 경험이 훗날 거제에서 시민사회운동을 하는 자양분이 됐다. 사람의 운명은 오직 주님만 아실 뿐이다.
아픈 시대였지만 선지 동산에는 찬양과 기도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졸업이 다가오자 사역지를 정해야 했다. 동기들도 사역지를 찾느라 어수선했다. 연말이 다가오자 하나둘 사역지를 정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나도 몇 군데 이력서를 보내고 기도하며 기다렸다. 그러던 중 부산 동래구에 있는 동래중앙교회에서 나를 불렀다. 교육 전도사로 사역을 시작하게 됐다.
이곳에서 운명의 여인도 만났다. 하미영이라는 청년에게 자꾸 눈이 가는 게 아닌가. 무엇보다 거제 출신이라는 게 마음에 들었다. 교역자와 청년이다 보니 처음에는 거리가 느껴졌지만, 진심이 통했는지 서서히 가까워졌고 연인으로 발전했다. 신앙 안에서 만난 우리는 결혼을 약속했고 이듬해 85년 1월 백년가약을 맺었다. 그해 10월 첫아들이 태어났다.
목사 안수를 받기 직전 부산 연제구의 연산교회에 전임 전도사로 부임했다. 목사 안수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부산동노회에서 받았는데 막 태어난 아들을 안고 갔다. 목회자로 거듭난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는 안수식에 새 생명과 함께 간 것이 큰 보람이었다. 거듭난 사람의 삶이란 어때야 하는지 생각하고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 목사다운 목사로, 겸손히 주의 일을 하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었다. 내게 ‘1985년’은 모든 게 새로 시작한 봄 같은 해다. 결혼과 득남, 목사 안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부산에서의 사역은 안정적이었다. 고향 거제와도 멀지 않아 낯선 느낌도 들지 않았다. 아내도 만족했고 아이도 잘 자랐다. 하지만 사역이 안정될수록 마음 한쪽이 편하지 않았다. 왜일까. 몸은 편한데 마음이 불편했다. 이유는 하나, 내 고향 거제 때문이었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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