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째 총리 노리는 탁신 가문..이번엔 36세 막내딸이 도전 [후후월드]

박소영 2022. 7. 4.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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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후월드]는 세계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을 파헤쳐 보는 중앙일보 국제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친나왓. 이 성(姓)을 쓰면 태국 정계에선 천하무적이 된다. 차기 총선 관련 설문조사에서 정치 입문 9개월 차 패통탄 친나왓(36)이 유력 총리 후보 1위를 차지하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패통탄 친나왓이 지난 4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푸어타이당 연례회의에서 자신의 사진이 뜬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탁신' 브랜드 효과…막내딸도 태국 총리 후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일간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패통탄은 여론조사기관 니다(NIDA)의 차기 총리 관련 설문 조사에서 25.28%의 지지를 얻어 1위에 올랐다. 18세 이상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0~23일까지 진행한 전화 조사에서다. 지난해 10월 태국 제1야당 푸어타이당 총회에서 깜짝 등장한 그는 정계 입문과 동시에 당 수석 고문으로 임명됐다. 지난 9개월 동안 열렬하게 총선 운동을 이끌더니 태국 총리 유력 후보로 부상했다.

정치 신인이 이렇게 주목을 받는 건 그가 친나왓 가문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태국 현대 정치의 최고 '이슈메이커' 탁신 친나왓(73) 전 총리의 막내딸이다.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트타임스(ST)는 이스라 순톤부트 태국 전 국회의원을 인용해 "'탁신 친나왓'이라는 이름에는 마법이 있다"면서 "태국 정계에서 탁신 영향력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지 부산외대 태국어과 교수는 "태국 정치사는 탁신 등장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탁신은 절대적인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의 막내딸인 패통탄 친나왓(가운데)이 지난 5월 방콕에서 열린 푸어타이당 거리 유세에 나가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AFP=연합뉴스


태국 북부 치앙마이 출신인 탁신은 1980년대 중반 이동통신사업에서 대성공을 거두면서 억만장자가 됐다. 1998년 타이락타이당을 창당한 후, 서민을 위한 경제 및 복지 정책으로 소외됐던 농촌 지역 유권자를 적극 공략해 2001년 총선에서 승리해 총리가 됐다. 이후 30바트(약 1000원) 정도만 내면 의료보험 혜택을 받게 하고, 농가 부채를 대폭 탕감해줘 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반면 도시 부유층과 왕당파로부터는 견제를 받았다. 결국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했고 2007년 타이락타이당은 해산됐다. 그는 2008년 실형이 예상되는 권력남용 관련 재판을 앞두고 해외로 도피했다.

그런데도 탁신을 지지하는 '붉은 셔츠' 물결은 끊이지 않았다. 탁신을 옹호하는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면서 탁신 정당을 계승한 푸어타이당도 힘을 얻었다. 탁신은 지난 2011년 자신의 후임자로 막내 여동생 잉락 친나왓(55)을 지목했다. 잉락은 탁신 후광을 업고 정치 입문 두 달 만에 태국 첫 여성 총리가 됐다. 그러나 3년 후 오빠처럼 군부 쿠데타로 물러났다. 잉락도 2017년 부정부패 방치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해외로 도피했다.


사면 노리는 탁신, 여동생 대신 딸이 이뤄줄까

두바이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는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오른쪽)이 지난해 정치에 입문한 막내딸 패통탄과 손녀와 함께 한 모습. 패통탄 인스타그램


이런 불운한 역사 이후 친나왓 가문은 정계 입문을 꺼렸다. 그러다 패통탄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총리 임명 최소 연령인 35세가 되자마자였다. 정계 입문 후 그가 푸어타이당에서 맡은 역할은 당원 수를 늘려 내년 초로 예상되는 총선에서 대승을 돕는 것이었다. 앞서 잉락은 유세 행사에서 대놓고 "오빠를 좋아한다면 여동생인 나에게도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패통탄의 전략은 조금 다르다. 총리 도전에 대해선 즉답을 피하면서 소셜미디어(SNS)에 두바이에 도피 중인 부친의 사진을 올려 탁신 지지자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사진 속 탁신은 패통탄의 한 살배기 딸을 돌보는 외할아버지 모습이다. 패통탄은 붉은 셔츠를 입고 "아빠의 '어린 소녀'"라고 자신을 칭하며 대중들의 호감을 공략한다.

방콕포스트·ST 등 태국 매체에 따르면 패통탄이 갑자기 정치를 시작한 건, 탁신이 사면을 원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탁신은 지난해 SNS를 통해 "정문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사면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잉락 총리 취임 후인 2013년 탁신 사면이 추진됐다가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고 군부 쿠데타로 이어졌다. 이런 교훈 때문인지 패통탄은 아직 총리 욕심을 드러내지 않고 절제한 유세를 보인다. 이런 가운데 패통탄이 차기 총리 여론 조사에서 1위에 오르자 태국 정치 분석가들은 "가족을 위해서 일하는 부패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태국 정치 왕조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금수저 패통탄, 명품 등 화려한 생활 공개에도 찬사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이 올 초 돌이 지난 딸과 스위스 스키장은 찾은 모습. 샤넬 가방과 부츠 등을 착용했다. 패통탄 인스타그램


탁신의 세 자녀(1남 2녀) 중 막내인 패통탄은 남 부러울 것 없이 자란 금수저다. 1986년 미국에서 태어났고, 태국 최고 명문인 출라롱콘대 정치학과를 나와 영국 서리대학교에서 호텔경영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가족 소유 부동산·호텔 관련 사업에서 일했다. 그 중 하나인 부동산 개발업체 SC애셋의 최대 주주로 지분 가치가 40억 바트(약 1450억원)에 달한다. 2019년 민항사 조종사와 결혼해 2021년 딸을 낳았다. 패통탄 SNS에는 샤넬·루이뷔통 등 화려한 명품을 착용한 사진이 즐비하다. 값비싼 호텔에서 식사하고, 스위스로 스키 여행을 다녀온 사진을 올려놨다. 그런데도 반감보다는 찬사가 많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지지를 얻고 있다.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50만명에 달한다. 이미지 교수는 "탁신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존재하지만, 그가 처음으로 서민을 위하는 정책을 전개하면서 얻은 대중적인 지지가 여전하다"고 전했다.

반탁신파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10월 패통탄이 정계에 등장하자마자 대학 입시 비리가 제기됐다. 태국 공영 PBS에 따르면 출랑롱콘대 교수가 지난 2004년 입시에서 패통탄의 2차 시험 점수가 1차 시험에 비해 너무 높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1차 수학 점수는 27점인데 2차에선 63점으로 급등했다는 것이다. 당시 아버지 탁신이 총리였다.

아무리 탁신 영향력이 대단해도 패통탄이 다가오는 총선에서 총리 선출까지 가능할 정도의 대승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태국에서 총리가 되기 위해선 소속 정당 내지 연합세력이 상·하원 750석 중 과반수인 376석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문제는 태국 군부정권이 2017년 개헌을 통해 정부가 선임한 상원의원 250명도 총리 선출에 참여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패통탄이 연정 없이 총리가 되기 위해서는 푸어타이당이 하원 500석에서만 75%에 달하는 376석을 얻어야 한다는 얘기다. 푸어타이당은 지난 2019년 총선에서 136석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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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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