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감사원 '소쿠리 투표' 감사 착수..선관위 "중립성 침해"

박태인 2022. 7. 4.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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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8일 확진자 사전투표 혼란과 관련해 사과를 하던 노정희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모습. 노 전 위원장은 이 사건의 여파로 지난 4월 중도 사퇴했다. [연합뉴스]


감사원이 지난 대선 당시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을 부른 코로나 확진자 사전투표 관리 부실 의혹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다. 감사원은 4일 중앙선관위에 다수의 감사관을 투입해 선거 업무와 회계 관련 자료를 요구하는 예비 감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자료 수집이 끝난 뒤 이뤄지는 정식 감사는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의 “신속 감사”지시에 따라 국회 국정감사 이전인 9월경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3년마다 하는 선관위 정기감사의 일환”이라면서도 “이번 감사에선 단순 행정과 회계 검사뿐 아니라 소쿠리 투표 논란 등 지난 대선의 선거 업무와 관련한 직무 감찰도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이 헌법기관인 선관위의 선거 업무에 대한 직무 감찰을 하는 건 전례가 드문 일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실제로 감사원이 세부적인 선거관리 업무 내역까지 들여다볼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위 기간 충돌했던 감사원과 선관위


감사원의 이번 감사가 주목받는 건 앞서 두 기관이 확진자 사전투표 관리 부실 문제를 두고 정면충돌하는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관련기사 중앙일보 4월 7일 6면〉 감사원은 지난 3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선관위의 확진자 사전투표 관리 부실 논란에 대한 직무감찰 계획을 보고했다. 이 사실은 당시 중앙선관위가 헌법기관이란 이유로 인수위의 간담회 요청을 거부한 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였던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의 긴급 브리핑을 통해 알려졌다.
지난 3월 5일 20대 사전투표 둘째 날 오후 해운대구 주민센터 지하 주차장에 마련된 격리자·확진자 임시투표소에 놓인 확진자용 투표함 모습. 우체국 택배용 종이 상자에는 '확진자용'이라는 글씨가 선명하다.(파란색 원). 이날 투표를 하러 온 확진자들은 선관위의 부실 대처에 반발을 했고, 선관위는 소쿠리투표 기관이란 조롱을 받았다. [연합뉴스]

중앙선관위는 지난 4월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실의 질의 답변을 통해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구로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며 “대통령 소속 기관인 감사원이 선관위에 직무 감찰을 하는 건 헌법기관의 직무수행 독립성과 중립성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반발했다. 감사원법에 따라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와 같이 회계와 재무 감사는 받아왔지만, 선거관리라는 선관위의 본질적 업무에 대한 감찰은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선관위 고위 관계자는 “선관위는 자체 선거 감사 시스템을 갖고 있다”며 “소쿠리 투표 논란과 관련해서도 자체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뼈를 깎는 개선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반면 감사원 관계자는 “선관위가 자료 협조를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적절한 협의 과정을 통해 해법을 찾을 것”이라며 직무 감찰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모호한 감사원법 조항


선관위와 감사원이 ‘감찰 범위’를 둘러싸고 충돌하는 건 직무감찰에 대한 현행 감사원법의 모호한 조항 때문이다. 헌법 제97조는 감사원의 감사 범위를 ‘행정기관 및 그 공무원의 직무’라고 한정해 헌법기관은 예외를 두고 있다. 그런데 감사원법 24조는 직무 감찰의 범위는 ‘행정기관의 사무와 그에 소속된 공무원의 직무’로 규정하고 있으며, 그 3항엔 직무감찰의 제외 대상으로 ‘국회와 법원, 헌법재판소 소속 공무원’을 명시했다. 헌법기관인 선관위가 직무감찰 제외 대상에서 빠져있는 것이다.
지난 3월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였던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감사원의 선관위 직무감찰 계획 보고와 관련한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래서 감사원은 감사원법을, 선관위는 헌법을 들며 감찰 범위를 다르게 해석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과거 국회에선 선관위를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감사원법 개정안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본회의 문턱까지 오른 적은 없었다. 결국 향후 감사원과 선관위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선관위 내부에선 감사원의 직무감찰에 대한 반발 기류가 거세다. 선관위 일각에선 확진자 부실관리 논란이 컸던 만큼 “일회성으로 감찰을 받아들이자”는 의견도 있지만, “한번 둑이 무너지면 뒷감당을 할 수 없다”는 강경론이 훨씬 우세하다고 한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도 지난 5월 인사청문회에서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 여부에 대해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으로서 직무감찰에 대한 명확한 법률상 근거도 찾기 어렵지 않나 생각된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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