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몸을 드러내다

2022. 7. 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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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자신의 몸을 과감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루도빅 드 생 세르넹

남자와 여자 모두 자신의 몸을 자유롭게 드러낼 권리가 있다.

〈코스모폴리탄〉은 시즌 내내 빅 트렌드가 되어 돌아온 ‘여자들의 노출’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사실 이것은 단지 여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번 시즌 맨스 런웨이에도 헐벗은 남자들이 대거 등장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점이 있다. 남자 모델들의 옷이 마치 여자들의 과감한 섹시 룩같이 보였기 때문. 남자들의 섹시함이란 오랜 세월 매스큘린함을 바탕으로 변화해왔다. ‘슈트를 차려입은 섹시한 남자’처럼. 구찌 시절의 톰 포드나 장 폴 고티에와 같은 진보적인 천재 디자이너들에 의해 여성성을 탐닉한 관능적인 맨스 룩이 이따금 등장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의 맨스 런웨이엔 여자들의 옷장에서 가져온 것 같은 룩이 즐비하다. 그리고 남자 모델들은 그 옷을 걸친 채 자신의 몸을 과감히 드러내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남성미가 탄생한 순간! 컷아웃, 오프숄더, 시스루, 본디지를 비롯한 디테일부터 크롭 톱, 미니스커트, 드레스, 심지어 브라톱까지! 이는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호하는 신진 디자이너 레이블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펜디와 버버리를 비롯한 빅 패션 하우스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펜디의 디자이너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는 슈트 재킷과 셔츠의 반을 싹둑 자른 것 같은(마치 미우치아 프라다의 미우미우가 연상되는!) 크롭트 슈트를 남자들에게 입혔다. 심지어 드러난 배와 허리에는 체인까지 둘러져 있다. 버버리의 리카르도 티시는 지난 시즌 맨스 스커트를 선보이며 표현의 자유를 찬양했듯 이번 시즌엔 브라톱을 변형한 듯한 디테일과 컷아웃을 선보였다. 이 밖에, 에르베 레제의 본디지 드레스가 연상되는 본디지 톱을 디자인한 스테판 쿡, 크롭 톱부터 오프숄더 드레스까지 여성복의 요소를 다채롭게 활용한 GmbH, 배 한가운데에 조형적인 원형 컷아웃을 더한 슬리브리스 톱을 제안한 쿠레주, 가슴을 훤히 드러내는 드레싱을 선보인 생 로랑과 에트로, 컷아웃 보디슈트를 남자 모델에게 입힌 자크뮈스, 스커트와 결합된 마이크로 쇼츠에 컷아웃 니트 톱을 매칭한 프라다 등 수많은 브랜드가 여성복처럼 보이는 맨스 룩을 내놓았다. 그리고 이들의 선두에는 파리의 신성 루도빅 드 생 세르넹이 있다. “저는 무슈 생로랑을 존경해요. 그가 남성복을 차용해 여성복을 만들었듯, 여성복을 차용해 남성복을 만들고 싶었어요. 또한 아제딘 알라이아도 사랑해요. 그는 그 누구보다도 여성의 몸을 높게 평가하고 찬양했죠. 저도 남자의 몸을 비슷한 방식으로 다루고 싶었어요.” 한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그는 빅토리아 시크릿의 판타지 브라와 같은, 남자를 위한 슈퍼 란제리를 만들기 위해 스와로브스키로 팬티를 만들고, 브라톱과 미니스커트를 비롯한 새로운 개념의 맨스 아이템을 창조했다. “섹시하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니라, 우리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행위예요. 저는 제가 입고 있는 옷이 여자 것인지, 남자 것인지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죠. 저는 제 브랜드가 성별에 대해 쉽게 표현하기를 바라요. 제 브랜드 캠페인 속 남자들은 자신이 입고 있는 것이 남성적인지 자문하지 않아요. 단지 있는 그대로 자신을 보여줄 뿐이죠.” 생 세르넹의 말처럼 우리가 오늘날 마주하는 노출은 성별과 관계없이 그저 섹시하게 보이기 위함이 아닌 일종의 해방에 관한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옷 안에 몸을 가두는 것이 아닌 완전한 자유 말이다. 남자와 여자 모두 자신의 몸을 자유롭게 드러내고 이야기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옷이란 성별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는 것 또한 기억해야 할 점. 현대의 여성복은 이제 더 이상 여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근대 이전의 역사 속에서도 여자와 남자의 옷이 구분되어 있던 것이 아니지 않던가. 개성과 다양성이 존중받는 지금. 성의 경계가 없는 젠더리스의 시대를 넘어, 우리는 유동적으로 성을 넘나드는 젠더 플루이드의 시대를 맞이했다. 젠더를 논하는 것이 지루하게 느껴지듯(이 말을 쓰는 것조차 지루하다!) 노출에 관한 것도 마찬가지다. 2022년 현재, 현실의 남자들이 이 룩을 즐기는 것이 그저 이 글의 제목처럼 ‘Surreal but Nice(초현실적이지만 멋진)’일 수 있겠으나(물론 진보적인 패션 아이콘들은 이미 즐기고 있지만!), 르 스모킹이 탄생된 지 20여 년이 지나 수많은 여성이 팬츠 슈트를 즐겼듯, 20년 뒤에는 충분히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다양한 성의 커플이 브라톱을 커플 룩으로 맞춰 입는 그 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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