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알바생·헬스맨' 가상인간 파격 데뷔시킨 김형석 왜

전영선 2022. 7. 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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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PD가 지난달 23일 서울 성수동 노느니특공대 스튜디오에서 메타휴먼 밴드 사공이호(402호) 포스터를 보여주고 있다. 강정현 기자

혼성 3인조 신인 그룹 ‘사공이호(402호)’를 보고 있으면 이건 마치 가요계 경력 30여 년인 김형석(55) PD(노느니특공대 엔터테인먼트 대표)의 ‘가시밭길 퀘스트’ 같다. 우선 멤버들이 메타휴먼, 즉 가상 인간이다. 선례가 거의 없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과연 가요계에 일정한 정도의 임팩트를 줄 수 있을지 지금으로썬 가늠하기 힘들다. 현재 K팝 주류인 ‘놀라운 비주얼에 완벽한 춤과 노래를 보여주는 아이돌’과 거리가 한참 멀다.

데뷔곡 ‘웨이크 업’ 등을 통해 공개된 사공이호의 세계관은 다소 어둡다. 키워드는 ‘언더독’(승리할 확률이 낮은 팀이나 선수), ‘사회적 루저’(패자). ‘악하지 않은 조커’다. 밴드 프로듀서 역할을 하는 오리알씨는 이상한 게이트(문에 새겨진 상형문자가 ‘402호’처럼 보인다고 해서 밴드명으로 정해졌다는 설정)를 통해 다른 행성, 혹은 다른 차원에서 왔다는 설정이다. 보컬 쑤니는 하고 싶은 장르만 고집하는 편의점 알바생, 댄스 담당 이태원팍은 걸그룹 댄스에 심취한 ‘헬창’(헬스 매니아)이다. 셀 수 없이 많은 발라드 명곡, 이마트 밀키트 ‘피코크 송’에서 더불어민주당 당가까지 무려 1500곡을 만든 김 PD는 왜 이런 도전에 나섰을까. 지난달 23일 서울 성동구 노느니특공대 스튜디오에서 김 PD를 만나 물어봤다.

사공이호는 댄스담당 이태원 팍(왼쪽부터), 프로듀서 오리알씨, 보컬 쑤니로 구성돼 있다.

Q : 사공이호가 지난달 음악방송(인기가요)에서 데뷔 무대를 선보였다. 반응은 어떤지.
A : “해외에선 대부분 ‘멋있다’ ‘충격적이다’ ‘새롭다’고 하는데 국내에선 ‘못생겼다’ ‘아이돌답지 않다’라는 반응이 있다. 음악에 대해선 대부분 좋다는 평가다. 아무래도 디지털 캐릭터이다 보니, 음악이라는 본질에 좀 더 노력해야 한다고 봤다. 중간에 랩이 들어가긴 하지만 멜로디가 우선 들리도록 했다. 뮤직비디오는 우주적이고, ‘이게 뭐지’하는 궁금증을 주려고 했다. 호기심이 관심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Q : 멤버들을 ‘아웃사이더’로 설정한 이유는.
A : “버추얼에서 지금 보여주고 있는 건 사람이 이미 다 잘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춤추고 노래하는 건 사람도 잘한다. 우리까지 굳이 그걸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리적인 현실 세계에서 실현할 수 없는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게 디지털의 매력이라고 본다. 우린 조금 더 SF에 가까운, 혹은 고어(공포물)적인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두 가지가 상상력을 극대화해 차별화하는 것과 음악이다. 향후 사공이호가 웹툰이나 책, 혹은 드라마로 파생돼 갈 때 유리하다. 또 이미 디지털화돼 있기 때문에 대체불가토큰(NFT) 발행이나 메타버스에서의 활용에 용이하다.”

Q : 사공이호가 나중에 슈퍼스타가 되는가.
A : “그걸 정해두지 않았다. 결말이 정해져 있으면 갑갑해진다. 계속 확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둬야 한다. 대신 이 세계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엔터테인먼트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감동이다. 디지털이지만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잃지 않은 ‘디프로마 유니버스’(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다.”

Q : 디지털 현실을 대변하기 위한 팀인가.
A : “그렇다. 사공이호는 디지털 안에서 존재하고 시공간을 초월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멋있음 뿜뿜’이 아니다. 대신 시공간을 건너 마이클 잭슨을 만날 수 있다던가, 밥 딜런을 만날 수 있다. 음악을 통해 감성을 건드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우린 애니메이션 주인공을 만드는 게 아니니까.”

Q : 그동안 가요계에서 느꼈던 답답함이라던가, 그런 데서 나온 것인가.
A : “그렇다. 나는 곡을 쓰는 사람이고, 어쿠스틱 시절을 거쳐 MP3, 음원, 스트리밍 등의 변화를 겪었다. (음악 소비 방식이) 플랫폼으로 바뀌었고. 이제는 메타버스라는 또 다른 형태가 올 것이다.”

Q : 제작 기간·비용은 일반 가수와 비교하면 어떻게 다른가.
A : “기간은 준비 기간부터 약 1년 반 정도 된다. 제작비와 시간은 아이돌 그룹 제작보다는 덜 든다.”

Q : 아이돌이 그만큼 정형화된 건가.
A : “그보다는 아직도 K팝이 발전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말이다. 특히 엔터와 테크가 결합했을 때에 새로운 재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 사공이호의 장르는 무엇인가.
A : “K팝의 확장이다. K팝을 사람이 하느냐 캐릭터가 하느냐 차이일 뿐이다.”

Q : 사공이호를 관통하는 철학이 있나.
A : “인간과 아날로그다. 아날로그 인간이 가진 욕망이 디지털을 통해 극대화하는 것이다.”

Q : 가요계에 오래 있었는데, K팝 산업은 현재 어떤 단계인가.
A : “이제 폭발하는 시기다. BTS와 블랙핑크를 선두로 전 세계가 K팝이라는 단어를 알게 됐다. 이 다음은 다양성이 있어야 롱런(장기흥행)할 수 있다. (쇠퇴한) 홍콩 누아르 영화처럼 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하나의 장르로만 계속 가는 것은 조금 위험할 수 있다. 다양한 장르, 테크놀러지와의 결합, 다양한 이야기가 중요한 시점이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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