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X·스크린X, 극장만이 줄 수 있는 가치"
"국내 유일의 기술..CG와 효과 우리 손으로 만들어 내"
배우 톰 크루즈가 탄 전투기가 창공을 가로지르자 차가운 바람이 얼굴에 부딪쳤다. 전투기가 좌우로 방향을 바꿀 때마다 마치 실제 전투기를 탄 것처럼 몸이 움직였다. 양 옆 스크린으로 보이는 하늘 위 풍경을 감상할 때쯤 전투기가 급강하했다. 지상으로 떨어지는 듯한 모션체어의 움직임에 온 몸에 힘이 들어갔다.
지난달 30일 CGV의 4DX와 스크린X를 총괄하는 CJ 4D플렉스 이지혜 4DX 스튜디오 팀장과 오윤동 스크린X 스튜디오 팀장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 9층 시사실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지난달 개봉한 영화 ‘탑건:매버릭’의 4DX와 스크린X 작업에 참여했다.
이 팀장은 “배우들의 구체적인 움직임과 표정, 감정을 분석해 관객들도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면 성공한 4DX”라며 “전투기는 실제 경험하기 어렵다보니 몸이 어떻게 흔들리고 관성이 어떤지 연구했다. 카메라 샷이 넘어갈 때마다 어떤 맥락이 있는지 파악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탑건2’는 기술 특별관을 이용하는 관객의 비중이 크다. CGV 데이터전략팀의분석에 따르면 개봉 1주차 기준 상영관별 좌석판매율은 4DX 스크린관이 64.7%로 가장 높고 4DX관이 42.2%, 아이맥스관이 41.1%로 그 뒤를 이었다.
4DX 스크린관은 모션체어를 통한 움직임과 바람, 향기 등 영화 속 환경을 체험할 수 있는 4DX에 전면과 좌우로 구성된 3면의 스크린을 적용한 스크린X를 결합한 상영관이다.
오 팀장은 “‘탑건2’엔 지금까지 개봉한 영화 중 가장 많은 스크린X 효과가 적용됐다. 아날로그 필름으로 제작된 전편의 향수가 많이 묻어있는 작품인데, 디지털로 제작한 속편을 스크린X로 만든다는 건 떨리는 일이었다”며 “‘관객들이 주인공과 함께 활주하는 느낌을 만들어내자’, 속된 말로 ‘토 나오게 해보자’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무엇보다 영화가 스크린X 형식에 잘 맞아 관객들의 체험 만족도가 높았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4DX와 스크린X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이다. 각각 2009년과 2013년에 론칭해 현재 4DX는 전세계 69개국에서 783개관, 스크린X는 38개국에서 350개관이 운영되고 있다.
오 팀장은 “스크린X로 상영되는 영화는 양쪽 스크린의 컴퓨터그래픽(CG)을 우리가 새로 만드는데, 보통 사람들은 영화 본편의 화면을 키워서 좌우 스크린에 붙이거나 제작사가 화면을 연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며 “영화 한 편의 제작 기간이 길게는 5년에 달하지만 8주 가량의 기간 동안 본편과 똑같은 CG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4DX와 스크린X로 개봉하기 위해 영화 감독과 제작자, CGV는 긴밀한 협의를 거친다. 영화를 제작하는 스튜디오 측에서 먼저 4DX나 스크린X를 제안하기도 하고, 다음해 콘텐츠 수급 계획도 미리 논의한다.
오 팀장은 “‘탑건2’의 경우 유일한 조건은 ‘톰 크루즈를 설득하라’는 것이었다. 스튜디오 관계자가 직접 톰 크루즈를 찾아갔다”면서 “스크린X 플랫폼의 가치를 인정받아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었고, 작업이 끝난 후에도 제작사 측에서 구체적인 피드백을 줘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돌이켰다.
4DX 모션체어의 움직임과 특수효과는 어떻게 설계될까. 이 팀장은 “론칭 초반엔 어떤 것까지 모션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다소 무리한 강도로 효과를 표현하기도 했다. 그 다음은 영화를 더 철저히 분석해 감독의 연출 의도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지금은 관객이 이 경험을 통해 어떤 감정을 가져갈지를 주안점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러닝타임 전체를 특수효과로 채운다면 오히려 관객들은 우리가 의도한 것들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며 “어떤 서사가 있느냐에 따라 효과가 없는 구간마저도 정적인 효과로 연출하고 있다. 10년 전이라면 ‘탑건2’는 훨씬 역동적이고 극단적인 강도로 제작됐겠지만 지금은 온전히 몰입하도록 균형을 맞추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4DX와 스크린X 등 기술 특별관은 코로나19로 극장이 위기를 맞았을 때, 극장만이 줄 수 있는 최고의 몰입감을 선사하는 대안이 됐다.
대학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한 오 팀장은 “팬데믹 기간 ‘영화관이 망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고, 실제로 산업이 어려웠다”며 “그렇기 때문에 기술 특별관이 줄 수 있는 가치에 집중했다. 스크린X라는 새로운 산업이 생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 팀장은 “BTS, 블랙핑크, 세븐틴 등과 협업해 공연 콘텐츠를 제작하고 해외에서도 상영하고 있다. 세븐틴 공연 콘텐츠는 전세계 3000여개 관에 배급됐는데 티켓 가격이 일반 상영관보다 월등히 비싼 스크린X관을 관객들이 선호한다는 건 차별점이 있다는 뜻”이라며 “영화도 그런 가치를 주기 위해 변화하고 있다. 극장이 줄 수 있는 가치는 다방면으로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갈 길이 멀다. 아직 4DX를 즐기지 않는 관객들도 많다”며 “4DX로 최강의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을 때까지 도전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영화 산업이 다시 활기를 찾으면서 4DX와 스크린X 개봉도 줄을 잇는다. 마블 신작 ‘토르:러브 앤 썬더’와 공연 장면이 많은 ‘엘비스’가 스크린X로 개봉된다. ‘한산:용의 출현’은 스크린X와 4DX로 모두 개봉한다.
오 팀장은 “‘한산:용의 출현’에 등장하는 이순신 장군의 학익진은 일반 상영관에서는 전체가 보이지 않지만 스크린X로는 다 보인다. 절경”이라고 귀띔했다. 이 팀장은 “4DX관에서 관객들은 해상전투 한가운데 있는 기분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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