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성 접대와 평행이론

2022. 7. 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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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박근혜 정부가 김학의를 법무부 차관에 임명하자마자 낯 뜨거운 동영상이 돌기 시작했다.

김학의로 추정되는 인물이 속옷 차림의 상의만 입고 하의를 탈의한 채 한 여성을 뒤에서 안고 '무조건'이라는 노래를 부르는 동영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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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박근혜 정부가 김학의를 법무부 차관에 임명하자마자 낯 뜨거운 동영상이 돌기 시작했다. 김학의로 추정되는 인물이 속옷 차림의 상의만 입고 하의를 탈의한 채 한 여성을 뒤에서 안고 ‘무조건’이라는 노래를 부르는 동영상이었다. 일부 고위층의 추접한 민낯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출발점이었다. 일명 ‘별장 성 접대 사건’이 시작된 것이다.

여느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도 사실 우연한 계기로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다. 건설업자 윤중천과 여성사업가 권씨는 내연관계를 맺고 있었는데, 둘이 성관계를 맺는 동영상이 윤중천의 아내에게 들통났다. 윤씨의 아내가 이 둘을 간통죄(지금은 간통죄를 처벌하지 않지만, 당시는 처벌하던 때였다)로 고소하자 권씨는 역으로 ‘윤중천이 자신에게 약물을 먹이고 성관계를 맺은 뒤 협박해서 15억원대의 돈과 외제차를 빼앗았다’며 윤중천을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우연히 일명 ‘김학의 동영상’까지 입수하게 된 것이다.

경찰은 동영상을 확인하고 성 접대에 동원된 여성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별장을 다녀간 전·현직 고위층 인사 10여 명을 확인했다. 동영상에 찍힌 고위층 인사는 전·현직 고위급 관료 7명, 전직 국회의원, 병원장 2명, 언론사 간부 2명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학의는 동영상 속 인물이 자신이 아니라고 발뺌하는 등 모든 의혹을 부인한 뒤, 임명된 지 6일만에 법무부 차관에서 사퇴했다.

피해자들 30여 명에게 일일이 확인 진술을 받고, 동영상 원본을 입수해 얼굴 및 과학적 성분 분석까지 마친 경찰은 2013년 7월 18일 ‘동영상 속 인물은 김학의’라고 확정해 발표하고 김학의와 윤중천에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특수강간죄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2013년 7월 11일, 8월 15일. ‘별장 성 접대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끌시끌하던 그때,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 성 접대를 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김 대표가 ‘박근혜 키즈’로 불리던 이준석 대표를 만나 ‘대통령을 모실 방법이 없겠느냐’라고 물었더니, 이 대표가 ‘힘써서 도와주겠다’고 답하며, 8월 15일에는 ‘박근혜 시계’까지 선물로 주었다는 취지이다. 이에 대해 이준석 대표는 전부 부인하고 있다.

2013년 11월. 검찰은 경찰의 기소 의견을 무시하고 김학의와 윤중천의 특수강간 혐의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김학의와 윤중천이 강간 사실과 동영상 촬영을 부인하고 있고, ‘동영상 속 여성의 신원을 특정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2014년 7월, ‘윤중천으로부터 김학의에 대한 성관계를 강요받았다’는 여성이 나타나 윤중천과 김학의를 검찰에 고소하여 재조사가 이뤄졌으나, 이번에도 역시 무혐의.

이렇게 어이없게 묻혀가던 이 사건은 2018년 4월 대검찰청 과거진상조사위원회에서 다시 조사가 이뤄져 우여곡절 끝에 기소까지 되었다. 그러나 법원은 김학의가 ‘별장 동영상 속 인물’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공소시효 10년이 지나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김학의 전 차관이 영원히 자유로운 몸이 되는 순간이다.

평행이론은 서로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사람의 운명이 같은 식으로 반복된다는 이론을 말한다. 아마도 이준석 대표는 ‘별장 성 접대 사건’의 전개 과정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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