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뜻, 길 열었다"..헌재소장 공관앞 등산로 개방에 '들썩'
‘모두의 뜻이 길을 열었다!’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정문 맞은편 게시대에 걸린 현수막 내용이다. 전날(2일) 헌법재판소장 공관 앞을 지나는 북악산 등산로가 한 달 만에 다시 열리자 삼청동 주민자치위원회·통장협의회·새마을지도자협의회 등 주민들이 환영 의미로 걸었다고 한다. 개방에 맞춰 등산로 안내 표지판도 새로 정비됐다.
북악산 등산로는 지난달 10일 청와대 개방과 함께 일반에 공개된 지 3주 만에 다시 폐쇄돼 논란을 빚었다. 당시 헌재 측은 급증한 등산객들에 의한 보안상 문제 등을 이유로 문화재청에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이후 문화재청은 헌재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달 2일 해당 등산로를 폐쇄 조치했다.
등산로가 다시 막히자 개방 후 이 길을 따라 북악산을 오르던 시민들의 민원이 빗발쳤다. 결국 헌재와 문화재청 양측은 지난달 29일 개방을 전제로 실무 협의를 진행했고 폐쇄 한 달 만에 다시 열게 됐다. 개방시간은 폐쇄 전처럼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다만 시민 편의를 위해 하산객은 오후 7시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등산객 “사람 덜 붐비고 식당 가기도 편해”
이날 오후 기온이 36도를 웃돌았는데도 북악산 등산로를 찾은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연신 땀을 닦으면서도 즐거운 모습이었다. 이날 취재진이 만난 등산객들은 “(청와대 주변 탐방) 코스가 다양해 편해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남편과 함께 산행을 마치고 내려온 서유정(51)씨는 “(종로구) 효자동에서 시작해 청와대 전망대까지 갔다가 어느 쪽으로 내려올지 고민했었다”며 “어떤 분이 이쪽 삼청동 길을 추천해주셨는데, 들은 대로 사람도 덜 붐비고 차도도 아니어서 걷기 좋았다”고 말했다.
어머니와 함께 등산 온 박모(39)씨는 “삼청 안내소에서 (북악산을) 올라 이쪽 길로 돌아 내려오는 코스가 어르신들 모시고 가기에 편하다”며 “5월 개방 때 (북안산 등산로를) 한번 와봤었는데 이번에 다시 열었다기에 또 오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등산객 부부는 “삼청동엔 (박물관 등) 문화시설도 있고, 식당도 많다”며 “삼청동 쪽으로 바로 내려올 수 있다니 참 편하다. 지금 밥 먹으러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식당 활기에 자영업자들 ‘미소’
등산객이 늘어나니 식당 단체 예약 손님도 증가했다고 한다. 삼청동의 한 한우구이 전문점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1시 사이 이곳을 찾은 등산객만 90명 가까이 됐다. 사장 박모씨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가족 단위 손님이 더 많았는데 이번 주말부턴 등산객이 더 많아졌다”며 “지금 오신 단체 손님 중 일부도 헌재소장 공관 앞길을 통해 내려왔다고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한식당 주차 안내원 서정구(58)씨는 “어제오늘 날씨가 더웠는데도 길가에 오가는 등산객이 지난주보다 20% 정도는 늘어난 것 같다”며 “앞으로 더 활성화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인근 카페 사장 배모(55)씨는 “(북안산) 등산로 재개방 홍보가 아직 덜 돼서인지 손님 수가 확 늘었다는 건 못 느꼈다”면서도 “(헌재와 문화재청이) 등산로를 다시 열어준 데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더 열심히 (장사)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삼청동 주민들 “원활한 소통 기대”
삼청동 주민들 사이에선 등산로 재개방 일을 계기로 앞으로 행정기관과 일반 시민 간 소통이 보다 원활히 될 수 있길 기대한다. 삼청동 주민 김모씨는 “(동네에선) 그동안 헌재·문화재청 측이 일방적으로 길을 여닫은 것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며 “(등산로) 재개방에 주민들이 무척 반기는 분위기다. 앞으로는 주민들과 소통이 보다 더 원활하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백경순 삼청동 주민자치위원회 회장도 “이 동네에 40년 살면서 그 길(북악산 등산로)은 왜 못 다니는지 늘 궁금했었다”며 “헌재 소장님도 우리 삼청동 주민이시니 앞으로 저희 주민들과 소통하며 잘 지내셨으면 좋겠다. 반가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이수민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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