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냈다" 새벽 6시 미션 클리어..이들의 '갓생' 도전기
‘갓생’을 추구하는 MZ 세대가 늘고 있다.갓생은 MZ세대가 신(God)을 뜻하는 데 사용하는 접두어 ‘갓’과 ‘인생’ 합쳐진 신조어로 ‘모범적이고 알찬 인생’이란 의미다. 규칙적으로 행하는 의식을 뜻하는 ‘리추얼’과 일상을 뜻하는 ‘라이프’를 합쳐 일상 속에서 규칙적인 습관을 한다는 의미에서 ‘리추얼 라이프’라고 부르기도 한다.
직장인 조하나(25)씨는 지난달부터 새벽 6시에 일어나 10분 동안 아침 스트레칭을 하고 10분간 감사일기를 쓴다.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기 전까지 20분 정도 독서를 하고, 1시간 동안 경제신문을 읽으면서 경제 공부를 한다. 의식처럼 할 일을 끝낼 때마다 습관형성 애플리케이션(앱)에 미션 완료 사실을 기록한다. 조씨는 “다른 사람들이 SNS에 올린 글을 보고 ‘나도 방향성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해 시작하게 됐다”며 “매일 ‘모닝루틴’을 하고 출근하면 성취감이 느껴져 훨씬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갓생을 실천하는 이들은 “대단한 성공보다 당장 할 수 있는 일로 조금씩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SNS에 ‘갓생살기’ 인증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이룰 수 있는 난제보다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는 게 ‘갓생’의 핵심이다. 일찍 일어나기, 만보 걷기, 하루 2L 물 마시기, 독서와 같은 일들이다. 직장인 이모씨(29)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재택근무를 하는 시간이 늘면서 매일 집에서 운동과 외국어 공부를 하는 습관을 들이게 됐다”며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으면서 혼자 할 수 있어 부담이 크지 않아 계속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평범한 실천을 SNS를 통해 드러내는 것도 MZ세대 ‘갓생’의 필수적 표지다. 인스타그램 상에서는 해시태그 ‘갓생’이 달린 게시글만 2만8000개가 넘는다. 운동이나 공부하고 있는 모습을 찍어 ‘인증샷’으로 올리는 것이다. 설병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개인에 대한 인정 욕구가 강한 세대인 만큼 ‘열심히 사는 나’를 SNS를 통해 보여주고 타인의 인정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다”고 했다.
돈 걸고 목표 도전하기도
책상이나 달력에 자신의 목표와 다짐을 썼던 이전 세대와는 달리 MZ세대들은 모바일 앱을 활용한다. 이러한 앱들은 그날의 목표 달성을 하지 않으면 앱에서 알림을 보내 경각심을 주거나, 플랫폼에서 같이 목표를 세운 사람들을 모아 줘 동기를 부여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습관 형성 앱 ‘챌린저스’ 운영사인 화이트큐브 관계자는 “앱 가입자 중 MZ세대에 해당하는 20~34세 가입자만 70%에 달한다”며 “내일이 아닌 오늘을 중요시하는 MZ세대 특성상 하루하루 성취감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 습관형성 앱이 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갓생’을 살기 위해 돈을 내는 것도 아까워하지 않는다. 챌린저스의 경우 이용자가 도전하고자 하는 미션에 예치금을 걸고 85% 이상으로 달성하면 환급받을 수 있다. 100% 달성시엔 포인트 형태의 보너스도 준다. 경제기사 요약하기, 가계부 쓰기, 건강보조식품 먹기, 헬스장 가기 등 챌린저스에서만 90개의 챌린지에 참여한 직장인 조모(30)씨는 “강제성이 없으면 잘 하지 않게 되는데, 예치금을 내면 ‘돈 아깝다’는 생각에 열심히 하게 된다”며 “지금까지 예치금만 100만원 정도 내본 것 같다”고 말했다.
“저성장 시대의 확실한 성공”
전문가들은 습관 형성 앱의 흥행을 큰 성공을 이루기 어려운 저성장 시대에 작은 성취를 쌓기 원하는 MZ세대의 욕망과 연관지어 해석한다. 최샛별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발전이 둔화하면서 구조적으로 2030세대가 큰 경제적·사회적 성공을 이루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들도 큰 목표를 세워 좌절하기보다는 일상에서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확실한 성공에 초점을 맞추며 삶의 의미를 찾는 방식으로 현실에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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