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의 승부수?..'한덕수 두줄 경력' 방지책 만드는 권익위
한덕수 국무총리의 ‘김앤장 두 줄 경력’ 논란과 관련, 국민권익위원회가 이르면 이번 주 초 고위공직자의 민간부문 업무활동 내역 제출 제도를 개선할 방안을 내놓는다. 전 정부에서 임명된 전현희 권익위원장이 현 정부 인사에 대립각을 세운 것이라는 정치적 해석도 나오지만, 권익위는 “법 취지대로 운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이 지난달 19일 시행되면서 새로 취임한 고위공직자는 최근 3년간 민간에서 업무 수행한 내용을 취임 30일 이내에 신고해야 한다. 민간에서 사적 이익을 추구했던 활동이 공직을 공정하게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해 충돌할 가능성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21일 취임한 한 총리는 이해충돌방지법 첫 적용 대상이었다. 그는 2017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4년 4개월간 김앤장 법무법인에서 고문으로 활동하며 약 20억원을 받았다. 한 총리 인사청문회 때 김앤장 고문으로 수행한 업무 내용이 쟁점이었던 탓에, 그가 얼마나 충실히 신고할 것인지도 관심사였다.
하지만 한 총리는 국무조정실 법무감사에게 제출한 ‘민간부문 업무활동 내역서’에서 김앤장 고문 활동 내용을 단 두 줄만 적어냈다. ▶국제 통상환경, 주요국 통상정책 연구 분석 및 소속 변호사 자문 ▶ 주요국 경제 변화에 따른 국내 경제정책 방향 분석 및 소속 변호사 자문이 전부였다. 두 번째 이해충돌방지법 적용 대상인 오유경 식약처장도 역시 두 줄만 써냈다.
이해충돌방지법의 주무 부처인 권익위는 이 같은 소식을 접한 뒤 내부적으로 ‘부글부글’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고위공직자들이 법 취지를 무시하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두루뭉술하게 신고하면 이해충돌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권익위는 또 이달 1일 임기를 시작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한 총리 사례를 따라 연달아 허술하게 신고할 가능성도 우려했다고 한다. 이해충돌방지법 시행준비 TF(태스크포스)가 이런 우려와 하께 한 총리 사례를 보고하자 전현희 위원장은 “개선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권익위는 이번 주 중에 개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우선 ‘민간부문 업무활동 내역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구체적인 작성 지침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지침 없이 양식만 제공하고 있다. 고위공직자가 민간 활동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을 가능성을 막기 위해, 신고 내용 가운데 일부만 제한적으로 공개하는 내용도 개선안에 포함될 것이라고 한다. 또 현행 제도는 부처 기관장의 신고 내용이 부실할 경우 부하 직원인 이해충돌방지담당관이 보완을 요구하는 구조인데, 이에 대한 보완책도 권익위는 고심 중이다.
정치권에선 권익위가 한 총리의 ‘두 줄 신고’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두고 전 위원장과 여권의 불편한 관계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출신인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약 한 달이 된 지난달 13일부터 ‘국무회의 참석 대상이 아니다’라는 통보를 받고 회의에 못 나가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전 위원장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향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정치 도의상 맞다”며 사퇴를 압박했다.
권익위는 이 같은 정치적 해석엔 선을 그었다. 권익위 관계자는 “이해충돌방지법은 전 위원장이 임기 중 가장 공을 들인 법이다. 그런데 법 시행 초반부터 그 취지대로 운영되지 않는 사례가 발견되다 보니 보완할 필요가 있어 빠르게 개선 방안을 발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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