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전차부대 자리에 장갑차부대..대만침공 대비 포석?
미국이 한반도에 순환 배치하던 기갑부대를 기동부대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 한반도 밖으로 빼내기 어려운 전차 중심의 병력을 신속히 옮길 수 있는 장비와 병력으로 바꾸는 것이어서 향후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육군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국에 순환 배치하던 기갑여단전투단(ABCT)을 올가을부터 기동여단전투단(SBCT)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SBCT는 스트라이커(Stryker) 장갑차를 이용한 기동성이 특장인 부대여서 일명 ‘스트라이커 여단’으로 불린다.
이와 관련, 미 육군은 “속도와 효율성, 향상된 이동성 및 전략적 유연성을 제공하는 4400명 이상의 병력으로 구성된 보병 중심 부대”라며 “이런 전환을 통해 미국은 한반도에서 어떤 침략 행위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갑부대가 사용하던 M-1 에이브럼스 전차, M-2 브래들리 전투차량 등 기존 장비는 한반도에 그대로 두기로 했다. 유사시 증원군이 곧바로 쓸 수 있다는 뜻이다.
미 당국은 스트라이커 여단의 구체적인 배치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군 안팎에선 지난 2월 말 한국에 배치된 기갑부대인 레디퍼스트 여단이 통상 9개월 임무를 마치고 미 본토 기지로 돌아가는 오는 11월쯤으로 예상한다.
"우크라 사태, 시간만 당겼을 뿐"
이번 재편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라 미국이 유럽에 배치한 ABCT를 기존 1개에서 3개로 늘리는 것과 관련이 있다. 미 육군 관계지인 아미타임스는 2일 미 육군 관계자를 인용해 “이미 출발한 ABCT를 포함하면 현재 유럽에 2개 기갑여단이 있다”며 “미 육군은 루마니아에 1개 ABCT를 추가 배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 육군의 11개 ABCT 중 3개를 유럽에 배치하는 만큼 한국에 계속 ABCT를 순환 배치하기는 무리였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크라이나 사태가 시간을 당겼을 뿐, 기동부대 전환은 애당초 미국의 구상”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이 2001년 GPR(Global Posture Reviewㆍ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검토)을 처음 공표할 당시에도 한국에 스트라이커 여단을 배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며 “이는 붙박이 전력이 아닌 언제든 주변 지역으로 전개할 수 있는 신속기동 전력으로의 재편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미ㆍ중 대립이 깊어질수록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확대될 것이란 관측에서다. 중국의 대만 침공 등 유사시를 대비한 포석이란 뜻이기도 하다.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11월 GPR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면서 주한미군에 아파치 공격헬기 2개 대대(48대)를 상시 배치하고, 미 본토에 있던 2사단 포병대 본부를 캠프 험프리스(경기도 평택)로 재배치하기로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교수는 “이런 화력 강화는 북한의 중ㆍ단거리 미사일 전력 강화에 대응하는 측면도 있지만, 중국을 견제하는 의미도 있다”며 “스트라이커 여단 배치를 포함해 주한미군의 전체적인 재편 방향이 북한 대응이란 단일 목적에서 중국 견제 등 다목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을 한국 정부가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양욱 박사는 “미국이 원하는 큰 그림인 주한미군의 전략적 자율성 강화를 계속 반대만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반대급부로 미측으로부터 북한 핵ㆍ미사일에 대응한 전략적 억제능력 강화책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 박사는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전술핵을 실전 배치한다면, 이에 상응해 전략폭격기 1~2대를 한반도에 순환 배치하는 등 구체적인 단계별 로드맵을 협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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