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필석·유인촌 "신·구 햄릿의 다른 매력 느껴보세요"

장지영 2022. 7. 3.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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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책 연출 '햄릿' 13일 개막.. 6년 전 화제작이 다른 색깔로 귀환
지난달 28일 서울 강북구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 연습실에서 만난 배우 강필석(왼쪽)과 유인촌. 이들은 연극 ‘햄릿’에서 햄릿과 클로디어스 역을 각각 맡았다. 신시컴퍼니 제공

올여름 연극계 최고 화제작은 오는 1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신시컴퍼니의 ‘햄릿’(~8월 13일)일 것이다. 지난 2016년 연출가 이해랑(1916∼89) 탄생 100주년을 맞아 권성덕 전무송 박정자 손숙 정동환 김성녀 윤석화 손봉숙 길해연 등 내로라하는 원로 배우 9명이 출연해 큰 화제를 모았던 ‘햄릿’이 귀환하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공연에선 원로 배우들이 조역과 단역으로 물러나고, 강필석 박지연 박건형 김수현 등 새로 가세한 젊은 배우들이 주역을 맡았다.

이들 배우 가운데 올해 ‘햄릿’의 타이틀롤을 맡은 강필석(44)과 지난 공연에서 햄릿을 맡았다가 이번에 숙부 클로디어스 왕으로 출연하는 유인촌(71)은 가장 주목을 모은다. ‘햄릿’의 극적 갈등이 모두 햄릿과 클로디어스의 관계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햄릿 입장에서 삼촌 클로디어스는 아버지를 죽이고 왕위와 어머니까지 빼앗은 만큼 복수의 대상이다. 그리고 복수 때문에 미친 척하던 햄릿은 사랑하는 오필리아를 비롯해 그녀의 가족들을 죽게 만든다. 배우 유인촌과 강필석을 지난달 28일 서울 강북구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 연습실에서 만나 이번 작품에 대한 감회를 들어봤다.

강필석 “선생님들의 시간을 흡수하는 느낌”

6년 전 6번째 햄릿 역할을 하며 “더 이상 연극 ‘햄릿’은 안 한다”고 했던 유인촌은 이번 공연을 앞두고 처음엔 고사했다. 하지만 예전 멤버들이 모두 출연한다는 얘기에 마음을 바꿨다. 유인촌은 “이번 ‘햄릿’에선 작은 배역을 맡고 싶었다.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무덤지기였는데, (역할 경쟁에서) 선배들에게 밀리다가 맡은 것이 클로디어스”라면서 “햄릿을 6번 했지만, 클로디어스 역은 처음이라 부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은 연극계에서 손꼽히는 고전이다. 그리고 햄릿 역은 남자 배우들에겐 평생의 로망으로 통한다. 하지만 대사가 많기로 유명한 셰익스피어 작품 중에서도 주인공의 대사 분량이 가장 많아서 배우를 힘들게 한다. 특히 이번 공연은 국내 연극계의 원로들과 함께한다는 점에서 강필석의 무게감이 클 수밖에 없다.

손진책 연출 ‘햄릿’의 출연배우들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강북구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에서 열린 연습실 공개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신시컴퍼니

하지만 강필석은 “햄릿 역을 제안받았을 때 바로 수락했다. 햄릿 역에 대한 로망도 있지만, 원로 선생님들과 함께 무대에 서고 싶어서였다”면서 “6년 전 관객으로 선생님들의 ‘햄릿’ 공연을 봤었는데, 선생님들의 연기에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이번에 선생님들과 함께 ‘햄릿’에 출연하면서 선생님들의 (연기해온) 시간을 흡수하는 기분”이라며 털어놓았다. 이어 “솔직히 햄릿을 연기하는 것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힘들다. 하지만 박정자 선생님은 육회를 사다 주시고, 윤석화 선생님은 삼계탕을 사주시는 등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저를 챙겨 주신다”며 기쁨을 드러냈다. 옆에서 강필석의 이야기를 듣던 유인촌은 “햄릿이 망하면 다 망하는 거야. 다른 역할이 잘해도 쓸데없다. 필석이가 살아야 우리 모두와 작품이 산다”면서 격려했다.

이번 작품은 6년 전 공연과 비교할 때 젊은 배우들의 참가 외에 달라진 부분들이 있다. 우선 6년 전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의 무대와 백스테이지에 세운 가설무대(600석)로 고대 그리스 시대 원형극장을 축소한 형태였다. 이에 비해 올해는 리노베이션을 끝낸 해오름극장(1221석)의 프로시니움 무대를 그대로 사용한다. 연출적인 면에서 두 버전 모두 내용만 보면 특별한 해석이 가미됐다기보다는 연극이 ‘배우의 예술’이라는 것을 명확히 드러낸다. 다만 6년 전엔 원로배우들의 제의를 올리는 것으로 공연을 시작함으로써 서구 연극의 기원인 고대 그리스 연극이 종교적 제의인 디오니소스 축제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제의를 마친 원로배우들이 연극을 한다는 극중극 형태를 취하도록 한다. 이와 비교해 올해 공연은 죽음을 바라보는 인간의 내면에 초점을 맞췄는데, 배우라는 직업이 평생 많은 삶과 죽음을 경험한다는 것울 고려해 극중 유랑극단 배우들이 막을 여닫도록 했다. 유인촌은 “올해 공연이 6년 전 공연보다 좀 더 정통적”이라며 “실험적인 연출에 비해 정통적인 스타일일수록 배우의 연기에 더 시선이 모이는 만큼 배우의 부담이 크다”고 피력했다.

유인촌 “첫 악역 도전이지만 제대로 보여주겠다”

유인촌은 30살이던 1981년을 시작으로 65세이던 2016년까지 햄릿으로 무려 6차례 무대에 섰다. 한국 연극사에서 고 김동원(1916~2006) 선생과 함께 햄릿 역할을 가장 많이 한 유인촌이 생각하는 햄릿은 어떤 인물일까. 유인촌은 “햄릿은 매우 현대적인 인물이다. 작품 속에서 매우 다양한 면모를 보이는데, 셰익스피어가 인간의 여러 성향을 햄릿이란 인물에 쏟아부은 느낌이다”고 말했다.
햄릿 역의 강필석과 클로디어스 역의 유인촌이 지난달 28일 서울 강북구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 연습실에서 극 중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햄릿이 기도하는 클로디어스에게 총을 겨누다 더 나은 순간을 위해 참는다. 신시컴퍼니

뮤지컬 배우로 대중에게 친숙한 강필석은 그동안 연극에도 종종 출연했는데, 그중 하나가 지난 2012년 국립극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당시 로미오 역과 비교해 햄릿 역에 대해 강필석은 “10년 전 로미오를 연기할 때는 젊은 혈기로 밀어붙였다. 그게 가능했던 것이 로미오가 사랑을 위해 앞으로만 달려가는 역할이었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햄릿은 그를 둘러싼 상황 자체가 훨씬 복잡한 데다 성향 자체가 복합적이라서 훨씬 어렵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현대극에는 없는 독백이 유난히 많은데, 길게는 5분이나 되는 독백들을 드라마의 흐름 속에서 매끄럽게 이어가는 한편 각각 변화를 주는 게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강필석은 햄릿 역할을 위해 연습 이후엔 늘 유인촌에게 조언을 구했다. 하지만 최대한 조언을 아꼈다는 유인촌은 “역할은 배우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 젊은 배우들은 선배 배우들의 전형적인 연기와 다른 자연스러움이 있는 만큼 선배들의 틀에 굳이 맞출 필요가 없다”면서 “필석이가 그동안 역할을 잘 만들어 왔다. 다만 개막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한마디 하자면 이제는 채우는 대신 버려야 한다. 매번 감정을 다 쓰려고 하지 말고 강약 조절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필석 역시 “햄릿 안에 너무나 많은 감정이 있다 보니 처음엔 여러 가지가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처음엔 분노조절 장애처럼 연기하다가 이제는 조금씩 덜어내고 있다”고 답했다.

강필석은 자연스러운 햄릿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손진책 연출가의 요구에 수염을 깎지 않고 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햄릿이 단정하기보다는 흐트러진 모습이 어울리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유인촌은 클로디어스를 ‘남성미 넘치는 나쁜 남자’로 보여주기 위해 흰머리를 검게 염색할 예정이다. 이번 작품으로 처음으로 악역을 맡은 그는 “형을 죽이고 왕좌는 물론 그의 아내까지 빼앗은 클로디어스가 2막에서 신에게 기도하는 장면이 있는데, 나는 고뇌하고 반성하는 대신 신에게 대드는 느낌으로 연기하려고 한다. 나쁜 짓을 한 사람조차 내 얼굴을 쳐다보기도 힘들 정도로 진정한 악역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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