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약점 드러나자 보복 나선 러시아..일본 기업 등 피해 우려

김세은 2022. 7. 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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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2 운영 권리 인수할 새 법인 설립 예정
러 하원 "日, 러시아에 경제 제재 가하면서 사할린-2 프로젝트의 생산 자원은 모두 챙기고 있어" 지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P, 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세은 인턴기자]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 대응해 '사할린-2'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외국 기업들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러, 사할린-2 프로젝트 운영자 바꾼다...외국 투자자는 지분 인수 별도 요청해야

1일 인테르팍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사할린-2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사할린에너지'의 모든 권리와 자산을 인수할 새로운 러시아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사할린-2는 러시아가 주도하는 동아시아지역의 에너지 개발 사업으로 지난해 이 프로젝트로만 액화천연가스(LNG) 1041만t, 석유 416만t이 수출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특정 외국·국제기관의 비우호적 행동에 관한 연료, 에너지 분야 특별경제 조치에 관한 법안'에 서명했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새로 설립된 법인 지분의 절반은 공동 운영에 참여하는 가스프롬 사할린 홀딩 LLC 등이 갖게 된다.

나머지 지분은 이전의 사할린에너지 운영에 참여 중인 영국의 석유기업 셸(27.5%), 일본 미쓰이물산(12.5%)과 미쓰비시상사(10%) 등이 보유 지분에 비례해 받는다.

다만 외국 투자자들은 한 달 이내에 새 러시아 법인 지분 인수를 별도로 요청해야 한다. 이후 러시아 정부가 가능 여부를 승인할 예정이다.

투자자들의 요청이 거부될 경우 러시아 정부는 해당 지분을 러시아 회사에 매각하고 외국 투자자 명의의 특별 계좌에 금액을 예치한다. 또 외국 투자자들이 생산물분배계약(PSA)에 근거해 사할린-2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동안 재정과 환경 등 분야에서 벌인 활동을 점검하고 피해액을 산정한다. 이후 특별 계좌에 예치한 금액 중 러시아 정부가 산정한 피해액을 제하고 남은 금액만을 돌려줄 방침이다.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에너지위원회 파벨 자발니 위원장은 "일본은 미국 등 서방과 함께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가했고 우리는 손실을 봤다"며 "그러나 일본은 동시에 사할린-2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생산 자원 등을 모두 챙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셸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에 제재를 부과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역설했다.

◆셸 빠진 사할린-2, 결국 러 타겟은 '일본'인 셈

셸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사할린-2에서 철수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현재 셸은 중국 기업에 보유 지분을 매각을 추진 중이다.

때문에 러시아의 제재 방안은 셸이 빠진 후 러시아 외 나머지 지분을 가진 일본을 향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일본은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러시아 주요 인사들의 자산을 동결하고 러시아의 일부 품목에 수출입 금지령을 내렸다. 지난 4월에는 G7 국가들과 함께 러시아산 석탄 수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외교관 추방까지도 단행했다.

그러나 일본은 사할린-2 만큼은 철수할 의사가 없음을 확고히 내비쳐왔다.

현재 일본이 러시아에서 수입 중인 LNG 대부분을 이 사업을 통해 들여오고 있어 이런 러시아의 제재 방안은 일본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사할린-2에서 수입한 LNG는 일본 전체 전력 공급량의 3%를 차지한다.

◆극심한 전력난 겪는 日...프로젝트 퇴출 시 에너지 가격 폭등 우려

최근 일본은 전력난에 봉착했다. 때 이른 폭염이 지속되면서 전력 수요는 증가했지만 이를 감당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 일본의 화력발전소 시설에 노후화했다는 점이 그 이유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올해 장마가 예상보다 일찍 끝나면서 수력발전소 가동도 타격을 입었다. 특히 고치현 사우라댐의 수위는 평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일본 정부는 전력난 해소를 위해 원자력 발전소를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 원전 전력 비중이 크게 줄였다. 사고 이후 구제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지방자치단체 수장이 재가동에 동의한 원자로는 14기다. 이 중 강화된 안전 심사 기준을 통과해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은 10기에 불과하다.

일본은 전력 수급난으로 인해 12개월 연속 전기 요금을 상승해왔다. 1년 전에 비하면 인상폭은 30%에 달한다. 연료비 상승에 엔저 현상까지 겹치면서 가을 이후에도 전기요금이 높게 유지되면 가계의 소비, 기업의 활동도 위축시켜 전반적인 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프로젝트에서 퇴출당할 경우 에너지 가격이 더욱 크게 뛸 것으로 예상돼 그 여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같은 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곧바로 LNG 수입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업자와 의사소통해 대응을 생각해야 한다"고 전했다.

기하라 세이지 일본 관방부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과 관련한 권익이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향후 대응에 대해선 현재 답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세은 인턴기자 callmes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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