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호출 받은 '불펜 살림꾼'.. 장지훈이 SSG를 살렸다

유준상 2022. 7. 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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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2일 KIA전 등판해 2⅓이닝 무실점, 팀 승리 이끌어

[유준상 기자]

장지훈이 2만 3천명의 관중으로 꽉 들어찬 홈 구장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알렸다.

SSG 랜더스는 2일 오후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정규시즌 8차전에서 2-1로 1점 차 승리를 거두었다. 3연승을 질주한 선두 SSG는 2위 키움과 격차를 1.5경기 차로 유지했다.

임기영과 김광현, 선발 매치업만 본다면 SSG의 근소한 우세가 점쳐지는 경기였다. 그러나 4회초, 경기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 변수가 발생하면서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2일 KIA전에서 구원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는 SSG 우완 사이드암 장지훈
ⓒ SSG 랜더스
예정에 없었던 등판

두 팀이 0-0으로 팽팽하게 맞서던 4회초 2사 3루에서 SSG 선발투수 김광현이 5구째로 던진 공이 KIA의 5번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머리로 향했다. 한동안 바닥에 쓰러져 통증을 호소한 소크라테스는 스스로 일어났지만, 병원 검진 결과 골절 소견을 받을 정도로 남은 경기를 소화하는 게 불가능했다. 이와 함께 변화구가 아닌 패스트볼에 맞은 만큼 김광현은 규정상 퇴장을 피할 수 없었다.

김광현의 갑작스러운 퇴장에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던 SSG 벤치는 구원 투수를 한 명도 대기시키지 않고 있었다. 부랴부랴 코칭스태프가 불펜 쪽으로 전화를 걸었고, 앉아있던 투수들 중에서 호출을 받은 투수는 장지훈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올 시즌 들어 2이닝 이상 투구한 경기가 8번이나 될 정도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것 자체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당장 길게 이닝을 끌고 갈 투수가 필요했던 SSG로선 선택지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장지훈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평소처럼 불펜에서 공을 던지거나 몸을 풀 시간을 따로 갖지 못한 채 곧바로 마운드에 올라와야 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게다가 루상에 주자가 두 명이나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부담감이 더 컸다.

다행히 2사 1, 3루서 첫 타자 이창진을 공 1개 만에 2루 땅볼로 돌려세우면서 한숨을 돌린 장지훈은 안정감 있는 투구를 이어갔다. 5회초 이우성-한승택-류지혁, 6회초 박찬호-김도영-김선빈으로 이어지는 KIA 타선을 상대로 출루 한 번 허용하지 않았다.

특히 전날 경기서 데뷔 첫 홈런포를 가동한 김도영 등 장지훈이 만난 타자들의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장지훈은 침착하게 공을 던졌고, 2⅓이닝 무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투'를 선보이면서 세 번째 투수 김택형에게 마운드를 넘겨주었다. 팀이 끝까지 리드를 지킨 덕분에 장지훈은 구원승까지 챙길 수 있었다.
 
 2일 KIA전에서 구원 등판한 SSG 우완 사이드암 장지훈
ⓒ SSG 랜더스
7월 이후 반등을 노리는 '불펜 살림꾼'

팀이 아쉽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지난해, 팀 내에서 궂은 일을 도맡았던 선수 중 한 명이 바로 장지훈이었다. 2021년 2차 4라운드(38순위)로 지명을 받은 장지훈은 프로 첫해부터 1군에서 60경기에 등판해 80⅓이닝 2승 5패 10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ERA) 3.92를 기록했다. 리그 전체 구원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다.

올 시즌에도 장지훈은 시즌 초반부터 불펜의 한 축을 맡았다. 팀이 정규시즌 개막 10연승을 질주하는 데 있어서 힘을 보태기도 했다. 그러나 4월 중순 이후 조금씩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결국 5월 19일자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돼 재정비의 시간을 가졌다.

6월 초에 돌아온 장지훈은 필승조가 아닌 롱릴리프로써 이닝 소화에 좀 더 초점을 맞췄지만, 6월 한 달간 8경기 14⅓이닝 평균자책점 5.02를 기록하는 등 지난해의 위력을 되찾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정규시즌 성적(25경기 34이닝 2승 4홀드 평균자책점 3.71)에 있어서는 지난해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 모르게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었다. 불과 직전 경기였던 지난 달 29일 한화전서도 2이닝 4피안타(1피홈런) 1탈삼진 무사사구 1실점으로 부진했다.

그런 측면에서 2일 경기에서 거둔 1승이 팀뿐만 아니라 장지훈 개인에게도 충분히 큰 의미가 있는 승리다. 여전히 SSG 불펜에 자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 장지훈이 6월까지의 부진을 털어내고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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