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주름잡는 '하버드'..그속엔 이준석 '성상납' 위협한 동문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정치권에선 ‘서오남’이란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서울대 출신의 50대 남성’이 윤석열 정부의 핵심 주축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권 핵심부의 면면을 다시 살펴보면 ‘서하남’이란 표현도 가능하다. ‘서울대 졸업 뒤 미국 하버드대를 나온 남성’이 여럿 눈에 눈에 띄기 때문이다. 내각에 특히 그렇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경제 관료로 일하다 하버드에서 경제학 석사(1977년)와 박사(1984)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 법대 출신의 박진 외교부 장관은 1985년 행정학 석사 학위를 얻었다. 서울대 법대를 나온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비교적 늦은 때인 2001년 역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인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정책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 서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장관급) 역시 행정학 석사 출신이다.
국민의힘에도 하버드 동문이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을 지낸 박수영 의원은 서울대 법대를 나왔고, 1996년 정책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이달곤 의원은 서울대 공대를 나와 정책학 석사와 박사를 얻었다.
여권에서 학부를 하버드에서 나온 경우는 이준석 대표가 유일하다. 그는 하버드대에서 2007년 컴퓨터과학과 경제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를 졸업한 건 아니지만 서울과학고를 나온 이 대표 역시 ‘서하남’이란 약자로 칭할 수는 있다.
하버드대 한국 총동문회는 한국 사회에서 ‘잘나가는 사람의 모임’의 대표 격이었다. 한덕수 총리와 박진 장관이 2006년과 2015년 각각 총동문회장을 맡았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미국에서 망명 생활을 하던 1983년 하버드에서 펠로(명예 연구교수)로 활동했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1985년 행정학 석사를 졸업했다.
총동문회 모임이 매년 연말에 열리고, 명예 동문증을 발급하며 외연을 확대하기도 한다. 2014년에는 국위선양에 기여한 공로로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가, 2015년에는 한·미 동맹 강화에 기여한 공로로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가 명예 하버드 동문이 됐다.
한덕수 총리는 후보자 신분이던 지난 4월 5일 이준석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하버드 동문회 얘기를 꺼냈다고 한다. 이 대표는 당시 중앙일보에 “한덕수 후보자가 박진 의원이 주도하던 하버드 동문회에서 만났던 이야기를 하며 반갑다고 했다”고 전했다.
물론 좋은 인연만 있는 게 아니다. 박진 장관이 동문회장이던 2015년 송년 모임에는 당시 새누리당 혁신위원이던 이준석 대표와 강용석 변호사(2002년 로스쿨 졸업)도 참석했다. 당시만 해도 두 사람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정치인 출신의 ‘준예능인’이라는 공통점이 더 많았다. 강 변호사가 먼저 JTBC ‘썰전’에 고정 패널로 출연하다가 뒤이어 이 대표가 배턴을 이어받기도 했다. 하지만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출연자로 활동하던 강 변호사가 2020년 4월 총선 이후 부정선거 이슈를 들고 나오고, 이 대표가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두 사람은 사이가 극도로 나빠졌다. 가세연이 지난해 12월부터 집중적으로 제기한 이 대표 관련 성상납 의혹은 이 대표의 정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같은 당에 함께 있는 박수영 의원과 이 대표 또한 사이가 별로 좋지는 않아 보인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박 의원은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TWO(두) 이씨가 데칼코마니다. 자기 살기 위해 당을 망치는…”이라고 적었는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과 함께 이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다만, 정계와 관계에서 하버드 동문으로 통하는 인사 대부분은 학부가 아닌 대학원 출신이어서 이 대표가 이들에게 동문의 감정을 느끼는지에 대해선 불분명하다. 과거 이 대표는 사석에서 “하버드 학부를 나온 사람은 나와 홍정욱 전 의원밖에 없다”고 말하곤 했다. 1993년 하버드대 동아시아학과 졸업한 홍정욱 전 의원은 1993년 미국 유학 생활과 하버드에서의 학업 활동을 책으로 담아낸 『7막 7장』을 출간해 일약 스타가 됐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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