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아파트, 더 높이.. 안정성 괜찮을까 [주거와 환경]③
①재개발 걸림돌 송전탑···시공 착수 불가 ②논란의 송전탑, 건강권 침해는 정말 없나 ③초고층 아파트, 더 높이… 안정성 괜찮을까 |
초고층 시대가 빨라지고 있다. 고층 아파트 층수제한 규제가 풀리고 랜드마크 조성을 위한 초고층 건물 추진 움직임이 나타나면서다. 다만 초고층 건물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안전과 건강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인천시가 추진 중인 ‘인천타워’도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1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인 시장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26일 ‘인천 송도 내 국내 최고층 빌딩을 세워야한다’라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당초 송도국제도시 6·8공구 내 103층 규모로 추진 중인 인천타워를 국내 최고 높이 빌딩인 롯데월드타워(123층, 555m)보다 높은 건물로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인천타워는 초고층 건물의 상징성과 안정성이 충돌하며 15년째 사업이 표류 중이다. 송도국제도시에 151층의 건물을 세워 랜드마크로 자리 잡게 해야 한다는 주장과 천문학적인 건설비용, 재난·안전 취약성 등에 대한 우려로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충돌하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초고층은 왜… 공진부터 일조권 침해까지
초고층 건물에 대한 논란은 인천 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가장 크게 떠오른 안전 문제는 공진이다. 공진 현상은 같은 진동수의 힘을 받으면 흔들림이 증폭되는 현상을 뜻하는데 지난 1월 성수동 아크로포레스트에서 해당 현상이 발생해 입주민들이 불안감에 휩싸인 바 있다.
당초 아크로 포레스트의 공진 원인으로 건물 내에 있는 대형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가 꼽혔다. 가수들의 격렬한 안무 연습에서 발생한 진동이 건물의 진동수와 일치해 증폭한 진동이 흔들림의 원인이 되었다는 전문가들의 판단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박홍근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진동이 상시 진동이 아니라 불특정한 시간에 발생했다”며 “건물 내부의 특정 활동에 의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성동구는 진동 발생 이후 정밀안전진단 검사를 실시, 지난 5월 구조적인 문제가 없음을 발표했다. 대한건축학회 측도 “건물 내 특정 층에서의 율동행위에 따른 공진현상”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건물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공진과 더불어 화재시 위험도 초고층 아파트의 대표적인 단점으로 꼽힌다. 초고층 아파트는 특성 상 소방 호수가 닿지 않는 최고층에 불이 나면 신속하게 화점을 잡기 어렵다.
실제 올해 초 강원 춘천 신축아파트 49층에서 화재가 발생시 소방당국이 진압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53m용 고가사다리차를 투입했지만 아파트 20층 이하로만 진화가 가능했고 진화헬기 역시 고층 건물 주변 하강풍으로 인해 접근이 어려워 회항했기 때문이다.
소방업계 관계자는 “초고층건물에 피난층이 있다고 해도 결국 지상으로 대피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고가사다리차나 무인방수차로 화재를 진압하기에 높이 제약이 있어 한번에 불길을 잡기 어렵다”며 고층 건물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한 초고층일수록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이어지고 있다. 초고층 아파트는 환기가 어렵고 피부가 예민한 아토피 환자들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규석 성균관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는 “고층아파트는 안전상 창문을 15도 이상 열지 못한다”며 “이는 자연 통풍을 방해하고 인위적인 공조시스템을 설치해 환기가 안 돼 거주민에게 답답함을 제공해 주민 건강을 훼손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일조권 침해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앞서 아크로포레스트 신축 공사시 근방에 있는 갤러리아포레 일조권 침해 논란이 있었다. 갤러리아포레 역시 초고층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건물인 아크로포레스트가 들어오자 일조권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공시가격을 조정당하는 굴욕을 겪었다.
인근 지역 상인도 “이렇게 계속 고층 건물이 들어올 경우 거리에 햇빛이 많이 안 들어올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지역에 사람이 몰려 상권이 활성화되는 것은 좋지만 일조권은 다른 문제”라며 우려를 표했다.
더 높게, 다양한 스카이라인으로… 곳곳에 세워지는 ‘초고층 아파트’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지만 초고층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은 뜨겁다. 주거 공급 확대와 수요자들의 관심이 맞물리면서 ‘초고층 아파트 시대’ 개막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오는 24일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주민과 관계전문가 등의 의견을 청취하는 공민 공청회를 처음으로 연다.(기사 발행일 고려 수정) 지난 3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발표한 ‘2040 서울플랜’은 서울 곳곳에 다양한 층수를 배치해 도심 스카이라인의 대대적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 핵심이다. 10년 가까이 유지해온 ‘한강변 35층 룰 규제’가 폐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서울시의 규제 완화에 발맞춰 한강변 주요 재건축 단지들도 초고층 아파트 건립을 위한 행보에 나섰다.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은 시공사인 GS건설로부터 제시받은 '최고 68층'으로 재건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잠실 주공5단지는 지난 2월 최고 50층까지 건립 가능하도록 하는 재건축 정비계획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됐다.
건설업계에서는 통상 30층 이상 아파트를 ‘초고층 아파트’라고 일컫는다. 초고층 건물은 고층단지의 상징성으로 랜드마크화가 가능하고 주변 아파트의 가격 상승도 이끌기 때문에 수요자들의 인기가 높다. 초고층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된다는 이점도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초고층 아파트는 지역 내 시세상승 흐름을 주도하는 ‘리딩단지’ 로 거듭나는 경우가 많다”며 “고급 주거시설이라는 인식이 뒷받침되는 만큼, 수요자들 사이에서 특히 선호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조현지·김형준 기자 hyeonzi@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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