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준석 "'카더라' 의혹에 당대표 내놓아야 하나"

하윤해 2022. 7. 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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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이 대표 자택이 있는 서울 상계동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지훈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2일 이 대표 자택이 있는 서울 상계동 한 카페의 야외 테이블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 도중 이 대표를 알아본 동네 주민이 “안녕하세요, 요즘 힘드시죠”라고 말을 건넸다. 이 대표는 “아닙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 대표가 지금 처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그는 지역 주민이 걱정할 만큼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그는 ‘더 열심히 하겠다’는 말처럼 정면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7일 이 대표를 둘러싼 성상납 증거인멸교사 의혹에 대한 징계 심의·의결을 할 예정이다. 윤리위 결정에 따라 국민의힘은 거대한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는 자신을 겨냥한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부존재의 증명’이라는 표현을 반복했다. 모든 의혹이 존재하지 않는데, 그것이 존재하지 않다는 사실을 자신이 증명해야 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그는 도의적 사과나 당대표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다만, 트레이드마크인 직설화법은 자제했다. 조심스러운 태도였다.

이 대표는 “명시적으로 당에 해를 끼친 게 있으면 당연히 사과할 것”이라면서도 “이번 경우에는 인식이 좀 다르다”고 에둘러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이 대표는 특히 ‘법률적 시시비비를 떠나 당대표 직위를 일단 내려놓고, 개인적인 의혹을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는 질문에 “그것이 선례가 되면, 앞으로 뭐든지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 의혹을 제기하면, 당대표를 내려놓아야 하는가”라며 “그건 좀 이상한 것 같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윤리위가 자신에 대해 불리한 결정을 내릴 경우 모종의 조치를 취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하지만 그는 “윤리위가 제가 선제적으로 말하는 것에 대해 영향을 받지 않기를 바라지만,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그래서 (향후 조치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준석다운 쿨한’ 답변도 내놓았다. 이 대표는 ‘한바탕 풍파가 몰아칠 텐데, 돌파할 확신은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게 걱정은 안 한다”고 받아넘겼다. 또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저니까 버티는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자신을 겨냥한 경찰 수사에 대해서도 “어떤 느낌도 별로 안 들고, 이제 선거가 끝났으니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남 일’처럼 말했다.

이 대표는 자신과 대립하고 있는 친윤(친윤석열)계와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 대표는 “저한테 ‘왜 윤석열정부를 안 돕느냐’고 하는데, 도와달라는 얘기를 안 하고 있다”면서 “예를 들어 최저임금에 대해 (당대표인) 제 의견을 묻거나, 확정한 뒤 미리 얘기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이 대표 자택이 있는 서울 상계동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지훈 기자


-이 대표에 대한 윤리위 징계 심의·의결이 7일로 예정돼 있는데, 심경은.

“윤리위가 뭘 다루는지 불명확하다. 품위유지라든가, 당에 끼친 손실이라는 것은 명징한 지표가 나타나야 하는데, 윤리위가 징계 절차를 개시한다고 했을 때, 어떤 지표의 변화가 있었나. 그 점이 불명확하다고 본다.

경찰이 (자신을 둘러싼) 이 사건에 대해 7개월 가까이 다루고 있는데, 윤리위가 그것(경찰 수사)에 의존하지 않는 판결을 내릴 수 있겠는가. (윤리위가) 무엇을 하자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나중에 어떤 당원이라도 윤리위에 걸리기만 하면, 정치적으로 맹공을 가한 뒤 당 분위기를 흐트러트렸다고 하면, 징계 사유가 되는 것인가.”

-이 대표와 관련된 각종 의혹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국민의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이 점에 대해 도의적인 사과를 할 용의는 있는가.

“대선 때, 우리 당에서 상대방에게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고, 상대방도 우리에게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런 의혹들도 다 언론에 등장했던 사안들 아닌가.

하지만 지금은 당내에서 공격하고 있다. 그래서 저는 이건 ‘다른 모양새’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저에 대해 공세적 입장을 취하는 적대적 세력들에게, 저는 당대표이기 때문에 오히려 당을 생각해서 대응을 최소화했다.

포괄적 사과라는 것이 뭐 그렇게 어렵겠나. 정치인들이 늘상하는 것인데. 하지만 소위 내분이라는 것에 대해 제가 발동을 건 것이 있나.

제가 명시적으로 당에 해를 끼친 게 있으면 당연히 사과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인식이 좀 다르다.”

-이 대표를 겨냥한 경찰 수사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갖고 있는가.

“어떤 느낌도 별로 안 들고, 경찰 수사가 지금까지는 선거 일정 등 이런 것 때문에 지연됐다면, 이제 선거가 끝났으니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

사실 이 문제는 길게 (끌고) 갈 문제가 아닌데, 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그 자체가 문제 아닐까 생각한다.”

-이 대표가 당대표 지위를 방패막이 삼으면서 개인적 문제를 당에 끌어들였다는 비판도 있다. 법률적 시시비비를 떠나 보수의 품격을 지키기 위해 당대표 직위를 일단 내려놓고, 개인적인 의혹을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그것이 선례가 되면, 앞으로 뭐든지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 의혹을 제기하면, 당대표를 내려놓아야 하는가. 그건 좀 이상한 것 같다.

대선 후보에 대해서도 의혹이 많이 제기되는데, 의혹만으로 직을 내려놓은 경우가 있었는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배현진 최고위원의 악수를 뿌리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같은 당 의원들에 대한 이 대표의 공격적인 자세를 ‘정치적 리스크’로 보는 견해도 있다.

“방어적 성격의 조치 중에는 당연히 ‘선제적 방어’도 있다. 헌정사에 여러 번의 합당이 있었지만, (안철수 의원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을 (합당 이후) 국민의당 몫으로 최고위원으로 추천한 것은 유례가 있는 일인가.

이건 선제적인 당권 투쟁이다. 당을 비정상적인 상태로 만들려는 의도가 있다고 저는 본다.

제가 누구라고 확인은 안 해드리지만, ‘간장(안철수·장제원 의원을 지칭하는 용어로 알려짐. ‘간보는 안철수’의 ‘간’과 장 의원의 성을 합친 말)이라고 제가 지칭한 그분들이 국민들한테 대놓고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해서, 해당행위를 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당의 공식 추인을 받은 혁신위를 (이준석의) 사조직이라고 공격하면서, 당·정·대 기능을 하겠다고 ‘민들레’ 모임을 추진한 사람들은 뻔뻔하다.

(이 대표가 악수를 거부해 논란이 벌어졌던) 배현진 의원이 먼저 혁신위라는 당의 공조직을 사조직이라고 하면서 저에게 공세적인 행동을 먼저 했다.

‘악수를 하나, 안 하나’는 개인적인 부분이다. 제가 정치를 하면서 앞뒤가 다른 경우에는 그렇게 반기지 않는다. 그건 제 개인의 철학이다.

저는 여의도 정치에서 제거해야 할 가장 위험한 요소가 ‘표리부동’이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는 집권 1년 차가 매우 중요하다. 경제위기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는데, 이 대표 문제도 포함된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뒤집어 생각하면, 그것은 아주 근시안적인 생각이다. 그러려면 ‘대통령이 집권하면 (여당) 대표를 바꾼다’고 당헌·당규를 바꿔야 한다.

윤석열정부의 동력이 가장 높았을 때는, 지방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했던 직후인 6월 초였다. 지난 대선 이후와 6·1 지방선거 이후에 제가 윤석열정부의 정책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낸 것이 하나라도 있느냐.

(저는) 당 개혁 작업만 하고 있다. 당 개혁 작업이 윤석열정부의 철학과 반대되는 것인가. (국정운영의 발목이 되고 있다는 것은) 명확하지 않은 주장이다.”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높지 않은 것과 관련해 이 대표 책임론을 제기하는 주장도 있다.

“그분들이 (저의 역할을) 못하게 하지 않나. 지지율을 가볍게 봐서도 안 되고, 민심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

제가 역할을 맡으면 (윤 대통령 지지도 문제를) 20일이면 해결할 자신이 있다. 지난 대선 때도 제가 ‘60일이면 된다’고 그랬고, 20~30일에 되지 않았나.

대중을 조작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가 개혁적 성향의 정책을 준비해서 일관되게 밀어붙이면 대중은 그것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것이다.

저한테 ‘왜 윤석열정부를 안 돕느냐’고 하는데, 도와달라는 얘기를 안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에 대해 (당대표인) 제 의견을 묻거나, 확정한 뒤 미리 얘기한 적도 없다.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높지 않은 것과 관련해) 저 때문이라고 하기엔 저한테 역할이 없다. 책임과 역할은 함께 가는 것이다.”

-JTBC ‘썰전라이브’와의 인터뷰에서 당대표가 윤리위 해체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대표가 그 권한이 없다는 주장도 있는데.

“제가 임명할 수 있는 당직에 대해선 면직권이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그것은 윤리위에만 특별히 적용된 규정이 아니라 모든 위원회에 대해 할 수 있다.

이 판이 시작됐을 때부터 (윤리위 해체를) 할 수 있었고, 하라고 한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제가 단 한 번도 그것을 검토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것이다.

그런 부분은 선제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 무슨 일이 벌어진 뒤 생각해도 된다.”

-왜 친윤계가 이 대표를 견제한다고 생각하는가.

“(친윤계는 지난해)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승리와 대선, 지방선거 승리에 있어서 공이 없다고 생각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그분(친윤계)들 중에서는 안철수 의원을 밀었던 분들도 많다.

지난 대선 때는 자기들이 대선 후보를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된 뒤 지지율이 수직낙하했다. 대선 후보 선출 이후 지지율이 내려가는 추이를 만들었다. 지난 대선에서 지지율을 올려 이긴 게 아니라, 덜 떨어져서 이겼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

지방선거 때는 여론전을 누가 했나. 초반부에는 이재명 의원에 대해 ‘경기도망지사’를 꺼냈고, 후반부에는 김포공항 가지고 제주도까지 끌어들였다. 그거 아니었으면 여론전이 뭐가 있었나.

그런데 그 과정에서 그분(친윤계)들의 기여는 뭐였나. 저는 (친윤계의) 역할 축소 또는 정치적 영향력 축소 등에 대한 위기감이 작동하지 않았나 싶다.

명칭은 누가 만들든, 잘하면 명예로운 단어가 된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은 부정적인 어휘가 아니다. 윤핵관이 잘했으면, 명예의 단어가 됐을 것이다.”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힘 의원으로 입성한 이후 친윤 세력들의 견제가 거세졌다고 생각하는가.

“저는 냉정하게 당에서 이런 곤란한 상황을 만드는 사람들의 대중적 소구력이 크다고 보지 않는다. 심지어는 (대중적 소구력이) 마이너스로 비춰질 때도 많다.

그래서 (친윤계가 찾는 인물의) 최소 조건은 인지도인데, 인지도를 갖춘 분이 당내에 많지 않고, 이것 때문에 (친윤계가) 고민을 하는 것 같다.

(친윤계가) 꼭 안철수 의원이 아니더라도 그런 인물을 찾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한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은 거론하지 않고, 친윤계랑 싸우는 것에 대해 ‘갈라치기’ 아니냐는 분석도 있는데.

“제가 먼저 어젠다를 설정해 공격하지는 않는다. 아까 말했듯이, 혁신위에 대해서도 들어오는 공격이나 제가 우크라이나 방문했던 것에 대한 공격에 대해 반응하는 거지, 누구를 겨냥해 먼저 의혹제기는 하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마중 나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 출국 때는 환송을 안 하고, 귀국했을 때는 마중을 나갔는데.

“저는 웬만한 행사는 다 간다. 하지만 안 간 거에 대해 너무 정치적 해석이 많아서, ‘가도 욕 먹고, 안 가도 욕먹을 것 같으면’ 가고 말자고 생각했던 것이다.”

-윤 대통령이 나토 방문하기 전에 만찬을 했는지 여부는 여전히 논란거리인데.

“지금까지 대통령과 했던 대화나 이런 것에 대해 한 번도 확인해준 적이 없다. 그것은 제 철칙이라 확인해줄 생각이 없다.“

-지나치게 당내 인사들과 정치적 싸움을 많이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정치 스타일을 바꿀 의향은 없는지.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스타일은 매우 하기 쉽다. 김종인 어르신이 저한테 말씀하신 것이 있다. ‘세상이 원하는 대로 바뀌면 정치꾼이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세상을 바꾸는 것이 진짜 정치인이다’ 이 말씀이었다.

정치꾼은 쉽다. 그러나 정당의 리더십은 절대 정형화되거나 패턴화돼서는 안 된다. 그건 정당의 생명이 죽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하윤해 정치부장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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