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내세운 '안나', 두 마리 토끼 잡기 성공?
[김준모 기자]
▲ <안나> 스틸컷 |
ⓒ 쿠팡플레이 |
최근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제작의 방침을 바꾸었다. 다수의 작품에 투자하기 보다는 대작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OTT 시장이 과열된 현재 킬러 콘텐츠의 존재가 중요해졌다. 국내에서도 <오징어 게임> <스위트 홈> < D.P. > <지금 우리 학교는> 등 히트 콘텐츠의 시즌2 발표소식을 알리며 킬러 콘텐츠 확장에 힘을 쓰는 모양새다. 쿠팡플레이도 이런 전략을 통해 확실하게 구독자를 끌어 모으려 하고 있다.
쿠팡플레이는 쿠팡와우 회원이라면 누구나 쿠팡플레이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아마존 프라임과 같은 전략을 내세웠다. 구독자 수는 확보했지만 킬러 콘텐츠가 없으면 실질적인 관람이 이어지지 않는다. 첫 오리지널로 내세운 <어느 날>은 스타배우 김수현과 차승원 투톱에 해외에서 호평을 받은 시리즈 <크리미널 저스티스>를 리메이크 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실질 관람을 유도하는 확실한 킬러 콘텐츠를 내세웠고 이 전략이 성공을 거두었다.
유미는 왜 안나가 되었나
▲ <안나> 스틸컷 |
ⓒ 쿠팡플레이 |
이유미는 거짓말을 통해 원래 내 것이었다고 생각하는 삶을 보상 받고자 한다. 수지는 고등학생 때부터 30대 후반까지의 캐릭터를 연기하며 유미가 왜 안나가 되었는지 보여준다. 마음 먹은 건 다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지닌 유미는 수능을 앞두고 음악교사와의 연애 사실이 발각되면서 강제전학을 당한다. 원하는 대학에 떨어진 유미는 가짜 대학생 행세를 하던 중 학교에서 사귄 남자친구와 유학을 준비하나 정체가 들통난다.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던 유미는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현주를 만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자신과 다른 좋은 배경으로 외국 유명 대학을 졸업한 현주는 아버지와 함께 사업을 한다. 게으르고 방탕하며 안하무인한 현주 아래서 일하던 유미는 그 박탈감을 이기지 못하고 그 집을 나온다. 그리고 현주의 학력과 뒷배경을 훔쳐 '안나'라는 이름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간다. 대학교수가 되고 국회의원의 아내가 되지만 다시 현주를 만나며 위기를 겪는다.
▲ <안나>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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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주와 안나의 남편 지훈은 각각 부모의 뒷배경과 부정한 방법으로 상류층에 올라왔다. 이들은 낮은 자존감을 타인을 향한 갑질로 풀어낸다. 지훈의 갑질을 보며 안나는 현주 밑에서 자신이 당했던 순간들을 떠올린다. 부가 부를 만드는 세상에서 평범한 청춘들은 열심히 노력해도 상류층으로 향하는 유리천장을 넘을 수 없다. 이 사실은 안나의 삶이 원래 본인의 것이 아닌 거짓으로 얻어낸 허상임을 보여준다.
아쉬운 점은 심리 드라마로 흥미로운 전개를 선보였던 이 작품이 청춘과 갑질을 강화하면서 상투적인 질감을 지니게 되었다는 점이다. 유미가 안나가 되어가는 심리를 그리는 것만으로 효과적으로 뽑아냈던 재미가 현주와 지훈 캐릭터를 강화하며 투박하게 그려지는 기분이다. 다만 상업 드라마의 측면에서 시청자가 안나의 심리에 더 쉽게 공감하고 빠르게 빠져들 수 있게 만드는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스타배우 기용과 흥미가 보장된 원작의 결합이란 쿠팡플레이의 오리지널 전략은 <안나>를 통해 다시 한 번 성공을 맛보는 중이다. 확실한 킬러 콘텐츠에 집중하며 양보다 퀄리티로 승부를 보는 저력이 돋보인다. 눈에 들어오는 건 단독주연으로 가능성을 입증한 수지다. 유미와 안나 사이의 변화는 물론이고 거짓으로 얼룩진 삶에 대한 동정을 품게 만드는 섬세한 표현력이 눈에 들어온다. 2015년 영화 <도리화가> 당시 노력에 비해 아쉬웠던 성과를 보상받는 작품이 <안나>가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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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김준모 기자의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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