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정] 충남아산 돌풍 이끄는 박동혁 감독, "승격요? 일단 끝까지 달려볼게요"

서호정 기자 2022. 7. 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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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아산] 서호정 기자 = 1979년생인 충남아산의 박동혁 감독은 2018년 사령탑 취임(당시 군경팀 아산무궁화) 후 감독 5년차를 맞았다. 지난 6월 25일 안산그리너스를 상대로 3-1 승리를 거둔 홈 경기는 그가 K리그 사령탑으로 치른 156번째 경기였다. 현재 K리그 전체에서도 박동혁 감독보다 많은 K리그 경기 경험을 지닌 인물은 남기일(314경기), 최용수(279경기), 조성환(225경기), 김태완(210경기) 4명뿐이다. 리그 전체에서는 최연소인 만43세의 감독이지만, 그가 겪은 경험의 숫자는 반비례한다. 


박동혁 감독은 지난 5년을 극과 극의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부임 첫해에는 아직 온전한 군경팀이었던 아산무궁화를 이끌고 K리그2 정상에 섰다. 하지만 경찰대 산하의 무궁화체육단 운영이 중단되며 아산무궁화는 2019년 말 해체 위기를 맞았다. 2020년 시도민구단 충남아산으로 극적인 재출발을 하며 창단 감독을 맡은 박동혁 감독은 최하위를 경험하며 프로 사령탑으로서 쓴 맛을 봤다. 절치부심해 지난 시즌 8위를 기록했고, 성적 이상의 훌륭한 경기 내용으로 K리그2 감독상 후보에도 올랐다.


기존의 2년 계약을 마친 뒤 박동혁 감독은 여러 러브콜을 뒤로 하고, 공개채용 형태로 진행된 충남아산의 감독 모집에 마지막날 지원했다. 예상대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고, 1년 계약에 서명했다. 박동혁 감독은 "8위라는 성적으로 위안 받으며 떠나기 싫었다. 남은 스태프, 선수들에 대한 책임감도 있었다. 2022년을 지도자로서 내가 가진 모든 걸 보여주는 해로 삼겠다는 각오로 출발했다"고 말했다. 


2022시즌의 반환점을 돈 현재 충남아산은 놀라운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21경기에서 8승 8무 5패, 승점 32점으로 5위를 기록 중이다. 3위 부천과는 승점 2점 차 밖에 나지 않는다. 실제로 안산을 꺾은 직후 충남아산은 일시적으로 3위에 오르기도 했다. 무엇보다 17실점만 허용하며 K리그2 최고의 팀 수비력을 보여준다. 충남아산이 김포FC 다음으로 적은 예산을 쓴다는 점, 클럽하우스 등의 인프라가 없다는 점, 그리고 올 시즌 외국인 선수 없이 운영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적에 가까운 성적이다. 


30대에 감독으로서 출발한 초보 지도자는 지난 5년 간 어떤 과정을 거쳐 전력 이상의 성적을 끌어내는 좋은 감독으로 성장했을까? 1시간이 넘는 인터뷰를 통해 박동혁 감독은 그 이야기를 상세히 소개했다. 


- 올 시즌의 충남아산은 K리그2에서 광주와 더불어 가장 놀라운 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전력 이상의 경기력과 결과를 내는 팀, 팀의 컨셉과 색깔을 경기 중 일관되게 수행하는 팀입니다. 
동계훈련부터 선수들이 어느 시즌보다 열심히 준비한다는 걸 느꼈어요. 열심히 할 수 있는 선의의 경쟁 구도가 포지션 별로 생겼습니다. 연습경기를 할 때도 두 팀으로 섞어 돌렸는데 거기서 서로 더 잘 하겠다는 태도를 보였어요. 올해는 이렇게 열심히 하니까 좋은 결과가 날 거라는 기대를 했죠. 동계훈련이 끝날 때까지 팀이 점점 좋아진다는 걸 느꼈습니다. 시즌 들어가도 이게 될 거 같다 싶어 뚜껑을 열었죠. 부천과의 원정 경기로 시즌을 시작했는데, 비겼지만 내용 면에서 우리가 좋은 축구를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더 생기더라고요. 선수들과 미팅하며 항상 얘기하는 게 "우리는 가면 갈수록 좋아질 거라는 확신이 생긴다. 조직적인 부분, 전술 전략 부분에서 여러분이 이해를 하고 그걸 이행하는 게 너무 좋다. 우리는 남은 시즌 동안에도 계속 좋아질 거다"라는 얘길 해줘요. 결과론이지만, 특별히 돋보이는 선수가 없이 팀 차원에서 점점 발전하고 있어요. 조직적인 부분에서는 K리그2 어느 팀에도 지지 않는다고 자신합니다. 그 자신감이 성적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 지금까지 치른 21경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무엇인가요?
부천과의 개막전은 가장 아쉬웠어요. 지금 돌아보면 그때 이겼다면 더 좋은 분위기를 일찍 타지 않았을까 싶어요. 또 홈에서 경남과 2-2로 비긴 게 계속 생각납니다. 종료 직전까지 리드하고 있다가 실점해서 비긴 경기였는데, 내용을 생각할 때 놓친 승점 2점이 더 아까웠어요. 광주와의 두 차례 맞대결도 모두 아쉽습니다. 흐름 상 우리가 승리로 가져갈 포인트가 있었거든요. 특히 두번째 맞대결에서는 선제골을 넣었는데 역전패를 당했죠. 3실점 이상을 한 경기가 3번 있었는데, 저는 무실점으로 승리하는 방식을 원해요. 클린시트 경기가 13번 있었는데 그 중 승리가 6번인데 더 늘리고 싶어요. 리그에서 우리 팀이 가장 무실점 경기가 많은데 이제는 버티는 힘도 강해졌죠.


가장 좋았던 경기는 아직 안 나온 것 같아요. 완벽한 경기를 한다고 하면 리드도 해야 하고, 점유율도 가져가야 하고, 공격 횟수도 많은 축구거든요. 현실적으로 지금 충남아산은 점유율이 상대보다 적고, 수비적으로 하면서 미드필드에서 위치를 잡고 기다리는 수비를 해야 승리를 가져갈 확률이 높습니다. 저는 상대 팀마다 그에 맞게 전략, 전술을 다르게 준비해요. 지난 안산전은 전방에서 압박을 걸었고, 그 전의 대전전은 미드필드에서 기다리는 수비를 짰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축구에 근접한 경기는 김포전 4-0 승리가 아니었나 싶어요. 상대가 1명 퇴장당하긴 했지만 우리가 구현하고자 했던 최상의 축구를 거의 했었어요. 



- 감독 부임 첫해부터 우승을 했습니다. 하지만 3년 차에는 최하위를 했죠. 이 극단적인 경험 속에서 어떤 성장을 하셨나요?
2018년 우승할 때는 초보 감독이지만 편안하고 자신감에 차 있었어요. 2017년에 수석코치를 하면서도 느꼈지만, 이 정도면 누구와 붙어도 한번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으로 시즌에 들어갔죠. 재미난 축구를 추구했습니다. 상대를 분석하고, 거기에 맞춰 준비하기보다는 우리가 어떻게 할까, 우리가 잘하는 걸 최대한 잘하자가 목포였어요. 과감한 포지션 체인지를 시도하거나, 빌드업과 점유율을 높이며 상대를 압도하는 걸 신경 많이 썼죠. 황인범 선수 같은 경우엔 중앙 미드필더와 윙포워드 포지션을 번갈아 가게 했어요. 하지만 2부에서 우승을 했는데도 승격은 못했고, 팀이 해체될 위기에 몰렸죠. 저도, 선수들도 상처를 받았어요. 우승을 했는데 마음 한켠이 허전했죠. 그래도 좋은 경험이 됐다고 봐요. 2019년은 군경팀과 시민구단의 과도기였는데 그래도 괜찮게 했어요. 후반기에는 선수들 절반이 전역하고 남은 일반 선수들로만 기존의 축구를 하고자 하니 역시 쉽지 않았죠. 2020년에 시민구단으로 완전히 전환하면서 초대 감독으로서 3-4년을 바라보며 긴 관점에서 팀을 만들어야 되겠다 생각했어요. 하지만 프로는 결국 당장의 성적이 중요하다는 걸 배운 한 해였습니다. 그 시즌에는 33명 중에 25세 미만 선수가 25명이었요. 어린 팀이었습니다.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웠지만 계획만으로 다 되지 않았어요. 시민구단이다 보니 성과에 더 예민한 부분도 있었죠. 최하위를 했다는 꼬리표. 프로라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감독으로서 처음 경험했어요. 그래도 그때는 과정을 더 생각하자고 해서 3백을 단 한 번도 쓰지 않고 4백을 썼죠. 후년을 보고 준비하자고 했는데 과정을 가져와도 결과가 없으면 인정받지 못하는 게 프로임을 실감했죠.


- 감독 박동혁이 제대로 평가받고 있는 건 작년, 그리고 올해입니다. 가장 약한 축에 속하는 스쿼드로 그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으니까요. 
2021년을 준비하면서 경험 있는 선수가 요소요소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즉시전력감을 원했죠. 물론 우리에게만 즉시전력감이고, 밖에서 보면 그 선수들은 다른 팀들이 다 택하지 않은 선수였습니다. 그래도 이전의 기량치, 경험이 있는 선수, 팀 상황으로 경기 뛰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선수를 찾았어요. 그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게 수비였습니다. 유준수, 최규백, 한용수, 박세진을 데려왔어요. 그 선수들 영입 과정도 어려움이 많았죠. 직접 설득을 하면서 데려왔어요. 작년에도 4백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동계훈련을 하면서 보니까 유준수, 한용수, 최규백 중 1명을 빼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동계훈련 후반기에 3백으로 전환을 했죠. 그게 잘 맞아 떨어지면서 뒤에서 중심이 잡혔고, 쉽게 지지 않는 팀으로 자리 잡았어요. 알렉산드로나 마테우스 같은 외국인 선수들도 시즌 중반, 후반기에 역할을 해 줬고요. 여름에 임대로 데려온 선수들도 맞아 떨어지면서 잘했다고 생각해요. 카운터 어택이나 속도 면에서는 작년에 우리가 K리그2에서 전환이 가장 빠르다는 데이터도 있더라고요. 단단하지만 빠르게 올라가는 축구, 그게 저와 선수들이 공유하고 있는 우리의 축구라는 인식을 줬죠. 올해도 보시는 팬들이나 상대팀이 충남아산의 공수 전환이 빠르다고 느낄 거예요. 상대팀에 맞춰서 전술 전략을 바꾸고, 선수를 쓰는데 그것도 잘 맞아떨어지고 있어요. 엊그제 안산전의 경우 여름이 되니까 교체카드를 5장 다 활용해야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22세 카드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 정건우 선수를 경남전부터 투입해 왔어요. 후반에 양 사이드백을 다 바꾸면서 공격 가담을 늘렸죠. 왜냐면 안산은 후반에 외국인 공격수를 다 활용하니까 반대로 측면 배후로 우리가 활용할 공간이 난다고 봤거든요. 우리가 노림수를 가져갔는데 그게 먹혔죠. 


- 작년에 그런 성과가 있었지만 팀은 연장을 제안하지 않고 공개채용에 참가할 것을 원했습니다. 다른 팀들의 러브콜도 있었는데 결국 공개채용을 통해 올해도 충남아산을 이끌게 된 이유는 뭔가요?
공개채용 참가에 대해 예민하게 받아들인 건 사실이었어요. 자존심의 문제도 있었어요. 지원서를 넣느냐 마느냐를 고민하다 결국 마지막 날에 넣었어요. 작년의 결과에 대해 속속들이 분석하며 좋게 평가해주신 분들도 있지만, 그 정도 성과로 충남아산이라는 팀에서 마침표를 찍는다는 게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초대 감독인데 경질이 아닌 이상 성과를 보여주고 그걸 인정 받고 싶었어요. 또 어려울 때 팀에 와서 도와준 선수들과 함께 대단한 걸 만들어서 밖에다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컸죠. 8위라는, 충남아산치고는 잘했네~ 하는 정도의 성적에 만족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리고 코칭스태프, 의무팀에서 같이 노력해 준 이들을 책임지고 싶었어요. 다들 저 하나 보고 기다린 친구들이니까요. 다들 제 행보를 궁금해했죠. 연령별 대표팀 얘기도 있었고, 몇몇팀과는 계속 교감했던 건 맞아요. 저 하나만 생각하면 다음 취업에 대한 걱정은 없지만 충남아산을 이대로 떠나는 건 싫었어요. 물론 다시 팀을 맡아도 선수 계약이나 외국인 없이 해야 한다는 점의 현실적 어려움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죠. 그래도 팀 안팎에서 저를 지지해주신 분들을 생각해서 남기로 결심하고 공개채용에 응한 거죠. 지금 보면 잘 한 거 같아요. 어려워도 스쿼드 잘 구성했고, 선수들이 열심히 따라와줬고. 아직 시즌 중이지만 이 정도 결과가 나온다면 어느 정도는 만족을 해요. 남은 19경기에서 지금처럼만 해주길 바라죠.


- 충남아산은 인력이 적다 보니 스카우트도, 전력강화팀도 없습니다. 경기 준비는 물론이고 선수 선발까지도 감독이 해야 합니다. 
제가 제일 어려운 게 데이터가 없어요. 구단에서 선수 영입을 추천하면서 그런 데이터와 리스트를 주는 게 일반적인데 그게 없으니 제가 다 관찰해야 해요. 상황에 맞춰서 다급하게 선수를 찾는 상황이 반복됐어요. 그래서 올해는 준비할 때부터 확실한 계획을 세웠어요. 2022시즌은 3백을 쓴다는 전술적 목표 하에 우리 팀이 추구하는 축구에 맞는 선수를 찾았어요. 이전에는 좋은 선수가 올 수 있다고 하면 접촉했는데 이제는 우리 축구에 맞는 스타일이냐가 중요했죠. 리그 득점 2위인 유강현의 경우 경남에서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가 하는 테스트에 참여해달라고 했어요. 마음으로는 뽑을 생각이 있었지만, 시도민구단이다 보니 명분과 검증이 필요해서 부탁을 했죠. 강현이가 흔쾌히 응했줬는데, 역시 테스트를 해서 보니까 첫날부터 뽑아야 되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최범경은 에이전트 추천이 있었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여러 지도자 분들과 스카우트 분들의 평가를 확인했어요. 저는 선수를 직접 보지 않으면 뽑지 않아요. 웬만해서는 그 선수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선택하죠. 성격상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지금도 여름이적시장에 선수를 영입하려고 R리그를 보러 가고, 체크 중이에요. 작년에는 K리그1에서 뛰는 선수들을 많이 데려왔죠. 경험이 있다 보니까 K리그2에서 영향을 발휘해줄 거라 믿었죠. 그런데 22세 이하 선수 선발이 가장 어려워요. 정보 공유가 안되는 상황이죠. 올해는 제가 공개채용을 통해서 늦게 부임되다 보니 선수 보강 타이밍도 늦었어요. 테스트로 문현호를 영입했고, 유스 시절부터 지켜 본 적극성이 있는 정건우를 영입했어요. 김채운 선수는 지난 시즌 끝날 즈음에 에이전트를 통해 추천 받았고 몇 경기 보다가 어렵게 영입할 수 있었죠. 


- 올 시즌 충남아산은 성적도, 관중 집계도 모두 상위권입니다. 물론 구단에서는 이 정도도 매우 잘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스스로 한계를 두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플레이오프를 갈 수 있다면 승격도 도전할 수 있는 거잖아요. 
아쉬움이 없다고 할 순 없죠. 구단과도 가끔 얘길 하는데, 어느 시점에는 충남아산이라는 팀도 높은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맞춰서 선수의 계약 기간과 급여 설정을 해야 해요. 작년에 한용수, 박세진이 잘했고 장기적으로 잡아야 핵심 선수가 될 수 있었죠. 하지만 잡지 못했어요. 김인균의 경우도 이적료라는 이익을 받고 보내긴 했지만 우리의 목표가 더 높은 것이라면 그 선수의 가치에 맞게 대우하고 잡았어야 했어요. 지금까지 우리가 좋은 순위를 달리고 있지만 그렇다면 그걸 위해 노력한 선수에게 대우도 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이 팀이 내년 이후 승격이라는 목표를 향해 계속 발전할 수 있다는 신뢰를 줄 수 있거든요. 물론 시도민구단은 재정적으로 어려워요. 그래도 방법을 찾아야 해요. 2021년과 2022년 현재 우리의 선수단 운영 예산은 비슷해요. 외적으로는 많이 발전했어요. 환경과 훈련 면에서 구단이 노력해주고 있어요. 하지만 결국 선수는 한 만큼 대우가 따라가야 그걸 더 잘 발휘할 수 있죠. 열심히 하는 선수들을 더 잘 대우해주는 팀으로 만드는 게 감독으로서 바라는 부분이죠. 



- 박동혁 감독의 장점으로 밖에서 얘기하는 다른 요소는 팀 매니지먼트입니다. 
저는 분위기를 중시하는 편입니다. 선수들에게 제 경험담을 종종 애기해요. 훈련이나 경기를 나가기 전에 '운동 힘든데 오늘은 어떻게 버티지?' 그런 부담감을 안고 나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현역일 때는 그런 상황이 많았어요. 그 때는 그저 많이 뛰고, 힘든 운동을 하는 게 경기력으로 직결된다고 생각하신 지도자 선생님들이 많았던 시기였죠. 그런데 저도 해외에서 뛰니까 그것보다는 좋은 분위기, 오늘 재밌게 하자는 분위기가 좋은 경기력을 만든다는 걸 알게 됐어요. 서른살에 그걸 느꼈어요. 감독님, 코치님들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잘 준비하고, 부족한 걸 채우려고 할 때 하나가 더 늘어난다는 자각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늦게 발전의 시기가 왔어요. 선수들에게 훈련은 즐겁게 하자, 분위기를 좋게 가져가자고 해요. 팀이 받는 부담을 선수들에게 넘기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감독을 준비하면서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계획, 선수들에게 해야 하는 약속을 메모한 적이 있어요. 자신감을 심어주고,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 그 약속은 지금까지 지켜가고 있어요. 5년째 지도자를 하면서 2년차까지는 많은 지시를 하지 않아도 됐어요. 하지만 시민구단 전환 후에는 바빠지고, 선수들에게 강하게 소리도 치고 있더라고요. 올해 다짐한 건 '내가 급하면 안 된다. 그러면 코치, 선수들 모두 급해진다. 천천히 기다리자. 벤치에서도 차분히 생각하자' 그런 생각을 하죠. 지금까지 저와 함께 한 선수들이 충남아산에서든, 혹은 다른 팀에 가서든 잘 하고 있으면 좋아요. 뿌듯함을 느끼죠. 


- 그렇다면 반대로 감독이 느끼는 부담감은 어떻게 해소하세요?
지도자가 스트레스가 없을 수가 없어요. 숙명이죠. 모든 책임은 감독이 지니까 운동장 안에서는 선수들이 잘 하는 걸 하게 도와야 해요. 저는 팀으로서 큰 틀을 가져가지만 세부적인 건 개개인의 장점과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전술을 짜려고 해요. 빠른 선수가 들어가면 카운터로 전환하고, 볼 소유가 되면 거기에 맞게… 높이를 살리는 축구도 때론 하죠. 선수 때도 느끼고, 지도자로도 느꼈지만 결국 부담감의 끝에는 감독이 있어야 해요. 결정을 하는 데 따른 책임은 제가 감당하는 거죠. 선수들은 일관되게 준비하고, 경기장에서 표현하게 돕는 게 지도자의 역할이고요. 다행히 우리 선수들은 본인이 가진 100%를 쏟아내고 있어요. 그게 된다면 제가 느끼는 부담감은 힘든 게 아니라고 봐요. 


- 승격에 대한 가능성을 물어봐도 될까요?
너무 앞서 나가는 거 아닌가요?(웃음) 선수들 앞에서 그런 얘길 꺼낸 적은 없어요. 매 경기 잘 준비하는 거죠. 시즌 시작 전에 세운 목표는 5위였어요. 플레이오프라는 목표를 가져가지만, 승격이 현실적인 목표치는 아니라는 생각도 들어요. 사실 저희 팀이 승격을 하면 그건 K리그2에 너무 큰 사건이라고 봐요. 더 많은 투자를 한 팀들이 있는데… 프로의 승패라는 건 꼭 돈으로 갈리는 건 아니지만 저희가 그런 성과를 가져가면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봐요. 최근 박경귀 당선인(7월 1일자로 아산시장 취임)께서 경기장을 와 주셨는데, 이 팀을 더 큰 팀으로 키워 나가려면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니까 꼭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리고 아직 우리가 승격에 도전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2부 리그에는 얕볼 팀이 하나도 없어요. 매 경기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게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긴장감이 높아요. 만일 플레이오프에 오르면 경험만 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런 무대는 무조건 이기려고 준비를 하는 거죠. 그때부터는 저희가 할 걸 하고, 그 다음 상황은 하늘에 맡기겠습니다. 


- 올해로 충남아산과의 계약이 끝납니다. 현재 상황이라면 감독 박동혁을 향한 관심과 인기는 더 올라갈 겁니다.
충남아산은 저를 이렇게 성장할 수 있게 한, 감독으로서 기회와 경험을 준 각별한 팀이죠. 향후 계획은 아직 모르겠어요. 저도 감독 생활을 계속 하고 싶고, 더 나은 기회를 잡고 싶은 마음도 있죠. 하지만 올해는 정말 준비 단계부터 선수들과 열심히 했기 때문에 최대한 좋은 성과를 내도록 하는 게 지금의 목표입니다. 


- 궁극적으로 꿈꾸는 감독의 목표상은 어떤 것인가요?
국내외에서 선수 생활을 하며 여러 감독님을 경험했어요. 그 분들의 좋은 점을 하나씩 본받으려고 하지만 결국은 저만의 스타일을 갖춘 지도자가 돼야죠. 딱 하나 놓치고 싶지 않다면, 선수들한테 믿음을 주고 받는 감독이 최고의 감독이라고 봐요. 어떤 상황에서도 서로 신뢰가 있어야 해요. 경기에 못 나서는 선수도 감독님은 이런 생각이 있어서 저런 결정을 했으니 내가 더 노력하자 라고 할 정도로… 선수들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경기장에서도 뛰게 할 수 없어요. 최대한 선수들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상황, 자기가 가진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열어주는 감독이 돼야죠. 선수가 장점을 발휘해야지, 위축되면 안되니까요. 이제는 선수들이 지도자를 인정하고 평가하는 시대잖아요. 38살에 감독을 시작했는데 너무 많은 경험을 했어요. 우승으로 시작해서 해체 위기, 꼴찌, 8위… 여기서 너무 많은 경험을 했어요. 2020시즌이 가장 큰 공부가 됐어요. 제일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그러기 위해선 어떤 변화를 가져가야 할 지를 고민하고 결정해서 성과를 만들어봤어요. 주변에서 그런 얘기 많이 하죠. 지금보다 더 힘든 환경에서 감독을 하겠냐고. 지금 상황에서 축구 색을 더 입히려고 해요. 더 좋은 모습을 남은 시즌동안 보여드리려 하고요. 그러면 그 다음 운명이 펼쳐지겠죠. 지도자는 미래를 꿈꾸지만 항상 현실과 싸우는 게 중요해요. 제가 다른 마음을 먹고 다음을 생각하면 선수들이 흔들려요. 지금은 충남아산, 그리고 선수들과 끝까지 최선을 다해 달려가는 것만 생각합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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