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절반 "낙동강 보, 수질에 도움" 했지만..환경과학원 논문엔
지난해 11~12월 환경부는 여론 조사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한강·낙동강 보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를 진행했고, 여기에는 "보가 수질에 어떠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있었다.
조사 결과, 낙동강 A보 인근 지역 주민 196명 중 가운데 76.2%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반면 B보 주민 360명 가운데 66%는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상반된 결과였다.
낙동강 8개 보 인근 주민 2522명 전체로는 53.1%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고, 46.9%는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대답해 두 가지 응답 비율이 큰 차이가 없었다.
절반의 주민이 낙동강 보가 수질을 악화시키지 않는다고 보는 탓에 짙은 녹조가 발생해도 보 수문을 개방하는 게 쉽지 않다.
주민 절반이 보가 수질에 도움된다지만…
국립환경과학원 낙동강 물 환경연구소 연구팀은 지난 2020년 환경 분야 국제 저널인 '종합 환경 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발표한 논문에서 "2013~2018년 조사 내용을 통계 분석한 결과, 낙동강 보 체류 시간이 증가할수록 유해 남세균의 성장이 촉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대로 보 방류량을 늘리면 유해 남세균이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지적했다.
이 논문 내용은 녹조 원인과 실태에 대한 논란이 사라지지 않는 가운데서도 낙동강을 가장 잘 아는 연구팀에서 국제 학계에 보고한 내용이라 더욱 주목된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낙동강에서는 남세균 중에서도 두 속(屬)의 남세균, 즉 아파니조메논(Aphanizomenon)과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가 주로 나타나고 녹조를 일으킨다"고 밝혔다.
봄에 수온이 낮을 때는 아파니조메논 속의 남세균이 먼저 번성해 녹조를 일으키고, 수온이 25도 이상으로 높아지는 6월 하순부터 9월까지는 마이크로시스티스 속의 남세균이 번성한다는 것이다.
낙동강 가을·겨울에도 남세균 번성
폭우가 아닌 작은 강우는 오히려 남세균에 영양물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강우 후에 유해 남세균의 성장이 촉진되기도 한다.
10월 이후에 수온이 떨어지면 다시 아파니조메논이 번성하기 시작해서 11월까지 이어진다. 아파니조메논은 11~29도의 넓은 수온 범위에서 번성한다.
특히, 4대강 사업 완공 몇 년 후 하천 환경이 안정화되면서 가을 우점종인 아파니조메논이 2015년 겨울에도 계속 번성하는 등 겨울철에 유해 남조류가 번성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연구팀은 "낙동강에서는 상류 보에서 발생한 녹조가 흘러내려서 하류 보에서 녹조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기상이나 영양염류 농도 등 조건이 각 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녹조가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위쪽 보보다 아래쪽 보에서 먼저 녹조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낙동강 8개 보는 서로 연결이 돼 있기 때문에 상류의 짙은 녹조가 하류 보에 영향을 줘 녹조를 더 심하게 만들 수도 있다.
"체류시간-녹조 영향 교과서에 나와"
연구팀은 "낙동강 모든 보에서 남세균의 성장은 인(燐) 농도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고, 금호강을 통해 유입된 고농도 영양염류가 직 하류인 달성보의 수질이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효과는 합천창녕보까지 이어지고, 이후 남강의 유입 덕분에 창녕함안보에서는 영양염류 농도가 다소 낮아진다.
연구팀은 "낙동강 8개 보 구간에서 남세균 세포 밀도와 환경 요인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수온과 체류 시간, 보 방류량이 유해 남세균의 증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체류 시간이 늘면 남세균이 성장하고 녹조가 심해진다는 것은 교과서에도 나오는 내용이고, 그런 사실은 당연히 낙동강에도 적용된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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