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재결합-진짜 이별, 이혼 커플들의 삼색 결말
[이준목 기자]
▲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의 한 장면. |
ⓒ TV조선 |
잘 끝내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인생에는 때로 하나의 챕터를 정리하고 마무리한 뒤에야 다음 챕터의 시작으로 넘어갈 수 있는 순간이 있다. 이혼과 재회라는 과정을 통하여 새로운 관계의 출발선에 선 세 커플의 각기 다른 결말이 시청자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겼다.
7월 1일 방송된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12회에서는 나한일-유혜영, 일라이-지연수, 조성민-장가현, 세 이혼 커플의 마지막 이야기가 그려졌다. 주역인 나한일, 유혜영, 지연수, 장가현이 이날은 스튜디오에도 특별출연하여 MC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미국으로 잠시 돌아간 일라이와 스케줄이 있는 조성민은 아쉽게 불참했다.
일라이-지연수는 출국 일주일을 남겨두고 한강을 찾아 차분하게 대화를 나눴다. 미국으로 돌아가는 일라이가 "우리의 관계에 대하여 생각해봤나. 친구로 지낼 마음은 없고?"라고 질문하자, 지연수는 "우리가 뭐 있나. 지금처럼 민수 엄마, 아빠인 거지"라고 답하며 "우리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당장 흔쾌히 대답은 못 해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친구가 되지 않을까 생각은 한다"라고 밝혔다. 일라이 역시 "나도 그걸 바라는 거다"라고 공감했다.
일라이는 아들 민수에게 이별에 적응할 시간을 주기 위하여 출국전에 미리 집을 나와 임시숙소로 옮기기로 했다. 일라이와 지연수는 민수의 생일파티를 함께하며 즐거운 추억을 쌓았다. 생일케이크 앞에서 민수는 소원으로 "아빠가 우리 곁에서 떠나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빌었다"고 고백하며 듣는 이들을 뭉클하게 했다. 일라이는 민수를 위하여 특별히 제작한 팔찌와 앨범을 선물했다.
민수가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 지연수는 "이번에 미국 갔다가 다시 돌아오면 그때는 나와 민수를 흔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밖의 이야기를 밝혔다. 일라이가 당황해하자 지연수는 "그동안 나와 민수가 나름 평안하게 지내고 있었는데 큰 파도가 지나간 느낌"이라는 속내를 전했다.
일라이는 짐 정리를 마치고 아들을 끌어안으며 사랑한다고 고백과 함께 재회를 약속했다. 민수는 서운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묵묵히 이별을 받아들였다. 그런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지연수가 먼저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자, 오히려 민수가 달려와 엄마를 위로했다.
6월 10일 일라이가 미국으로 출국하는 날이 되어 지연수와 민수가 함께 전송을 왔다. 공항에서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둘만의 대화를 가졌다. 일라이가 "재회 이후 우리의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울퉁불퉁한 길이었다면 지금은 골목길 정도"라는 소감을 전하자, 지연수는 "난 아직 자갈길이다"라면서도 "생각 정리가 많이 됐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방향을 잡았다. 이제 우리가 아닌 너와 나라는 게 확실해져서 오히려 후련하다"는 마음을 밝혔다.
일라이는 "그래도 이런 기회가 있어서 우리가 오해를 풀 수 있어서 다행이다"면서 한 달 후의 재회를 기약했다. 지연수는 "이제는 내 인생에만 집중할 거다. 네가 한달 후든 일 년 뒤에 오든 나한텐 이제 크게 의미가 없다"며 앞으로는 서로 민수의 부모로서의 관계에만 충실하자고 선을 그었다.
일라이가 "그동안 수고많았다"라고 인사를 전하자 지연수는 "어른한테는 '고생많으셨습니다'라고 해야하는 것"이라고 농반진반으로 지적하며 누나 포스를 뿜어냈고, 일라이는 머쓱한 웃음을 터뜨렸다. 일라이는 민수에게 "이제는 기분좋게 갔다올 수 있을 것 같다. 최종목표는 한국이니까. 금방 다시 돌아올 것"이라며 빠른 재회를 약속했다. 세 가족은 밝은 표정으로 작별 인사를 나누고 새로운 시작을 기약했다.
▲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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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재결합에 성공한 나한일-유혜영 커플의 마지막 이야기가 그려졌다. 나한일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요즘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르고 행복하다. 우이혼 덕분에 유혜영과 대화를 많이 하게 됐다. 이제 문자도 먼저 올 만큼 서로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다"고 자랑하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나한일은 "너와 나에서 이제는 같이가 됐다. 내 가족, 내 사람을 되찾았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은혼식 이후 아직은 따로 지내고 있지만 현재 합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준비중이라고. 두 사람은 함께 집을 돌아보고 가구를 장만하며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두 사람은 저녁식사를 하며 그동안의 시간을 돌아봤다. 나한일은 휴대폰 검색을 통하여 유혜영이 좋아할 만한 식당을 미리 알아보는 센스를 발휘했다. 유혜영은 이제 배려하는 법을 알게 된 나한일의 달라진 모습에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은 재결합 소식 이후 서로 주변 지인들에게 많은 응원을 받는다는 사실을 전했다.
나한일은 최근에 유혜영의 집을 방문했을 때 34년이나 된 손톱깎이나 옛날 비밀번호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고백했다. 유혜영은 "그래서 남편도 안 바꿨잖아"라고 센스있게 답했고,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지켜보던 지연수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나한일 선생님의 다정함이 부러웠다"고 고백했다. 듣고있던 유혜영은 "옛날엔 이렇지 않았다"는 담담한 팩트 폭력으로 폭소를 자아내며 나한일을 머쓱하게 했다. 지연수는 "그럼 저도 한 30년을 기다려야하나"고 묻자, 유혜영은 "이혼을 두 번 정도하니까 변하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두 번의 이혼을 거쳐 다시 세 번째 만남을 결정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유혜영은 "지금 만나는 것과 같이 사는 건 완전히 다르니까"라면서도 "이런 것을 잘 극복하면 좋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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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조성민-장가현의 마지막 이야기가 그려졌다. 조성민은 뮤지션 동료인 엄주혁을 만나 <우이혼> 촬영의 뒷이야기를 나눴다. 자신이 출연한 방송을 차마 보지 못했다는 조성민에게 엄주혁은 "조금 답답하더라. 형도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는 것 같은데 서로 대화가 안 되더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조성민은 "장가현이 내 입장을 들을 마음이 하나도 없는 것 같더라"며 서운함을 토로했다. 엄주혁은 "좋게 풀자고 방송출연도 결정한 거니까.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라"고 조언했다.
조성민은 장가현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조성민은 방송에서의 마지막 만남인 만큼 편안하게 서로 하고 싶은 말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장가현은 "이혼 이후 아이들을 위하여 명절이나 생일 등 특별한 날마다 불편해도 아무렇지 않은 척 가족으로서의 만남을 이어왔지만, 이제는 더 못할 것 같다"고 깜짝 고백했다.
장가현은 "당신이 날 어떻게 생각해왔는지는 재회한 첫날 '내 메신저를 봤다'는 사실을 들은 후 이제 깨달았다. 사과를 받아서 깨끗해진 줄 알았는데, 화해한 다음날 딸 예은의 대학 등록금 문제를 두고 약속이 깨져서 또 마음이 불편했다"고 고백했다.
당황한 조성민은 "각자의 생활이 있으니 돈의 금액과 시기는 그때 가서 결정하자고 한 거지, 내가 싫다고 거부를 했나?"라고 항변했다. 장가현은 "당신은 살면서 뭔가를 정확하게 거절한 적이 없다. 그런 걸 반복하지 말자고 한 것인데, 당신이 또 약속을 깨니 신뢰가 무너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성민은 "무조건 당신이 제시한 요구 대로만 따라야 할 필요는 없지않나. 내가 딸의 등록금을 왜 신경을 안 쓰겠나. 문제 생기게 안 만들 것"라고 설득했지만, 장가현은 "예전에도 예은이의 자취방과 등록금을 모두 내가 해결했다. 당신이 이야기하는 '힘들다'는 늘 '안된다'는 이야기였다"고 지적하며 그래서 "못 믿어"라고 단호하게 일축했다.
조성민은 헛웃음을 지으며 "이건 좀 심하다. 그동안 기억이 다른 부분도 당신의 주장을 감수하고 넘어갔는데"라고 허탈해했다. 장가현은 "어떤 걸 감수해? 다시 처음부터 또 이야기하자는 거냐"라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두 사람은 다시 과거의 결혼생활에 대하여 각자의 기억이 다른 부분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서로의 입장은 좁혀지지 않고 내내 평행선을 달리며 감정싸움으로 치달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특히 경제적 문제에 있어서 "맞벌이"였다고 주장하는 조성민에게 장가현은 "당신의 수입은 내게 오지 않고 나의 수입은 시댁에 들어가고 있었다. 당신에게 오는 것 빚이었다. 친척들은 이런 상황을 모르지 않냐"며 분노했다.
조성민은 한숨을 내쉬며 "나는 열심히 살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거냐"라고 물었고, 장가현은 "나는 당신이 집에서 쉬고 있을 때 사업을 하거나 한방을 노리는 일말고, 돈이 적어도 꾸준히 수입을 얻을 수 있는 택배 일이라도 하기를 바랐다"고 고백했다.
그러자 조성민은 "내가 일을 못 했던 그 시점은 실명하고 난 후였지 않냐"며 그동안 방송에서 밝히지 않았던 놀라운 사실을 고백했다. 당시 조성민은 오른쪽 눈을 실명한 상태였고 한동안 절망감에 빠져 극심한 방황을 하고 있던 시기였다. "모든 걸 놓아버린 때였다.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는 조성민의 고백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장가현은 한숨을 내쉬며 "이 이야기에 끝이 있냐"고 물었고, 조성민은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없다. 그만하자"라고 서로의 좁혀지지 않는 입장차이를 확인했다. 조성민은 "가정을 위하여 살아왔던 아버지로 기억되고 싶다"고 밝히며, 결국 장가현이 요구한 대로 언제든 목돈이 나오는 즉시 딸에게 등록금으로 주자는 데 합의했다.
조성민은 "20년 동안 깊어졌던 골이 너무 깊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장가현은 "싫은데 싫다고 안 한 거 사과할게"라고 고백하며 "무조건 참아야만 현모양처라고 생각했나봐"라고 돌아봤다. 조성민은 "우리가 함께했었던 22년은 최대한 잘 정리해서 지워보는 걸로 노력하자"고 이야기했고 장가현은 눈물을 흘리며 "이제야 끝난 것 같아"라고 고백했다.
조성민은 "나랑 사느라 너무 고생많았다"며 마지막 위로를 전했고, 장가현도 "당신도 고생많았다"며 화답했다. 두 사람은 함께 눈물을 쏟아냈다. 이혼하고도 다시 2년의 세월이 더 흘러, 서로의 묵혀둔 감정과 밑바닥까지 남김없이 모두 드러낸 이후에야 두 사람은 비로소 진정한 이별을 받아들이게 됐다. 안타깝고 우울했지만, 어쩌면 그래서 가장 현실적이기도 한 이혼 커플의 엔딩을 보여준 모습이었다.
신동엽은 "싫은데 싫다고 말 안한 거 사과한다"는 장가현의 말을 복기하며 억지로 참다가 곪는 것보다 솔직한 대화의 중요성에 공감했다. 눈시울을 붉힌 장가현은 "결혼생활을 하면서 가장 긴 싸움을 솔직하게 했다"고 평가하면서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우이혼>은 오늘날의 이혼이 인생의 과정에서 마주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때로는 발전적인 이별이 새로운 시작을 위한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친구이자 아이의 부모로서 일단 현재의 관계를 정리하며 열린 결말로 여운을 남긴 일라이-지연수, 남자의 진심어린 속죄와 반성을 통하여 극적인 재결합에 성공한 나한일-유혜영, 가장 처절한 과정을 거쳐 서로의 진심과 현실을 비로소 인정하게 된 조성민-장가현까지, 각 커플들은 각기 자신들을 위하여 치열하게 고민했고 최선이라고 판단한 길을 선택했다.
다만 방송 외적으로 출연자들의 사적인 개인사와 진정성을 둘러싼 비판, 일부 누리꾼들의 지나친 인신공격성 악플 등은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으로 화제성은 높았지만 여러 커플들의 이야기가 중구난방으로 산만하게 진행되다가 갑작스럽게 마무리한 느낌을 줬던 시즌1에 비하여, 시즌 2에서는 단 세 커플만이 출연했고 각자의 가정사에 심도있게 접근하며 끝까지 완결성있는 스토리라인을 보여준 것은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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