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신'은 '오너'처럼 [인터뷰]

문대찬 2022. 7. 2.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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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1의 '오너' 문현준.   라이엇 게임즈

88.5%. T1의 정글러 ‘오너’ 문현준의 ‘리신’ 승률이다. 총 26경기에서 23승을 거뒀다.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를 통틀어 리신을 20경기 이상 꺼낸 선수들 가운데 가장 높은 승률을 자랑한다. ‘스피릿’ 이다윤(은퇴‧현 광동 프릭스 코치)이 126경기 17승9패(65.4%)로 뒤를 잇고 있다. 

리신은 올 시즌 대세 픽과는 거리가 멀다. 1일까지 8번만 선택 받았다. 5승을 거뒀는데 그 중 4승이 문현준에게서 나왔다. 문현준은 올 시즌 리신으로 4승 1패를 기록 중이다. 

1일 오후 8시 열린 DRX와의 경기는 문현준의 진면목을 보여준 경기다. 리신을 꺼낸 그는 경기 흐름을 바꾸는 플레이를 수차례 펼치며 그로기 직전에 몰린 T1을 구해냈다. 

T1은 1세트 초반 하단에서 ‘구마유시’ 이민형(세나)이 적의 노림수에 당해 거듭 전사하면서 수세에 몰렸다. 드래곤까지 차지한 DRX는 여세를 몰아 전령까지 차지하려 들었다. 이 때 문현준의 기지가 빛났다. 홀로 전령을 사냥 중이던 ‘표식’ 홍창현(헤카림)에게 와드 방호로 접근해 전령을 빼앗는 데 성공했다. 이어 버프를 챙겨 유유히 정글을 빠져나갔다. 주도권을 잡고 가속 페달을 밟으려던 DRX가 동력을 상실하는 순간이었다. 

문현준의 활약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상대가 미드를 압박해 ‘페이커’ 이상혁(코르키)을 잡아내며 T1을 흔들자, 이번엔 미드로 곧장 달려 ‘제카’ 김건우(아리)를 홀로 잡아냈다. 이어서는 전령을 풀어 타워 골드를 채굴했다. 18분에는 하단으로 가 ‘제우스’ 최우제와 함께 ‘킹겐’ 황성훈을 잡아내며 거푸 팀에 득점을 안겼다.

마음이 급해진 DRX는 틈을 보이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문현준은 이를 놓치지 않고 27분 DRX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드래곤 스택마저 강타 스틸로 저지하더니, DRX가 홧김에 내셔 남작을 사냥하자 과감하게 둥지로 진입해 상대 혼을 빼놓으며 한타 대승에 기여했다. 결국 36분쯤 T1이 에이스를 띄우며 1세트를 역전승으로 장식했다. 

문현준은 1세트 만장일치로 ‘플레이 오브 더 게임(POG)’에 선정됐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이현우 해설 위원은 문현준의 전령 스틸 장면을 짚으며 “가장 결정적이었던 플레이였다”고 평가했다. 강승현 해설위원은 “그것 말고도 계속 팀에 동아줄을 내려주는 플레이를 했다”고 평했다. 강범현 해설위원 역시 “상대 맥을 리신이 계속 끊어 버렸다. 오너의 리신이 먼저 움직이면서 상대 흐름을 끊어 버렸다”고 칭찬했다.

맹활약에도 불구, 경기 종료 후 만난 문현준은 평소처럼 스스로를 낮췄다. 그는 “오늘 내 경기력은 7점”이라며 “잘 컸을 때 스킬샷이 많이 빗나갔다”고 말했다. 높은 리신 승률에 대해서도 “리신을 많이 좋아하고 잘하기도 하지만 팀원들이 리신을 할 때 잘 도와주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한편으론 자신감도 숨기지 않았다. 

리신이 메타와는 어울리지 않는 챔피언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리신이 공격력 버프를 받고 나서 다른 AD 챔피언을 상대로 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만능이다. 개인적으론 ‘오공’, ‘비에고’와 같은 티어로 놓고 있다”고 말한 그는 “나처럼 숙련도가 높은 리신이라면 충분히 고평가해도 될 것 같다”고 장담했다. 

문현준은 “리신이 플레이 스타일이 많이 나뉜다. 스타일마다 다 잘하는 선수가 있겠지만 지금은 내가 원탑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딜러들이 리신에게 압박을 느끼게끔 불편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게 중요하다. 꼭 궁 배달이 아니더라도 아군을 지켜주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자신의 리신 철학을 전했다.

다음 맞대결 상대는 무패 행진으로 단독 선두에 자리한 젠지 e스포츠다. 지난 스프링 결승전 이후 첫 만남이다. 문현준은 해당 경기에서 맹활약하며 파이널 MVP에 오른 바 있다. 그는 젠지에게 1패를 만들어주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문현준은 오는 5일 데뷔 500일을 맞는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지난해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4강전 패배를 꼽았다. 가장 고마웠던 사람으로는 동료들을 꼽았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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