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싸이 때리기, 도대체 왜? [하재근의 이슈분석]

데스크 2022. 7. 2.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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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공연사이트 캡처

얼마 전에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바로 싸이 ‘흠뻑쇼’ 논란이다. 싸이가 흠뻑쇼라는 콘서트를 하는데 물을 회당 300톤이나 뿌린다고 알려졌다. 그러자 ‘심각한 가뭄으로 고통 받고 있는데 물을 그렇게 뿌려대는 게 말이 되느냐’라는 논란이 터진 것이다.


이 사태가 매우 놀랍게도 장기간 이어졌다. 하루 이틀 해프닝으로 끝난 게 아니라 2주 이상에 걸쳐서 지속적으로 진행됐다. 처음에 보도를 통해서 사태가 커졌고, 그 다음엔 유명 연예인이 ‘이 가뭄에~’ 운운하면서 비판에 나서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그러다 싸이 측에서 흠뻑쇼 표 판매를 시작한다고 하자 또 ‘이 가뭄에~’ 하면서 논란이 이어졌다. 바로 지난주까지 계속됐던 사태다.


이 사태가 장기간 지속된 것이 매우 놀라운 이유는 가뭄과 흠뻑쇼의 연관관계가 상당히 낮아 보였기 때문이다. 처음 논란이 터졌을 땐 그래도 약간만 놀라웠다.


이성적 판단력이 있다면 반발하기 전에 시점부터 확인했어야 했다. 가뭄과 흠뻑쇼의 시점이 일치해야 ‘이 가뭄에~’하는 논리가 가능해지지 않겠는가. 가뭄은 지난달에 있었던 사건이지만 싸이의 흠뻑쇼는 7월에 예정된 공연이었다. 즉 지난 달 논란 시점 기준으로 가뭄은 현재고 흠뻑쇼는 미래였다. 이런 확인도 없이 언론까지 나서서 ‘이 가뭄에~’ 논란을 벌였으니 놀랍다. 하지만 사람이 완전히 합리적이고 사려 깊은 존재가 아니고, 가뭄 와중에 물 300톤을 낭비한다는 말에 즉각적으로 반발심이 터지는 건 인지상정이어서 약간만 놀랍다고 한 것이다.


크게 놀라운 것은 그 다음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논란이 장기간 이어졌다. 이건 정말 크게 놀랍다. 아무리 인간이 불합리하고 감정적인 존재라고 해도, 뭔가 일이 터졌으면 그 다음엔 사실 확인이 이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특히 이 논란을 지속적으로 이끌어간 언론의 태도가 너무나 놀랍다. 처음엔 ‘이 가뭄에~’하며 흠뻑쇼 논란 기사를 아무 생각 없이 썼더라도 일정 시간 이후엔 흠뻑쇼 시점을 알아봤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우리나라 상당수 언론은 그 시점을 알리지 않고 마치 흠뻑쇼가 지금 당장 열리는 것처럼 지속적으로 보도했다. 바로 그래서 ‘이 가뭄에~’ 논란이 계속 이어졌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통상적으로 여름 초에 장마가 닥친다. 연간 강수량의 대부분이 여름에 집중되는 나라다. 여름에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는 물놀이와 물난리다. 그래서 여름엔 페스티벌 중에 물을 뿌리기도 하고, 물이 기타 놀이의 요소로 많이 쓰인다. 넘쳐나는 물 때문에 사고를 당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상식이 있다면 7월 초에 열리는 싸이 흠뻑쇼를 두고 ‘이 가뭄에~’라고 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많은 언론은 계속 흠뻑쇼와 가뭄을 연결 지어 보도했고, 일부 누리꾼은 ‘이 가뭄에~’를 외쳤다.


언론이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흠뻑쇼 시점을 놓친 것 같았다. 하지만 장기간 동안 계속해서 시점을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되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는 일부러 흠뻑쇼 개최 시기를 숨긴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된다. 개최 시기를 밝히는 군간 이 논란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게 확연해지기 때문에, 싸이를 때리기 위해서 개최 시기를 숨긴 것일까?


흠뻑쇼 표 판매 때 다시 논란이 뜨거워졌는데, 그때도 언론은 콘서트 개최 시기는 쏙 빼버리고 표 판매 시점만 보도하면서 흠뻑쇼와 가뭄을 연결시켰다. 황당한 논란을 이어가면서 연예인 때리기로 클릭수를 올리려는 심리가 작용했을까? 도대체 이 사태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비판이 거세지자 반대편에선, ‘300톤 아낀다고 가뭄이 해갈되느냐’, ‘수영장에는 왜 뭐라고 안 하느냐’,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무시하는 발상이다’라면서 경직된 도덕주의라고 맞섰다. 비판자들을 역으로 비판하거나 조롱했다.


이건 이것대로 문제가 있다. 가뭄 때문에 고통 받는 상황이라면 물을 흥청망청 써대는 건 분명히 문제다. 물 300톤 때문에 가뭄이 더 심해지진 않는다고 해도 많은 국민들에게 정서적 불편감을 안길 수 있다. 가뭄이 심하면 재미로 물을 써대는 건 자제해야 한다. 수영장은 사회의 기본 놀이 시설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존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일회적인 콘서트에서 300톤씩 재미로 뿌리는 건 조심해야 한다. 그러므로 싸이 콘서트를 옹호한 쪽의 논리도 부적절한 것이었다.


이쪽에서도 역시 시점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비판자들은 ‘가뭄에 물 콘서트 안 된다’고 비판하고 옹호자들은 ‘그래도 된다’고 옹호했을 뿐이다. 흠뻑쇼가 현재의 가뭄 속에서 열린다고 모두 전제한 것 같았다. 미래와 현재가 하나로 섞인 것이다.


그래서 매우 놀라운 사건이다. 왜 서로 다른 시점에 벌어진 또는 벌어질 일을 하나로 연결해서 장기간 논란을 벌인 것일까? 언론은 왜 그걸 주도했을까?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너무 많이 벌어진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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