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람 "청년정치, 꽃가마 태워줄 기대 하지마" [쿡 청년정치] 

황인성 2022. 7. 2.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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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정치, 청년 요구 못 담아..청년정치인 등장 필요하나 길 불투명"
"당 안팎 투명성 높여야..청년, 스스로 실력 키우기도"
천하람 국민의힘 혁신위원.   사진=황인성 기자

국민의힘은 올해 치러진 대선·지선에서 모두 승리하면서 집권여당이 됐다. 그럼에도 민주당보다 앞서 혁신위를 출범시켰다.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결코 보장할 수 없다면서 민주당보다도 먼저 당 개혁의 카드를 꺼낸 것이다.

최재형 혁신위원장 임명을 시작으로 꾸려지기 시작한 혁신위원회에 1호로 영입 인사는 천하람 변호사였다. 최근 당내서 가장 개혁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인물로 보수정당 정치인인데도 진보세가 강한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두고 있다.

또 그는 청년정치인이지만 굳이 청년임을 강조하지 않고, 꿋꿋하게 실력과 경험으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남다른 인물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에서 활약이 기대되는 천하람 혁신위원을 쿠키뉴스가 만났다.

천하람 혁신위원은 자기소개를 부탁하자 “대구서 태어나 순천서 사는 누구보다 국토를 넓게 쓰면서 살고 있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청년정치인임에도 청년이란 단어는 굳이 꺼내 들진 않고, 지역 이야기와 개혁과제에 대해 강조했다.

올해 37살인 천 위원은 당내 그 누구보다도 개혁적인 목소리를 잘 내는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여의도에서 아직 젊은 축에 속한 까닭도 있지만, 상식 밖의 기존 관행들을 깨면서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는 정치를 만들고자 하는 철학이 반영된 이유가 더 크다. 

얼마 전 치른 6·1 지방선거에서도 그의 철학은 빛을 발했다. 국민의힘의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 갑’ 당협위원장인 천 위원은 지난 지방선거에 지역 후보를 낼 때도 신중함을 기했다. 열세인 지역임에도 역량이 부족한 이들을 마구잡이식 공천을 주기는 곤란하다는 판단에 엄선해 3명의 지역의원 후보들을 냈다. 그 덕분인지 전남 지역에서 유일하게 국민의힘 소속 기초의원을 배출했다.

천 위원은 “이번 지선에서 정말 후보를 내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20·30·40대에서 한 명씩 후보를 냈는데 이세은 의원이 기초의회 비례대표로 당선이 됐다”며 “이번 지선에서 국민의힘 당세가 올랐지만, 전남에서 유일하게 기초 비례의원을 당선시킨 곳은 순천뿐”이라고 자랑했다.

대구 출신인 천 위원이 연고가 없던 순천을 지역구로 택한 이유는 의미 있는 행보를 하고 싶어서다. 2019년 총선 출마를 통해 정치에 입문한 그에게 당으로부터 연고 없는 경기도 지역 출마를 권유받았다. 하지만 그는 연고 없는 지역에 출마할 거라면 그 자체에서 의미를 찾고 싶었다. 그래서 순천을 택했다.

천하람 위원은 “처음 광주 출마도 고민했는데 선배 정치인들과 많은 얘기를 나눈 끝에 과거 두 차례나 이정현 의원이 당선됐던 적이 있는 지역인 순천을 택했다”며 “또 자연이나 도시 환경적으로 아이 키우기 좋은 순천이라는 점도 결단의 한몫을 했다”고 밝혔다.

“한국정치, 능력 있는 청년인재 필요...투명성 높여 길 터야”
“청년정치, 대접받으려는 태도 안 돼...실력 먼저 키워야”

천 위원은 지난달 27일 열린 혁신위 첫 전체회의에서 가장 강렬하고 인상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참석자 모두가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가운데 천 위원은 더 나아가 “혁신위를 폄하하는 이들에 굴복해 풍파 없이 지나간다면 실패한 혁신위일 것”이라며 “당이 시끄러워지는 걸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실제로 그는 상당히 개혁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다. 현실 정치가 청년들에게 정치의 기회를 제대로 주지 못하고, 또 청년들의 목소리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지점을 정확히 꿰차고 있다. 

천 혁신위원은 “대한민국은 사회 자체가 굉장히 빠르게 변하는데 장년층 이상의 정치인들은 과거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현재 청년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구상한다. 그래서 청년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것도 필요한데 아직 제도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년들이 정치인이 되는 길은 몇 가지가 있지만, 그마저 투명하지 않아 능력 있는 청년들이 막상 정치하려고 해도 망설이고 좌절한다”며 “혁신위를 통해 공천제도를 개선하는 등 투명하게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도 청년들에게는 단호하게 조언했다. ‘청년’이라는 사실만으로 대접받으려는 모습은 맞지 않고,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이라고 해서 꽃가마 태워 줄 거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 본인도 열심히 노력하고 투자해야 한다”며 “장년층 이상이 지역에서 당원을 모으고, 조직 다지고 하는 게 허투루 하는 게 아니다. 이준석 대표가 평가를 받았던 거는 처음에 꽃가마 타고 들어왔지만, 10년간 자기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과 이 대표와의 차이가 그 지점이다”고 조언했다.

또 최근 언론의 뜨거운 주목을 받은 이준석 당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과의 해프닝에 대해서는 결코 청년정치에 유익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악수 거절하는 것도 정치적 메시지로 이 대표가 거절할 수 있었지만 당랑권하듯 보이는 장면이 연출된 것은 이 대표의 책임”이라며 “청년정치인이 권위적이지 않는 건 좋지만, 그렇다고 직이 주는 권위가 없어야 한다는 건 아니다” 쓴소리 했다.

끝으로 그에게 정치란 무엇인지 묻자 천하람 위원은 “무관심과 반대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그는 “정치인은 환호를 즐기는 정치인과 설득하는 정치인 두 부류로 나뉘는데 설득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면서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과 이상을 대중에게 설득해 나가면서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게 곧 정치”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그는 “그렇다고 끝까지 독불장군식으로 밀어붙이는 건 아니고 타협도 필요하다”며 “되려 설득당할 때도 있겠지만 이상을 현실에서 구현해내는 게 정치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인이 되길 바라는 청년들에게도 메시지를 전했다. 천 위원은 “어느 당에 소속돼 있다는 전제하에 생각만 말고 당원 30명만 모아봤으면 좋겠다”고 과감히 제언했다. 그는 “당원 가입해달라면 대부분 냉소적일 건데 그 냉소를 접하는 것부터 정치는 시작”이라며 “결국 설득을 통한 변화가 정치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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