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집으로 돌아온 사진가 정멜멜

전혜진 2022. 7. 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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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채집'하는 작가 정멜멜. 그가 사진집이 아닌 에세이 <다만 빛과 그림자가 그곳에 있었고> 로 꺼내고 싶었던 이야기는.
도시를 거닐며 흥미로운 순간을 ‘채집’하는 사진가 정멜멜이 포착한 시드니의 호수 풍경.

Q : 사진집이 아닌 자전적 이야기를 쓴 이유는

A : 3년 전 투병 중이던 디자이너 고(故) 이도진을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가까운 친구들과 참여한 구독 서비스 ‘앨리바바와 30인의 친구친구’에 수록된 원고다. 출간 제안을 쭉 고사해 왔는데 막상 원고가 쌓이니 시리즈를 써보고 싶었다. 내게는 늘 타인이 일하고, 무언가에 부딪히고, 돈을 버는 이야기가 필요했다. 비슷한 경험을 읽으며 기운을 얻는데 언젠가는 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Q : 웹디자이너에서 사진가로 직업을 변경하고, 지금은 부업으로 빈티지 숍을 운영한다. 동료들과 스튜디오 ’텍스처 온 텍스처’를 설립해 고생하고, 먼 도시를 두 발로 걸은 이야기까지 재미난 고군분투가 잔뜩 실려 있다. 삶의 크고 작은 시행착오에서 얻은 건

A : 순전히 좋아서 전공과 먼 직업을 찾았지만, 이후에 선택한 일은 특별한 용기로 감행했다기보다 그저 버티기의 일환이었다. 시행착오가 없었다면 얻지 못했을 경험을 얻었고. 여전히 창작활동을 독립적으로 지속하기 위해 생존을 고민한다. 생존을 위해 다양하게 경험하고, 이런 경험이 또 다른 생존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Q : 직업과 삶을 대하는 태도나 고민에 관한 고백에 힘을 얻는 사람이 많겠다

A : 궁금한 점이 생겨 ‘네이버 지식인’에 질문했다가 신기하게도 비슷한 질문을 발견한 경험이 많지 않나. 세상 어딘가에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거라 생각했고, 실제로 DM이나 메일을 받기도 한다. 전공과 다른 직업을 가지려는 사람, 퇴사 후 작은 스튜디오나 상점을 운영하고 싶은 사람, 사진 찍을 때 조명이 꼭 필요한지 궁금한 사람…. 어차피 다수에게 공감받는 글을 쓰기에는 부족하니, 내 사소한 걱정이나 불안을 기록하려는 태도로 출발했다.

지난 5월 발간한 정멜멜의 첫 번째 에세이집 〈다만 빛과 그림자가 그곳에 있었고〉의 표지.

Q : 소개하고픈 문장이 있다면

A : “힘 빼고 즐기며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최후까지 고통스러워하며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천재도 거물도 무엇도 아닌 나는 결국 후자에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결국은 모두가 불안과 공포를 모래주머니처럼 다리에 묶고 터벅터벅 걸어 나가고 있는 거라 생각하면 어쩐지 꺾이는 무릎으로라도 한 발 한 발 용기를 내서 나아가고 싶어지는 것이다.” 창작자의 불안과 공포에 대한 이야기를 쓴 ‘도망자와 추격자’ 파트에서 가져온 문장. 촬영 전날은 뭘 해도 떨리고 늘 구체적으로 망하는 상상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나처럼 수많은 시도와 출발 앞에서 떨고 있는 작업자들을 생각한다. 경외심을 보낼 만한 멋진 작품을 만들어낸 창작자들도 한 호흡씩 가다듬으며 나아가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어쩐지 조금 용기가 생긴다.

Q : 다양한 삶의 빛과 그림자를 품은 여성에게 이 책이 어떻게 닿길 바라나

A :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싶어서 밝은 부분도, 어두운 부분도 겪어내는 사람의 이야기다. 번듯한 성공담에서 얻을 수 있는 동기가 있듯, 우스운 실패담이 주는 안도감이 있다고 믿기도 한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마주하는 경험이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러니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 않더라도 매 순간 조금씩 충실하게 보내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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