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애환 담은 춤으로 韓 울렸다..대상 '므리야' 6분의 기적
“대상은 ‘Fly again’을 선보인 우크라이나 므리야팀에게 돌아갑니다.”
30일 오후 9시쯤 제10회 세계문화댄스페스티벌이 열린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사회자가 대상 수상팀을 발표하자 객석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무대에서 수상자로 호명된 우크라이나 청소년들은 서로 껴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내 상패과 상금을 받아든 이들은 한목소리로 “슬라바 우크라이나(우크라이나의 영광을)”라고 외치며 객석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를 했다.
이날 대상을 거머쥔 므리야(Mriya)팀은 지난 4월 우크라이나 청년 40명이 모여 만든 댄스팀이다. 이들의 도전은 전쟁 통에 꿈을 잃어가는 우크라이나 청년들에게 꿈을 되찾아주겠다는 재독 비영리 법인단체 ‘이히할테디히(Ich haltedich)’의 다짐에서 출발했다. 첫 번째 도전이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문화 댄스페스티벌(댄스 페스티벌) 참가였다. “국제무대에서 우크라이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목표와 함께 므리야 댄스팀이 탄생했다. 지난 2월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의 세계 최대 항공기 므리야에서 이름을 따왔다. 우크라이나어로 ‘꿈’을 뜻하는 므리야가 스러진 것에 감정 이입했던 고국의 국민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우크라 애환 담은 춤으로 한국 울렸다
지난달 27일 우여곡절 끝에 한국에 온 므리야팀은 한국에서도 밤낮없이 맹렬히 연습을 이어갔다. 그만큼 이들에게 무대는 절실했다고 한다. 그리고 30일 1400여명의 청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대에 섰다. 우크라이나 전통의상에 붉은색 구두를 신은 여성 댄서와 검은색 장화를 신은 남성 댄서가 고국의 음악에 맞춰 함께 어우러지며 춤사위를 선보였다. 평화로운 고국의 모습에서 시작해 사이렌 소리와 함께 멈춰선 시간과 아픔, 그리고 평화를 되찾은 고국의 모습을 6분간 묘사했다. 이들이 8m가 넘는 대형 국기를 펼치며 공연을 끝맺는 순간 관객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심사평가단은 고심 끝에 우크라이나 청년들에게 대상의 영예를 선사했다. 김병조 심사위원장은 “므리야팀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춤을 췄지만, 내면에는 비참한 조국에 대한 걱정과 다시 일어설 내 나라의 미래에 대한 소망이 공존했다”며 “폭격으로 부서진 비행기 므리야를 타고 다시 높이 날아오를 것이라는 스토리를 작품에 잘 녹여서 멋진 춤으로 표현했다”고 심사평을 밝혔다.
“전쟁 끝날 때까지 공연 이어갈 것”
므리야팀은 이번 달 중순까지 한국에 머물며 공연을 이어나간다. 유럽으로 돌아간 뒤에도 곳곳을 누비며 고국을 위해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얘기하는 므리야 팀 대표 로만의 목소리는 절절했다. “우리는 그냥 춤을 추는 것이 아닙니다. 전쟁이란 너무나 큰 슬픔을 앓고 있는 조국을 대표해 무대에 섭니다. 총성이 멎을 때까지 우리가 다시 날 수 있음을, 그리고 평화라는 우리의 꿈이 꼭 이루어질 거란 걸 표현해보려고 합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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