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춘숙, 권인숙, 박지현까지.. 민주당 '낙태죄 대체입법' 속도 내나
[박정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중앙선대위 여성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여성위원회 정책자문단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더불어민주당 여성 정치인들이 미국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Roe vs. Wade)' 판결, 즉 임신중지권을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보장했던 판결을 폐기한 직후 우리나라의 낙태죄 대체 입법을 앞장서서 촉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임신중지의 '비범죄화'가 이뤄지긴 했지만, 이후 대체 입법을 통한 임신중지권 보장이 온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1대 국회 상반기 여성가족위원장을 맡았던 정춘숙 의원은 1일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입법 공백이 길어질수록 더 많은 여성들이 음성적이고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절로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라며 "낙태죄 보완 입법을 비롯한 산적한 민생현안을 국회 정상화를 통해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정 의원은 회의를 마친 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계류되어 있는) 법안들을 함께 심의해야 한다. 상임위 운영을 할 때 논쟁적인 것들은 자꾸 미루는데, 그러면 안 된다"라며 "벌써 헌법불합치 결정 3년이 넘어간다. 법안 합의를 하지 않으면 여성들 건강권이 너무 침해된다"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만의 주장이 아니다. 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자신의 SNS에 "낙태죄 대체입법을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 2019년에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3년이 지났다. 그런데 국회는 아직도 대체 입법을 하지 않고 있다"라며 "정부와 국회가 여성의 권리를 방치하는 사이에 그 피해는 온전히 여성이 짊어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박 전 위원장은 "임신중단약은 여전히 불법이고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임신중단 정보와 약품을 제공하는 국제 비영리단체의 홈페이지 접속마저 차단했다"라며 "민주당이 앞장서서 임신중단을 원하는 여성들의 건강과 생명을 보장하기 위해 안전한 임신 중지 약물을 합법화하고, 임신 중지 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권인숙 의원도 지난달 29일 KBS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한국이 (임신중지) 비범죄화를 이뤄냈고 또 전세계적인 추세도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미국의 극단적인 역행의 영향을 받을 이유는 전혀 없다"라면서도 "임신중지 비용 문제, 미프진(임신중지 약) 사용 허가 등의 이슈가 있다. 여성계와 의료계에선 국회에서 법안에 대한 신속한 진행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라고 밝혔다.
권 의원은 "원 구성 이후 (하반기 국회에서는) 적어도 미프진 허가, 의료보험 관련된 부분을 변화시키는 법안은 빨리 통과시켜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라며 "좀 더 빠르게 보완적인 대안들을 빨리 실천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대법원 앞에서 한 낙태권 옹호론자가 낙태권 폐지 판결을 주도한 보수 성향 대법관들을 규탄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전날 여성의 낙태를 합법화한 지난 1973년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공식 폐기했다. |
ⓒ 연합뉴스 |
한편, 21대 국회에는 형법상 낙태죄를 유지한 채로 임신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문재인 정부안, 낙태죄 조항을 완전 폐지하는 민주당 권인숙·박주민, 정의당 이은주안 등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안 등이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이러한 '입법 공백' 속에서 여성들은 여전히 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보건복지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1년에 이뤄진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를 보면, "만 15세~49세 여성 중 생애에 임신을 경험한 사람의 17.2%가 임신중절을 한다"고 돼 있다. 또한 "그러나 관련 법제도와 가이드라인이 부재해 여성과 의사가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인공임신중절을 하게 되거나, 여성은 인공임신중절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이 조사에서 임신중지 경험이 있는 여성들에게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의료기관 ▲비용 ▲법률 ▲ 부작용 후 의료적 상담이 얼마나 필요했냐'는 질문에 80% 이상이 '필요하다'(필요한 편이었다+매우 필요했다)라고 답했다. 임신중지 의약품이나 유사약을 이용한 임신중지를 한 여성의 경우, 약을 복용했을 당시 "복용 방법을 잘 몰랐다"가 74.5%, "약 복용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증상과 후유증을 잘 몰랐다"가 66.0%로 조사되는 등 임신중지를 위한 정보가 여성들에게 제대로 제공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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