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무덤 한전③] 20조? 30조? 눈덩이 불어나는 한전 적자..대책 없는 정부

유준상 2022. 7. 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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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당 5원 단가 인상 '계란으로 바위치기'
재무위기 한전에 재정 긴급 수혈 계획 없어
'원가주의' 실현할 전기委 독립화 갈 길 아득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이례적으로 연료비 조정단가 제도 개정까지 단행하며 3분기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하지만 이번 인상에도 불구하고 한국전력이 맞이한 최악의 적자 위기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한전이 3조원 가까이 영업손실을 내자 재정 지원을 했던 사례가 있었지만 현 정부는 재정 지원 카드는 꺼내지 않고 있다. 앞서 한전이 추가적으로 요구했던 제도개선에 대한 후속 협상도 진전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h당 5원 인상…한전 적자 해소하기엔 '계란으로 바위 치기'

정부가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킬로와트시(㎾h)당 5원 인상했지만 이 정도 수준으론 한전 재무위기를 해소하기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앞서 한전이 연료비 상승 영향을 고려해 산정한 3분기 연료비조정단가는 1㎾h당 33.6원이었다. 이는 한전이 연료비 상승 요인으로 인한 적자를 면하려면 조정단가를 최소 33.6원은 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정부가 인가한 조정단가는 ㎾h당 5원에 불과하다. 통상 연료비 조정단가를 1원 올리면 한전의 연간 수입은 약 5300억원 증가한다. 계산해보면 이번 인상으로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1조3000억원가량 수입이 늘어난다.


이베 비해 증권사들은 올해 한전의 영업손실 규모가 평균 20조~3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h당 5원 인상은 한전 적자를 해소하기에는 크게 부족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욱이 정부는 한전의 요구대로 연료비 조정단가의 분기 조정폭을 연간 조정폭(±5원/kWh) 범위 내에서 조정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했지만 연간 조정폭은 그대로 적용된다. 3분기에 5원 인상 카드를 이미 썼으니 올해 12월까지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은 현 제도 상으론 더이상 불가한 상황이다.

정부, 한전 재무위기 초점 맞춘 '집중 대책' 부재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연합뉴스

정부는 한전 적자에 초점을 맞춘 대안을 적극적으로 내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적자 사태에 빠진 한전에 긴급 수혈을 위한 재정 지원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선을 그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재정 지원을 검토할 단계는 아니는 아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당시 2008년 상반기 한전이 3조원 가까이 영업손실을 내자 연료비 상승분의 40% 수준인 6680억원을 추가경정예산으로 지원해 한전 재무부담을 줄여줬던 사례가 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한전의 적자 폭이 너무 큰 데다, 윤석열 정부가 공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전 적자를 세금으로 보전하기도 어렵다는 평가다.


산업부 내부에선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 발표 이후 한전 적자에 대한 후속 대책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LNG·유연탄 등 발전용 연료에 대한 개소세율을 연말까지 15% 한시 인하하기로 했지만 이러한 대안이 한전 적자를 축소시키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전 스스로 비용 절감을 위한 자구 노력을 해나가야 하는 동시에 정부도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검토는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전은 3분기 연료비조정단가 인상을 요청하면서 ▲연료비 급등폭을 반영하는 기준연료비 조정 ▲분기와 연간 연료비조정단가 상하한 확대 ▲비상시 유보 등으로 횟수하지 못한 연료비 미수금 정산 ▲총괄원가 등 원가 상승요인을 전기요금에 반영 등 추가적인 4가지 제도개선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이같은 한전 요구사항에 대해서도 정부-한전 간 후속 협의나 검토는 이뤄지고 있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한전과 협의 여지는 열어두고 있지만 시시각각 달라지는 연료비, 물가 등도 추이를 살펴가며 종합적인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에너지 가격은 치솟는데 에너지 수요는 늘어나 시장 비효율이 심각해지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요금이 시장원칙에 맞게 조정이 돼야 한다는 게 정부의 기본적인 관점"이라며 "원가주의 도입은 이러한 관점을 반영하는 것이며 사업자인 한전의 재무상황만을 고려 요소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원가주의' 실현할 전기위원회 독립화, 갈 길 멀어

윤석열 대통령이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정치권이나 물가 당국의 결정과 무관하게 전기요금을 결정할 수 있도록 전기위원회를 독립기관으로 격상시키는 대책도 갈 길이 멀다.


산업부는 전기위원회의 독립 기구화를 위한 연구용역 공고를 진행 중이다. 지난 4월 28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전기 요금 인상 요인을 적시에 반영하는 '원가주의' 원칙을 내놓고 전기위원회의 독립성·전문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조치다.


이 연구용역 결과는 내년에야 나올 예정이다. 산업부는 "전기위원회 독립 기구화 논의는 어떤 규정을 도입하고 보완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아직 과제가 선정되지 않았으며 용역 결과는 빠르면 내년에야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입법 절차의 산도 넘어야 한다. 전기위원회 기능이 바뀌려면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 개정안'도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기재위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법 개정 절차에 따라 지연될 확률을 고려하면 올해 최대 30조원까지 적자가 예상되는 한전 재무위기에 대한 뚜렷한 해법은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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