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뒤 '대 퇴사 시대'의 도래? 정말로 중요한 건
[김용원]
▲ 코로나 시대 비대면 근무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도입하며 비대면 툴이 업무에 활용되고 있다. |
ⓒ pixabay |
펜데믹 이후 영미권에서는 '대퇴사 시대(The Great Resignation)'가 도래했다고 한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자발적 퇴직자 수는 453만 명으로 5개월 연속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지금의 회사를 더 다니고 싶지 않거나, 더 다니지 않아도 되는 혹은 더 다닐 수 없게 되어 퇴사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기존 회사의 처우가 마음에 들지 않았거나,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더 좋은 노동조건에서 일하게 되었거나, 혹은 누군가를 돌봐야 하는 상황 속에서 발생한 현상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퇴사'를 일반적인 현상이라고는 섣불리 평가할 수 없다. 회사라는 공간에 짓눌려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퇴사'라는 선택지를 쉽게 고를 수 있느냐는 사람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퇴사와 재취업이 선택사항이겠지만, 어떤 이에게는 선택이 아니라 일생의 결단일 수도 있다. 특히 현재의 노동조건보다 더 나은 곳으로의 취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사람을 구하는 일자리는 많지만 그중 지금 내가 일하는 곳보다 나은 곳이 얼마나 있을지, 그리고 있다고 해도 나를 뽑아줄지는 다른 문제다. 그래서 많은 직장인에게 퇴사는 하루에도 몇 번씩 클릭하고 싶은 선택지이지만 실제로 클릭한 적은 몇 번 없는 선택지이기도 하다.
코로나19와 재택근무
다만 코로나19 펜데믹을 겪으며 일에 대한 태도, 접근법, 감각은 많이 달라진 듯하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전설처럼(?) 존재했던 재택근무와 탄력근무가 어느새 주요한 노동 방식으로 자리 잡은 것만 봐도 그렇다.
이제 우리나라의 주요 IT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사실상 기본적인 노동 방식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해도 일이 되는구나'라는 인식이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 확인 되면서 다시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기 어렵게 됐다. 사실 재택근무뿐만 아니라 주5일제도 그랬다. 토요일에 오전 근무를 안 하면 일이 안 된다고 강변하던 사장님은 이제 설 자리가 없을 정도니까(물론, 아직 그런 사장님도 존재하지만 말이다).
사실 재택근무는 코로나19로 보편화되었다고 하지만 그 이전부터 시도되어온 방식 중 하나다. 일본의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의 경우 2016년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당시 재택근무의 명분은 돌봄과 관련해 여성 인력의 노동 참여를 활성화하고, 많은 이들이 사무실에 출근함에 따라 발생하는 회사의 고정비용을 줄이는 것이었다.
물론 IT 기업들은 진작부터 재택근무를 도입한 곳이 많았고, 회사명을 밝힐 수는 없지만 국내의 미디어 관련 기업 또한 코로나19 이전에도 100% 재택으로 일하고 있었다(대신 한 달에 한 번 다 같이 모여서 각종 액티비티를 통해 멤버십을 다진다고 한다).
꼭 모여 일해야 하나 vs. 함께 하는 게 일... 더 중요한 것은
사실 일을 꼭 사무실에 모여서 할 필요는 없다. 특히 각자 맡은 일을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형태의 업무라면 더욱 그렇다. 협업이 필요한 경우에도 요새 같이 실시간 네트워킹이 기본인 상황이라면 그 형식이 꼭 대면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경영진들이 느끼는 감각은 다소 다르다. 전기차로 유명한 테슬라(Tesla)의 CEO 일론 머스크는 최소 주당 40시간은 사무실에 근무해야 한다고 말하며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면 회사를 떠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넷플릭스(Netflix)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 역시 재택근무는 그 어떤 장점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까지 말할까?
사무실에서 일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사람이 모여 있으면 일만 하지는 않는다. 일을 하면서 혹은 일을 하지 않으면서 잡담이라 칭해지는 온갖 소통들이 일어난다. 혹자는 그런 게 쓸모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잡담'은 사실 중요하다. 대부분 회사 일은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혼자서 회사 일의 시작부터 끝까지 실행하고 책임지는 경우는 잘 없다. 그런데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동료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 엄청나게 친한 사이가 아니라도 일정 정도의 친밀감이 없다면 일을 함께 잘 해내기란 쉽지 않다. 그 친밀감에 '잡담'은 꽤 중요하고 필요한 요소이다. 더불어 '잡담'으로 새로운 생각들이 떠오르고 발전되기도 한다. 회사라는 공간에서는 회사의 일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잡담' 역시 그런 쪽으로 이루어지기도 쉽기 때문이다.
그렇게만 생각하면 꼭 회사에 출근해야만 할 것 같기도 하다. 근데 꼭 그렇지 않기도 하다. 구글(Google) 같은 경우 '랜선 잡담'을 하기도 하고 국내의 유명한 유니콘 기업, 즉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중에도 비슷한 소통 방식을 운영하는 곳이 있다. 사실 재택이냐 아니냐보다 중요한 것은, 소통을 얼마나 할 수 있느냐 여부다.
한번 경험한 변화는 돌이킬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코로나19는 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 변화를 준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꼭 함께 모여서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래도 일은 되더라는 인식말이다. 물론 그러한 인식에 모든 이가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경영자 중에는 그런 인식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들이 꽤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플라톤의 이야기처럼 동굴밖에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실제 확인하고 나면, 사람들은 다시 동굴 속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인데 말이다. 이미 국내 내로라하는 IT 기업들에서 '재택근무'가 기본 옵션인 것을 봐도 그렇다. 진정 현명한 경영자라면, 변화된 상황에서 사람들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실행할 것이다.
'대퇴사 시대'는 퇴사를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적용할 수 있는 단어일지 모른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이제 사람들은 다른 방식으로 일해도 된다는 감각을 갖게 된 것은 확실해 보인다.
필자가 최근 컨설팅하고 있는 회사의 대표도(IT 분야가 아닌) 재택근무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게 하고 있다. 물론 필자가 보기에 중요한 건 일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을 잘 할 수 있는 노동조건이라고 생각하지만, 경영자 관점에서는 또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과거 주5일제가 그랬듯, 한국 사회의 일하는 방식은 또 그렇게 변화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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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 김용원 독립 HR컨설턴트, 브런치 작가. 이 글은 참여연대 소식지 <월간참여사회> 2022년 7-8월호에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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