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일국양제" 20번 외쳤다...시진핑 30분 연설에 박수 5번
홍콩 반환 25주년 기념식장. 무대 정면에 중국 국기와 홍콩 깃발이 나란히 걸렸다. 1일 오전 10시 12분(현지시간), 1000여 명의 청중이 모인 가운데 존 리 신임 홍콩 행정장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 취임 선서를 했다. 그리고 시 주석을 향해 걸어가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은 함께 청중을 향해 돌아섰다. 박수가 터졌다. 두 사람이 선 곳은 무대 가운데가 아니라 중국 국기 정면이었다. 일국양제, 한 나라에 두 제도가 병존한다는 의미지만 홍콩은 중국이 통치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비쳤다.
홍콩 주권 반환 25주년을 기념하고 6기 홍콩특별행정구 정부 출범을 축하하는 기념식이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시 주석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2년 반 만에 처음으로 중국 본토 밖으로 나가 기념식에 참석했다.
시 주석은 기념사에서 일국양제가 성공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연설에서 일국양제라는 단어는 모두 20번 언급됐다. 시 주석은 “일국양제는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위대한 시도”라며 “근본 취지는 국가 주권과 안전, 발전 이익을 수호하고 홍콩ㆍ마카오의 장기적 번영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국양제는 보편적인 성공이 검증됐으며 홍콩ㆍ마카오 주민들의 일치된 지지를 받았다”며 “국제사회에서도 보편적인 동의를 얻은 이 제도를 어떤 변화도 없이 오랫동안 견지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서방 국가들이 간선제, 집회ㆍ시위 자유 축소, 언론 탄압 등을 이유로 일국양제가 훼손됐다며 ‘홍콩의 중국화’를 비판하는 것과 정반대의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시 주석은 향후 5년이 홍콩의 새로운 도약에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4가지 발전 방향도 제시했다. 시 주석은 “통치 수준을 높이고 발전 동력을 강화하며 민생고 해결과 공동체 화합에 주력해달라”며 “애국심을 핵심으로 서로 다름을 포용하고 강해지는 데 힘써달라”고 말했다. 중앙정부의 기조에 맞춰 홍콩을 발전시켜 나가라는 온건하지만 단호한 주문이었다. 지난 2017년 20주년 기념식에서도 시 주석은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려면 뿌리가 깊고 단단해야 한다”며 “중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시도가 용납돼선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연설은 30분간 계속됐으며 박수는 5번 나왔다. 시 주석은 기념식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고 연설 때만 벗었다. 행사에는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왕이 외교부장이 함께 참석했다.
이어 존리 신임 행정장관은 “국가 안보를 수호하고 고도의 자치를 관철하는 일국양제를 통해 홍콩의 번영을 이뤄나가겠다”며 “향후 5년간 개혁 정신으로 거버넌스 체제를 개편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의 방침을 충실히 이행해 나간다는 기조가 연설 곳곳에서 느껴졌다.
리 장관은 “국가보안법 시행으로 홍콩이 혼돈에서 벗어났으며 선거제도를 개선해 애국자가 홍콩을 통치할 수 있게 됐다”고도 말했다. 그는 2019년 홍콩 송환법 시위 당시 보안장관으로 진압 관련 최고 책임자였다.
앞서 이날 오전 8시엔 홍콩컨센션센터 앞에서 홍콩 반환 25주년을 기념하는 국기게양식이 거행됐다. 태풍 경보 3호가 발령된 가운데 진행된 게양식에서 행사 내내 거센 바람이 휘몰아쳤다. 참석자와 취재진은 전날 사전 격리돼 수차례에 걸친 코로나 검사를 거친 뒤에야 행사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홍콩 현지 매체는 행사기간 도심 지하철 이용이 중단되고 행사장 반경 시내 출입이 전면 통제됐다고 전했다. 연일 1000명 이상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방역이 극도로 엄격해진 탓이다. 전날 오후 고속철을 타고 홍콩에 도착한 시 주석은 저녁 행사를 마친 뒤 다시 중국 본토인 선전시로 이동해 머물렀다 다음날 돌아와 행사에 참석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시 주석이 홍콩을 방문한 것은 일국양제 원칙이 홍콩에 이롭고 비방과 의심에도 장기적으로 확고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홍콩과 세계에 전달한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홍콩 야당인 민주당은 성명을 통해 “일국양제가 가장 좋은 제도라고 믿고 있지만 정부가 법으로 사회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상호 감시를 부추긴다면 불신만 깊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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