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초 아마존 노동조합 결성, 새로운 노동운동의 전조?
[유이지운]
코로나19 위기는 미국 내 아마존 물류센터(fulfillment centers), 배달(logistics), 대형마트(Wholefood Markets)에 고용된 1백만 노동자들의 삶을 어떻게 바꿔 놨을까?1)
2020년 9월 아마존 자체 조사에 의하면 대략 2만 명의 아마존 노동자(물류센터, 배달, 대형마트)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발표되었다.2) 이는 미국 전체 인구의 확진 비율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라며 아마존 사 측은 해당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이 코로나로 인해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월마트 다음으로 많은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아마존은 1994년 설립 이래 무노조 경영 전략과 노조 파괴 정책을 전방위로 펼쳐왔다.3)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와 확진자가 폭증하던 2020년 아마존의 주식 시가는 60% 이상 폭등했고 Jeff Bezos가 보유한 자산 가치 역시 50%가량 늘었다.
2022년 4월 1일 아마존 노동조합(Amazon Labor Union: 약칭 ALU)이란 이름으로 뉴욕주 스탠튼 아일랜드에 위치한 JFK8 물류센터에서 미국 최초의 합법적 아마존 노동조합(현재 만 명가량의 조합원을 보유한)이 탄생했다. 이는 미국 내 최대 고용주인 월마트와 아마존 사업장에서 노동관계위원회(National Labor Relations Board)가 인정하는 합법적 노동조합 결성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인식되던 미국의 노동운동 흐름에 적잖은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 JFK8 물류센터 아마존 노동자들이 미국 최초의 아마존 노조 결성 투표에서 승리를 선언한 순간 |
ⓒ Chris Smalls 트위터 |
ALU 조직화를 이끈 인물인 Chris Smalls는 2018년부터 JFK8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던 시점에 동료인 Dar-rick Palmer와 사 측에 코로나 대응에 관한 적극적 노동자 보호 조치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조직하다 해고되었다.
회사 측은 코로나19 거리 두기 방침을 어겼다는 이유로 Smalls를 해고했고, 동료인 Palmer에게는 경고 조치를 했다. 이 사건이 2년 뒤 최초 아마존 노동조합 조직으로 이어질 것이라 꿈에도 생각지 못한 사 측의 한 변호사가 Smalls를 "어리숙하고 어눌하다(not smart or articulate)"라고 비하한 일화는 언론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필자가 관련 연구 인터뷰(2021년 4월)를 통해 만난 Smalls는 누구보다도 미국 거대 노조가 이끄는 노동운동의 한계를 예리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당시 그는 해고된 이후 줄곧 1인 시위를 이어가며 앨라배마주 Bessemer 시에 있는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가열하게 진행되던 아마존 노동조합 조직 현장을 방문하고, 필수노동자연합(Coalition of Essential Workers)을 만들어 코로나19로 새롭게 등장한 '필수 노동자' 연대를 전국적으로 조직하고 있었다.
6만 명가량의 노조원을 보유한 노동조합인 RWDSU(The Retail, Wholesale andDepartment Store Union)가 앨라배마주 Bessemer시에서 진행한 아마존노조 조직화에 실패한 원인은 첫째, 아마존 사 측이 해당 물류센터의 정확한 노동자 규모를 밝히지 않은 데 있지만, Smalls는 근본적 원인으로 Bessemer 물류센터 조직화가 노동 현장을 잘 알지 못하는 외부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주도한 데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JFK8 물류센터에서의 조직화는 처음부터 현장 노동자들이 주도한 다양한 방식의 문제 제기와 투쟁 양상(해고자 복직 투쟁, 1인 시위, 정기적 집회)을 거쳐 2021년 말부터 전략적으로 진행되었다. 특히, Smalls를 포함한 다수의 해고자 복직 투쟁이 2년 넘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물류센터 내부 현장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결성을 적극적으로 주도하며 현장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광범위한 신뢰 기반을 형성한 것이 성공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를 두고 Smalls는 노동 현장 내부를 뒤집는 "InsideOut" 전략이라 묘사하기도 했다.4)
간과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요소는 노조 조직화를 진행한 현장 노동자들의 인종/성별 특성이다. 아마존 사 측이 연방 평등고용위원회(Equal Oppor-tunity Committee: EOC)의 권고에 따라 발표한 노동자 성비와 인종 구성비 자료에 따르면, 노동강도가 높은 저임금 직군(Level 1-3)에 유색인종(Black/Hispanic/Native American) 비율이 65% 이상이며 이 직군의 여성 비율 역시 50%가 넘는다. 반면 고임금 기술/관리 직군에 백인과 아시아인 남성 비율이 80%가 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5)
JFK8 물류센터 조직화를 이끈 숨은 주역 중 하나인 Michelle Valentin Nieves에 따르면, 아마존 사 측이 주기적으로 물류센터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강제적 반노조 교육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교육 자료에 노동조합 운동을 주도하는 세력을 검은 피부색을 가진 아이콘으로, 노조에 반대하는 세력을 밝은 피부색 아이콘으로 표시하는 등 사 측의 일상적 인종 차별이 결국 유색인종이 절대다수인 물류센터 내 노동자들 사이에서 사 측에 대한 적대감이 싹트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유색인종 여성인 Nieves는 아이를 돌보는 시간을 희생해 가며 동료 한 명 한 명을 설득했는데, 이는 물류센터 내 "노동자들이 서로를 대하는 문화"를 바꾸는 과정이었다고 묘사했다.6) JFK8 물류센터 현장 노동자들의 인종/성별 대표성을 지닌 노동자들이 ALU 조직화를 주도한 점도 앨라배마 Bessemer 물류센터 조직화 사례와 대비된다.
이처럼 노동운동 경력이 없는 젊은 흑인 남성들과 유색인종 여성들이 주도한 '다윗과 골리앗' 싸움에서의 승리가 미국 거대 노동조합들의 백인 남성 중심 리더십 지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수년간 전국적으로 이어진 Black Lives Matter 운동과 George Floyd의 죽음으로 확산한 반인종 차별 시위에 힘입어 미국 거대 노동조합들 내에서도 인종 차별 관련 의제가 15달러 최저임금의 연방법제화, 친노동조합법Pro Act 의제와 함께 핵심 사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로 심화한 저임금 필수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 문제와 미국 노동시장 내 인종 차별 문제를 정면으로 가시화하며 노동자들의 단결을 외친 ALU 등장이 미국 내 새로운 노동운동의 전조로 읽히는 배경이다.
당분간 ALU는 독립 노동조합으로서 위치를 굳히며 미국 내 아마존 물류센터 거점 조직화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1백만 이상의 물류, 배달, 대형마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또 하나의 거대 노동조합 탄생을 기대하는 목소리와 기존 노동운동 세력으로의 편입을 기대하는 입장이 공존하는 양상이다.
주목할 점은 60년대에 등장해 초거대 물류 기업으로 성장한 월마트에서의 노동조합 조직화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미국 내 노동운동 흐름에 ALU의 등장이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는 점이다. 복수의 언어를 사용하는 다수 인종이 섞여 있는 작업장으로 노동자들의 연대와 소통이 불가능하도록 구조화된 작업환경 등 아마존과 월마트는 닮은 점이 많다. 이를 이유로 물류 분야 노동자 조직화에 미온적이던 미국 거대 노동조합들이 ALU와 연대해 새로운 노동운동 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7)
참고자료
1) 한 조사에 의하면, 2021년 미국 내 아마존 직접고용 노동자 수가 110만 명을 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월마트 (230만 명)의 절반 수준이나, 실제 규모를 알 수 없는 일용 노동자와 간접고용자 수를 합치면 훨씬 더 큰 규모일 것으로 추정된다.
자료 출처: https://www.geekwire.com/2022/amazon-tops-1m-u-s-employees/
2) 아마존 사 측이 발표한 코로나-19 대응 보고서
자료 출처: https://www.aboutamazon.com/news/operations/update-on-covid-19- testing)
3) 아마존 사 측은 JFK8 물류센터 내 노동조합 운동 저지를 위해 대략 4.3백만 달러를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료 출처: https://time.com/6169185/chris-smalls-amazon-labor-union/
4) Chris Smalls 타임즈 인터뷰 기사: https://time.com/6169185/chris-smalls-amazon-labor-union/
5) 자료 출처: https://www.aboutamazon.com/news/workplace/our-workforce-data
6) Amazon Workers Speak Out, Jacobin workshop: https://www.youtube.com/watch?v =W57WUEcw6rw
7) 일례로, 거대 노동조합인 UFCW(United Food and Commercial Workers)의 지원으로 2010년부터 추진된 Our Walmart Campaign의 경우 매년 월마트 노동자 1%를 조직하겠다던 목표가 지연되자 5년도 채 지나지 않아 UFCW가 재정 지원을 갑작스럽게 중단하면서 운동 조직 기반이 와해한 사례가 있다.
관련 기사: https://inthesetimes.com/article/our-walmart-union-ufcw-black-fri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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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유이지운 여성·노동 연구자가 쓴 글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비정규노동> 7,8월호 '세계의 노동' 꼭지에도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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