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무역적자 103억불 '최대'..에너지 수입 88% 급증 탓

임성빈 2022. 7. 1. 12: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한국의 무역수지가 103억 달러 적자를 냈다. 역대 가장 큰 규모의 적자다. 수출은 최고 실적을 기록했지만,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수입액이 더 컸기 때문이다. 특히 에너지 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5% 급증했는데, 올여름 에너지 수요는 커지고 공급망 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 문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상반기 수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15.6% 증가한 3503억 달러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상반기 월별 수출액은 달마다 사상 최고 실적을 내면서 회복세를 이어왔다. 조업일수와 무관하게 하루 평균 수출액도 처음으로 26억 달러를 넘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 세계의 경제 성장이 둔화하는 중에서도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기록한 점이 긍정적이었다.

수출 호조에도 전체 무역수지가 적자를 본 주요 이유는 수입액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상반기 수입액은 3606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6.2% 증가했다.

특히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 수입액이 상반기에만 878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10억 달러(87.5%) 늘어난 규모다.

산업부에 따르면 같은 기간 국제유가는 60%(두바이유 기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229%, 석탄 가격은 223%(호주탄 기준) 뛰었다. 산업부는 “올해 들어 3대 에너지원 수입 증가액은 매달 무역적자 규모를 상회했으며, 적자 발생의 핵심 요인이었다”고 분석했다. 문동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최근의 무역수지 약화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주요국에서 공통으로 나타난 현상”이라며 “일본·이탈리아·프랑스 모두 적자가 지속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연료뿐만 아니라 원자재 가격도 치솟으며 비철금속·철강 수입도 30억 달러 이상 증가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제 식량 가격에 영향을 미치며 주요 농산품도 높은 가격에 수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글로벌 성장세 둔화와 공급망 불안정 심화 등 무역 전반에 불확실성이 심화하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여름철 에너지 수요 확대와 고유가 추세가 복합해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할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이어 “수출이 하반기에도 흔들림 없이 증가세를 이어갈 수 있도록 7월 중 ‘민관합동 수출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하고 금융·물류‧마케팅, 규제개혁 등을 다각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1일 부산항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을 진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최근 수출은 2020년 11월 이후 20개월 연속 증가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반도체(20.8% 증가)·석유제품(89.3%)‧석유화학(16%)‧철강(26.9%) 등 주요 수출 품목이 상반기 기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신산업 분야에서도 바이오헬스(20.2%)·이차전지(9.1%) 수출도 역대 가장 많았다.

지역별로도 중국·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미국·유럽연합(EU)등 주요 시장을 대상으로 한 수출이 모두 상반기 기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러시아에 대한 국제적인 경제 제재 영향으로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으로의 수출이 증가했다.

가장 최근인 6월 실적만 놓고 보면 지난달 무역적자는 24억7000만 달러로 3개월 연속 적자를 냈다. 조업일수가 지난해 6월보다 이틀 적었고, 화물연대 운송 거부의 영향으로 수출 증가율이 5.4%에 그친 반면 수입 증가율은 19.4%에 이르기 때문이다. 문동민 실장은 “3개월 연속 적자는 매우 엄중한 상황이지만, 수출 자체의 경쟁력이 약화한 것은 아니다”라며 “수출기업의 능력을 뛰어넘는 외부 변수에 따른 에너지 수입 증가가 워낙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과의 교역에서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중국으로의 수출이 129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0.8% 감소했는데,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141억8000만 달러로 24.1% 급증하면서 적자를 봤다. 지난 5월(10억9900만 달러 적자) 1994년 8월 이후 약 28년 만에 처음 적자를 본 뒤 2개월 연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의 봉쇄 조치 여파에 따른 시장 침체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디스플레이 수출이 감소한 영향”이라며 "상반기 전체로 놓고 보면 대(對)중국 무역수지는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